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 전락한 노인만 16만명…대물림되는 ‘무거운 짐’[착한 빚은 없다]
신용불량자 5명 중 1명은 노인…고령층 비중↑
취업 문턱에 재기 어려워…“고령 일자리 늘려야”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채무 부실 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유독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신용불량자(금융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한 이들이 속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16만명에 달하는 고령층 채무 불이행자의 경우 채무액 규모 또한 여타 연령대에 비해 더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진 고령층의 경우 채무 조정을 통한 재기 가능성이 높지 않다. 젊은층에 비해 재취업 문이 좁은 데다, 건강 악화 등 여타 제약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최저생계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 부담은 더 늘어난다. 향후 청년층이 부담해야 할 ‘빚의 무게’가 더 무거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26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나이스(NICE)평가정보 ‘가계 채무 불이행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60대 이상 금융채무 불이행 개인 차주 수는 15만9670명으로 지난 2023년 말(14만8616명)과 비교해 1만1054명(7.4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신용불량자’로 불리는 금융채무 불이행자는 연체가 지속돼 신용정보원에 금융채무 불이행(연체 및 대위변제·대지급)으로 등록되거나, NICE 자체 수집 연체정보 일수가 90일 이상인 경우를 의미한다. 사실상 보유한 대출에 대한 이자 지급이 불가능한 상황에 처한 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체 채무 불이행자 수는 8월 말 기준 80만8187명으로 지난 2023년 말(78만9888명)과 비교해 1만8299명(2.31%) 늘었다. 그중에서도 60대 이상 고령층(1만1054명)의 비중은 60%로 절반 이상에 해당했다. 그 뒤로는 50대 채무 불이행자 수가 7697명 늘어, 전체 증가분의 40%가량을 차지했다. 50대 미만 채무 불이행자의 경우 되레 줄어들며, 연령대가 높을수록 채무 악화 추세가 두드러졌다.
관련 집계가 이루어진 2020년 말 83만3396명에 달했던 전체 채무 불이행자 수는 ▷2021년 말 76만3737명 ▷2022년 말 72만5648명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2023년 말 78만9888명으로 늘어난 뒤 올해 다시금 80만명을 넘어섰다. 심지어 2020년 말과 비교하면 현재 채무 불이행자 수는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만 증가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2020년 말까지만 해도 전체 16.3%를 차지하던 고령 채무 불이행자 비중은 올해 8월 기준 19.8%로 3.5%포인트 늘었다.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30대부터 50대까지의 채무 불이행자 비중은 모두 감소했다. 60대 이상 고령 채무 불이행자가 보유한 채무액 또한 7조782억원으로 지난 2020년 말(4조9720억원)과 비교해 42%(2조1062억원)가량 불어났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채무 상태가 유독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것은 청년층에 비해 재취업 등을 통한 소득 회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채무 불이행 상태에서 회복되는 이들은 많지 않은 반면, 새롭게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진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 저금리 기간에 해당하는 2020년 말부터 2022년 말까지 전체 채무 불이행자가 10만명 이상 감소한 가운데, 60대 이상 채무 불이행자 감소 규모는 2588명에 그쳤다.
심지어 법정정년이 만 60세로 정해진 상황에서 고령층 일자리 다수는 일용·단순노무직에 쏠려있다. 소득 창출을 위한 선택지 자체가 적은 셈이다. 건강 악화 등에 따라 사실상 재기 의지를 상실한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국내 55~64세 중고령자 중 퇴직 후 ‘미취업 상태’인 비율은 2014년 27.9%에서 2022년 38.8%로 증가했다.
정부는 늘어나는 채무 불이행자의 재기를 돕기 위해 채무 조정 제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예컨대 신용회복위원회는 올해 4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던 신속채무조정 및 사전채무조정 특례 제도 운영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했다. 특히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 약정이자율 인하 수준을 확대하는 등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채무 조정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상환을 위한 소득 창출 확보가 필수적이다. 소득원 확보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을 시, 빈곤에 빠진 채무 불이행자의 최저생계 보장을 위한 국가 재정 부담만 늘어날 우려가 크다. 향후 고령층의 경제활동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 구조 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늘리는 정책이 반복되면서, 특정 영역에서 부실화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면서도 “구조적 문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최근 논의되는 정년퇴직 연령 연장 등 제도 개혁 등을 통해 고질적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노동계 등이 지속적으로 인식 개선을 위해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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