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3관왕 화산섬 제주…‘클래스’는 영원할까?
"제주는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람사르 습지 등 네 곳의 국제 지정 보호구역이 한 데 있어, 그 위상이 매우 특별합니다."
팀 배드먼 IUCN 세계유산국장은 14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적 보호지역으로서 제주도가 가진 자연환경과 명성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은 전 세계 자원과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1948년 UN 지원으로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보호 관련 국제기구입니다. 세계유산국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서입니다.
■ 화산섬 제주, 세계 첫 '4대 국제보호지역' 한 곳에
제주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이름을 올린 건 지난 2007년입니다. IUCN은 현지 실사와 평가를 거쳐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뛰어난 지질학적 가치가 있다고 봤습니다.
이를 토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등 3곳을 온 인류가 소중히 여기고 후세에 물려주어야 할 귀중한 자연유산으로 인정했습니다.
팀 배드먼 IUCN 세계유산국장은 "제주도는 화산뿐만 아니라 화산 위에 있는 모래로 형성된 아주 아름다운 종유석, 석순으로 장식된 용암 동굴과 용암 관(Lava tubes)도 가치가 있다. 매우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지질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장소"라고 평했습니다.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계와 같이 세계 각지에 있는 세계자연유산들은 정기적으로 '잘 보호되고 있는지' 감시도 받습니다. IUCN은 각국 세계유산을 대상으로 4년마다 전망 평가(The IUCN World Heritage Outlook)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조사는 2020년으로, 당시 제주도의 보존 상태는 양호(Good)하다는 성적표를 받아 세계유산으로서 가장 높은 수준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았습니다.
배드먼 국장은 "지금은 일련의 평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내년에는 IUCN이 다루는 271개 세계유산 모두에 대해 모두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보전 가치 잃은 자연유산, 세계유산 지위도 잃을까?
매일 들이마시는 공기의 소중함을 잊기 쉽듯, 우리 가까이에 있는 자연유산도 그 가치와 중요성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곳이 삶을 살아가는 터전일 때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2021년 '갯벌, 한국의 조간대'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4가지 국제보호지역이 한 데 모였던 제주도에서도 보존과 개발을 놓고 지난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호텔·리조트같이 대규모 관광단지를 짓는 계획 등 갖가지 크고 작은 토목 사업 외에도,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게 해 제주도 지하수의 원천이 되는 용암동굴 '숨골'에 축산 분뇨나 오폐수를 무단 방류했다가 적발되는 사례는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제주 지역 단골 뉴스입니다.
배드먼 국장은 "아주 많은, 사실 거의 모든 세계유산은 그 주위 지역과 관련이 있다. 자연유산이 제안됐을 때 개발 문제를 검토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IUCN에 따르면 채굴이나 석유 및 가스 추출 등 개발 사안이 있는 지역은 세계자연유산 등재 대상 부지로 추천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후에' 개발 사업이 추진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개발이 세계유산과 양립하는지, 또는 적응해야 하는지를 살펴보는 방법으로 (해당 세계유산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권장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아주 드물지만, 개발로 인해 세계유산 지위를 박탈당한 사례도 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목록에서 세계유산을 삭제한 건 지금까지 세 차례 있었는데, 이 중 하나가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Elbe Valley)입니다.
엘베 계곡은 2004년 아름답게 보존된 강 풍경으로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엘베강을 가로지르는 4차로 다리 건설이 갈등의 씨앗이 됐습니다.
"세계유산을 지켜야 한다"와 "교통 체증을 줄이려면 필요하다"는 찬반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여러 차례에 걸친 재설계, 군중 시위, 법적 분쟁, 멸종 위기종 등에 대한 논쟁도 벌어졌습니다.
결국 엘베 계곡은 지난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자격을 잃었습니다. 1972년 세계유산 목록이 작성된 이래로 유산 지위를 잃은 두 번째 장소입니다. "세계유산 타이틀을 내려놓자"는 여론과 함께, "지역 관광 산업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엇갈렸습니다.
당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문화 경관 중심부에 4차로 다리가 건설되었기 때문에 이 유산은 '등록된 현저한 보편적 가치'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며 삭제 이유를 밝혔습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NSW)주에서도 세계자연유산인 그레이터 블루 마운틴스 지역에서 10㎞ 떨어진 곳에 건설 중인 서부 시드니 공항(시드니2공항)이 논란이 됐습니다. 그레이터 블루 마운틴스는 공항 건설 계획으로 인해 1999년 세계유산 등재 추천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가, 이를 철회하고 나서야 이듬해인 2000년 세계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지역에선 연구 조사를 거쳐 2014년 공항을 건설하기로 했고, 현재 2026년 개항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뭐든 얻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쉬운 법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제주의 자연환경 가치도, 앞으로 오래오래 지켜질 수 있을까요?
"모든 세계유산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습니다. 국가나 지방 정부가 보전 목표와 함께 경제 발전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를 항상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개발을 계획할 때 중요한 가치를 더 고려해서, 개발 성과와 자연유산의 양호한 보전의 성과 사이에 조화를 이루길 바랍니다." (팀 배드먼 IUCN 세계유산국장)
IUCN(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전 세계 자원과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1948년 UN 지원으로 설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보호 관련 국제기구. 우리나라는 1966년 자연환경보전협회가 IUCN에 처음 가입한 이래 현재 환경부, 국가유산청, 산림청, 제주특별자치도, 국립공원관리공단, 한국야생동물보호협회, 한국습지학회, 대자연, 자연보호중앙연맹 등 10여 개 기관이 가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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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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