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트럼프 대러 제재 유예 비판…"러시아에만 도움, 전쟁 안 멈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러시아 신규 제재 시행을 유예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 반발했다. 러시아 측은 역사적 순간이라며 환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러시아 신규 제재 시행 유예 결정을 정면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이 모든 것을 없던 일로 하고 막아 버리겠다는 결정은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이어 "이는 분명히 러시아에만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유예 대상인 이른바 그레이엄법은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국과 제재 회피를 돕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경유 가격과 중간선거"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국익을 명분으로 내세워 시행 유예를 결정했다. 워싱턴에서는 유보 배경으로 미국의 높은 경유 가격과 중간선거 일정이 꼽힌다. 러시아산 원유 유통을 전면 차단할 경우 국제 유가와 디젤 가격이 다시 뛸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제재의 칼날이 미국 소비자 물가로 되돌아오는 구조가 발목을 잡은 셈이다.

"발전·송전 시설 15곳을 때린 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16일 우크라이나의 발전·송전 시설 15곳 이상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재 유예는 그들의 만족감과 사람들을 계속 죽이려는 욕구에 기름을 부을 뿐, 이것으로는 분명히 전쟁이 멈추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재 완화와 공습 강화가 같은 주에 겹치면서 우크라이나의 불신이 커졌다. 전선보다 후방 인프라가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진정으로 역사적인 순간"

반면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대통령 특사는 제재 유예를 두고 "중요하고 진정으로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러 간 경제 대화 및 평화구축 노력은 지속될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다. 모스크바가 이를 대미 관계 복원의 신호로 읽고 있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었던 해석이다.

제재법 유예를 놓고 미국 내에서도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까지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국·러시아와의 3자 회담 가능성도 거론한 상태다. 제재와 협상 사이에서 전쟁의 다음 국면이 결정된다. (사진 출처=다음 이미지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