물가·금리 압박 속 '적극 재정' 강행…정책 엇박자 딜레마 어쩌나

이성원 2026. 5. 1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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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미래 재투자 재정 집중"
경기 부양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
금리 인상과 재정 확대 엇박자 지적
사안별 접근 통한 재정 투입 필요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1회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막대한 초과 세수를 앞세워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강조하면서 재정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의 의도대로 '미래 재투자'에 재정이 집중된다면 적극 재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겠으나, 경기 부양에 과도하게 투입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3일 재정경제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적극적 재정 기조를 바탕으로 한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할 계획이다. 내년도 예산안 역시 확장 재정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국면에서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올해 1.7%, 내년 1.5%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12일 "지금은 투자를 통해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시기"라며 "돌림노래처럼 긴축을 강요하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는 사실상 민생 고통을 수수방관하라는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정부의 적극 재정을 향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규모 재정을 집행해 경제주체들의 수요를 견인하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특히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는 데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등 경기가 회복세인 상황에서 적극적 재정 정책은 물가 관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을 2.5%,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로 전망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현재 나라 살림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가량 발생하는 상황에서 초과 세수로 빚을 갚지 않고 이 기조를 유지한다면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며 "국채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게 되면, 이는 통화량 증가로 이어져 결국 물가를 자극하는 경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 돈을 풀겠다고 하지만, 경기 부양의 유혹에서 자유로운 정부는 없다"며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당시에도 정부는 고유가 취약계층 지원 외 사업에 재정을 투입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 기조와 적극 재정의 엇박자로 정책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교수는 "금융은 긴축하고 재정은 풀면 거시경제 정책이 상충한다"며 "특히 금리가 오르면 국가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커져 재정 적자가 심화되고, 이것이 다시 유동성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 정책을 '적극'과 '건전'이라는 정파적 틀에서 벗어나 바라봐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무조건 돈을 쓰는 것이 선도 아니고, 쓰지 않는 것이 선도 아니다"라며 "어떤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유효한지 실증적으로 따지는 사안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 이성원 기자 suppor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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