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쿠페 시장, 사라진 지 오래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쿠페 모델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현대차가 과거 선보였던 ‘제네시스 쿠페’가 단종되면서, 국산 쿠페 시장은 명맥이 끊겼다. 2008년 출시된 제네시스 쿠페는 뒷바퀴 굴림 방식과 스포티한 외관으로 국내 튜닝 문화의 중심에 섰지만, 낮은 판매량과 시장 트렌드 변화로 2016년 단종됐다.
이후 국산 제조사들은 SUV와 세단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하며 쿠페는 철저히 외면받았다. 이로 인해 젊은 소비자층은 자연스럽게 수입 쿠페 모델로 눈을 돌렸고, BMW 4시리즈나 아우디 A5와 같은 차량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웠다.

제네시스, 쿠페 부활 신호 보내다
그런데 최근 제네시스가 쿠페 시장 부활을 예고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직접적인 제네시스 쿠페 후속 모델이라 단정할 수는 없지만, 2도어 쿠페 콘셉트카를 양산 가능성이 있는 모델로 언급한 것이다.
제네시스는 이미 여러 차례 콘셉트카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쿠페 디자인을 선보였고, 그중에서도 ‘X 시리즈’는 양산화 기대감이 가장 높았다. 특히 최근 해외에서 ‘제네시스 X 그란 쿠페’ 콘셉트가 실제 도로를 달리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양산 준비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X 그란 쿠페, 콘셉트 이상으로 다가온 현실
지난 4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된 제네시스 X 그란 쿠페와 그란 쿠페 컨버터블은 단순 쇼카라기보다 실차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여줬다. 전면부는 제네시스 특유의 두 줄 디자인 헤드램프를 계승했고, 후면부 역시 G90와 닮은 리어램프 구성을 갖췄다.
실내는 콘셉트카임에도 불구하고 버튼 배열, 디스플레이 배치 등 실제 양산차에서 그대로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심지어 범퍼에는 센서 장착 자리까지 마련돼 있어, 사실상 테스트 주행을 위한 사전 준비가 끝났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는 제네시스가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쇼카를 만든 것이 아니라, 실제 양산을 고려한 프로젝트임을 방증한다.

GT90 이름 가능성, 상표권 등록도 완료
양산 시 모델명은 ‘G90 쿠페’보다는 ‘GT90’에 무게가 실린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제네시스가 이미 2023년 ‘GT90 GENESIS’라는 이름을 상표 등록해둔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GT(그랜드 투어러) 성격을 강조하는 대형 쿠페의 정체성을 감안하면, GT90이라는 이름은 브랜드 방향성과도 맞아떨어진다.
제네시스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루크 동커볼케 CDO는 X 그란 쿠페에 대해 “내 직업을 걸고서라도 양산하고 싶다”고 말하며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런 행보는 단순한 상징적 모델을 넘어 브랜드 플래그십 쿠페,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헤일로카로서의 역할을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시장에서 헤일로카의 의미
자동차 업계에서 ‘헤일로카’는 브랜드의 기술력과 디자인 역량을 보여주는 상징적 모델을 뜻한다. 판매량으로 수익을 내기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하위 모델 판매까지 긍정적 영향을 주는 역할을 한다. 제네시스는 지금까지 SUV와 세단 라인업을 중심으로 성장해왔지만,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상징성이 강한 모델이 필요하다.
BMW가 8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가 S클래스 쿠페로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했던 것처럼, 제네시스 역시 GT90을 통해 존재감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쿠페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제네시스가 틈새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제네시스, 대형 쿠페 시장에 도전할까
현재 글로벌 대형 쿠페 시장은 전동화와 SUV 열풍으로 과거만큼 크지 않지만, 여전히 브랜드 상징 모델로서 가치가 크다. 제네시스가 GT90을 양산한다면 이는 단순히 국산 쿠페의 부활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내년 플래그십 전기 SUV ‘GV90’ 출시와 함께 GT90 프로젝트가 병행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물론 실제 출시까지는 개발 비용, 시장성, 판매량 전망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콘셉트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준 지금, 제네시스가 쿠페 부활을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전 세계 자동차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