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생존을 위해서 주기적으로 음식을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음식이 자동 생성되는 게 아니라서 확보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주제의 궁금증이 생깁니다. 만약 음식을 구하지 못해서 계속 굶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을 때 뚱뚱한 사람은 살이 빠진 뒤에 죽을까요? 아니면 뚱뚱한 채로 죽을까요?

우리 몸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같은 영양소와 칼슘, 인 같은 무기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굶는 상태가 지속되면 몸은 대사 과정을 통해 저장된 영양소들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고, 필요한 기능을 유지합니다.
처음에는 우리가 먹은 음식에서부터 온 포도당을 소모합니다. 이때 추가적인 음식 섭취가 없으면 간과 근육에 저장된 포도당 저장분인 글리코겐을 소모하고, 계속 굶으면 몸에서 단백질이나 지방을 분해해서 포도당을 만들어 에너지원으로 씁니다.
탄수화물이 아닌 물질로 포도당을 만드는 대사 경로 과정을 포도당 신생합성(Gluconeogenesis)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을 통해 포도당을 보충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단백질은 너무 많이 분해되면 생존에 불리하므로 우리 몸은 근손실을 줄이기 위해 간에서 지방을 분해해 케톤체라는 것을 생성하여 포도당 대신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음식을 섭취하지 않으면 결국 케톤체 생성도 어려워지므로 단백질 분해가 시작되고, 심장 등의 주요 장기들의 기능저하로 서서히 죽음을 맞이합니다.

굶어 죽는다는 건 이런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이 내용을 봤을 때 뚱뚱한 사람은 3대 영양소가 많으니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론적으로 맞는 이야기나 우리 몸은 3대 영양소만으로 살아가는 게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수분 공급이 필요하고, 비타민과 같은 미량 원소도 끊임없이 공급돼야 합니다.
일반 성인의 경우 하루 총 수분 손실량은 2~2.5L 정도입니다. 수분 손실의 대부분은 신장을 통한 소변 배설이고, 이 외에는 주로 호흡을 통한 수분 손실과 피부를 통한 증발, 대변을 통한 수분 손실 등이 해당합니다. 이처럼 수분을 필수적으로 잃게 되므로 보충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일주일도 채 버티지 못합니다.

앞서 비타민도 끊임없이 공급돼야 한다고 했는데, 저장량과 수용성 여부에 따라 결핍 위험이 크게 달라집니다.
지용성 비타민(A, D, E, K)은 간과 지방 조직에 충분히 저장되어 있어 당장에 걱정할 건 없으나 수용성 비타민은 체내 저장량이 제한적이어서 음식을 통한 공급이 끊기면 비교적 빠르게 부족해질 수 있고, 몸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다만, 완전히 굶는 상황에서는 비타민 결핍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에너지와 단백질 고갈의 문제로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것이기에 당장에 따질 부분은 아닙니다.
그래도 주의해야 할 수용성 비타민에 티아민이 있습니다. 체내 저장량이 많지 않아 굶다 보면 수 주 내 부족해질 수 있고, 베르니케 뇌병증(Wernicke encephalopathy)이나 젖산산증(lactic acidosis)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해 보면 뚱뚱한 사람이 아예 아무것도 안 먹을 경우 에너지원 문제를 떠나서 수분 및 미량 원소 결핍 등으로 인해 뚱뚱한 채로 죽을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부분들은 해결되고, 굶기만 하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아예 달라지는데, 앞서 뚱뚱한 사람은 3대 영양소가 많으니 이론적으로는 더 오래 버틸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비만인 11명의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12일에서 117일까지 굶기면서 물과 비타민만을 공급한 연구가 있습니다. 결과를 보면 하루 평균 0.41kg씩 빠졌다고 하고, 빈혈 및 통풍성 관절염을 겪었다고 합니다.
의학적으로 문헌에 보고된 사례 중에는 382일간 금식을 유지한 사람도 있습니다. 앵거스 바비에리(Angus Barbieri)라는 사람은 고형 음식 섭취 없이 물과 전해질, 비타민, 미량 원소만을 보충해 버텼다고 합니다.

금식 시작 당시 체중은 약 207kg이었는데, 종료 시에는 약 82kg으로 감소하는 결과를 보여줬고, 심각한 장기 부전이나 치명적인 합병증은 보고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즉, 충분한 체지방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적절한 수분, 전해질 및 비타민 보충이 이뤄질 경우 장기간 금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국제성모병원 신장내과 조교수 이진혁, 내과 전문의 임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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