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톱이 코스피 시총 절반… 한달간 상장사의 17%만 올라

곽창렬 기자 2026. 5. 27.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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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8000, 커지는 양극화
SK하이닉스(왼쪽), 삼성전자 사옥. /연합뉴스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8000선을 넘겨 마감했다.

코스피는 26일 반도체 ‘투 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2%, 5.7% 상승한 데 힘입어 전날보다 2.55% 오른 8047.51에 장을 마감했다. 앞서 코스피는 15일 장중 8000선을 넘어선 지 25분 만에 7000선 초반으로 내려오기도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란 간 종전 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4.5%대로 떨어지면서 위험 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확대된 영향”이라고 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매도세가 크게 잦아들면서 원화 환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2.9원 하락한 1504.3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섰는데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주식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이고, 이들이 자금을 달러로 바꿔 나가는 수요가 꽤 있을 것”이라며 “일정 시기 주가가 안정되면 환율 상승세도 멈출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지수 오를 때 치솟는 ‘삼전닉스’ 비율

코스피가 지난 1년간 3배 넘게 상승하는 데는 반도체 ‘투 톱’의 힘이 컸다. 이날도 삼성전자는 장중 30만원을 넘어섰고, SK하이닉스는 사상 처음 200만원을 넘겨 마감하면서 상승장을 이끌었다.

불과 1년 전인 작년 이맘때 ‘투 톱’이 코스피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3%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데 코스피가 1000포인트씩 상승할 때마다 이 비율도 따라서 올랐다.

5000선을 돌파했던 올해 1월 27일 이 비율이 38.5%였는데, 6000선(2월 25일) 때는 처음 40%(40.8%)를 돌파했고, 7000선(5월 6일) 때는 47.0%로 더 올랐다. 8000선을 넘어선 이날에는 그 비율이 51.1%까지 치솟아, 절반을 넘어섰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다. 외국인 투자자가 2·3월 ‘투 톱’을 47조5000억원가량 팔아치울 때 개인은 35조원 넘게 사들였다.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이 투 톱을 32조원 가까이 순매도했지만, 개인이 24조원 어치를 받아 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두 종목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600조원이 넘는데, 이는 전체 코스피 기업 순이익의 67%에 달한다”며 “실적 기반에 따라 개인 투자자가 쏠린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승장서 소외된 종목 속출

이 같은 쏠림은 한국 주식 시장의 ‘K자형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 전체 948개 종목 중 161개(17%)만이 상승하고, 787개(83%)는 주가가 떨어졌거나 제자리를 보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를 인용해 “두 종목을 제외하면 나머지 한국 증시는 전혀 인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 증시 쏠림의 이면에는 개인들의 ‘빚투(빚내서 투자)’와 ‘몰빵’ 투자 위험성도 자리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신용 거래 융자’ 잔고는 지난 21일 36조 4723억원까지 증가했다.

여기에 27일부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이나 하락에 2배 베팅할 수 있는 투자 상품도 출시된다. 이는 ‘투 톱’에 대한 쏠림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을 매수하려면 금융투자협회의 두 시간짜리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데, 신청자가 이미 10만명을 넘어섰다.

FT는 “한국에서 기술주가 시장 유동성을 대부분 흡수하면서 이른바 가치주(기업 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들은 실질적으로 부진을 겪고 있다”며 “한국 시장의 과도한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중소형주의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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