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인가?" 최태원 딸 최윤정, SK 전략본부장 승진한 이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부사장은 2017년 그룹 계열사 입사 당시 ‘낙하산 아니냐’는 논란 한가운데 서 있었다. 그러나 이후 8년여 동안 보여준 학력·경력·성과를 종합하면, 전형적인 ‘무자격 낙하산’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재계에서 우세해지고 있다.

2026년 1월 1일자로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에 오르며 회사의 미래 성장 전략을 총괄하게 된 것도 이러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는 SK 오너 3세들의 행보를 두고 “3세 전면 등판 가시권”이라는 표현을 쓰며 경영 참여 본격화 흐름을 짚고 있다.

>> 해외 명문 이력으로 채워진 ‘엘리트 코스’

최윤정 부사장의 이력은 전형적인 재벌 3세의 국내 학벌 코스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중국 베이징국제고를 졸업한 뒤 2008년 미국 시카고대학교에 입학해 생물학을 전공했고, 이후 같은 대학 뇌과학연구소에서 2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어 미국 하버드대학교 물리화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인턴 과정을 거친 뒤,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약 1년 6개월 동안 컨설턴트로 일했다.

베인앤드컴퍼니는 맥킨지·BCG와 함께 이른바 컨설팅 ‘빅3’로 불리며, 전 세계 최상위권 인재들이 경쟁하는 곳이다. 국내 대기업 오너 3세라고 해도 학력·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쉽게 발을 들이기 어려운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이력이 최 부사장에 대한 “기본 실력은 검증된 인재”라는 평가로 이어지는 배경이다.

>> SK바이오팜 입사 이후 8년, 경력 곡선은 어떻게 변했나

최 부사장은 2017년 초 SK그룹의 신약개발 전문 계열사인 SK바이오팜에 경영전략실 산하 전략팀 ‘선임 매니저(대리급)’ 직위로 입사했다. 그룹 총수의 장녀가 대리급으로 들어왔다는 점에서 형식상 ‘파격적으로 높은 직급’은 아니었지만, 계열사 핵심 전략조직에 곧장 배치됐다는 점에서 특혜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입사 후 그는 신약 개발 전략, 글로벌 파트너십,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 검토 등 전략 프로젝트를 담당했다. 2023년 미국 CES 2023 현장에서 SK바이오팜 부스를 직접 챙기며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진두지휘했고, 미국 디지털 치료제 기업 ‘칼라 헬스’ 투자 역시 그가 적극 추진한 사례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이후 커리어는 빠른 속도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19년 SK바이오팜에서 휴직을 내고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생명정보학(바이오인포매틱스) 석사 과정에 입학했으며, 2021년 7월 회사에 복귀했다. 복귀 후에는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장을 맡아 글로벌 바이오 투자, 파트너십, 신사업 검토 업무를 담당했다.

2023년 12월에는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30대 중반 나이에 일찌감치 임원이 된 셈이다. 이 시기에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명 엑스코프리)’ 매출 급성장에 힘입어 2023년 연 매출 3,549억 원을 기록했고, 같은 해 4분기에는 매출 1,268억 원·영업이익 152억 원으로 첫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여전히 371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손익 구조가 빠르게 개선된 전환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이러한 성과를 온전히 개인 공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세노바메이트는 SK그룹이 오랜 기간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개발한 신약으로, 회사 전체 연구·영업조직 역량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다만 사업개발본부장으로서 글로벌 파트너십, 신사업 포트폴리오, 방사성의약품(RPT) 후보 물질 도입 등을 주도하며 성장 축 확장에 역할을 했다는 점은 복수의 기사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다.

>> ‘낙하산’ 논란의 핵심, 입사 과정 vs. 그 이후 성적표

2017년 입사 당시만 놓고 보면, ‘총수 일가 자녀가 그룹 미래 신사업 계열사 핵심 조직에 들어왔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낙하산 시비가 불가피했다. 공채를 통한 입사 절차가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선임 매니저 직급 배치 역시 일반 직원 대비 우대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나 문제는 출발선뿐이 아니라 이후 성적표다. 최 부사장은 입사 이후에도 계속해서 외부·내부 경력을 쌓아왔다.

시카고대 뇌과학연구소·하버드대 물리화학 연구소 연구원 경력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 근무 이력

2019~2021년 스탠퍼드대 생명정보학 석사과정 이수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 등 회사 내 보직

이러한 이력은 “입사 문은 특혜성이 일부 있었을 수 있지만, 보직 유지와 승진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실무 능력과 전문성이 뒷받침된 것 아니냐”는 평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여러 언론은 그를 두고 “해외 경험과 바이오·AI 이해도가 높은 오너 3세” “미·중·미국 네트워크를 겸비한 ‘해외통’”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축’ 한가운데 서다

최윤정 부사장의 존재감이 더욱 커진 시점은 2024년과 2025년이다. 2024년 말 SK㈜ 정기 인사에서 지주사 내 신설 조직인 ‘성장 지원’ 담당 수장을 겸직하게 되면서, SK그룹 전체 미래 성장 사업 발굴과 투자 전략에 직접 관여하는 위치에 올랐다. 성장지원 담당은 AI 혁신과 바이오·배터리·반도체(BBC) 등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발굴·지원하는 조직으로, 단순한 교육용 보직이라기보다는 실질적인 전략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평가된다.

2025년 8월에는 그룹의 3대 핵심 회의 중 하나인 ‘이천포럼 2025’에 성장지원 담당 직함으로 첫 참석해 기조연설·패널 토론을 끝까지 지켜보며, 그룹 경영 논의 테이블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해 SK AI 서밋 2025에도 총수 일가로서 이름을 올리며 그룹 AI 전략 논의의 외연을 함께했다.

이러한 행보를 근거로 재계에서는 “SK바이오팜을 넘어 그룹 차원의 미래 성장 포트폴리오 설계자로 한발씩 올라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성장 지원·바이오·AI 세 축을 경험하는 실제 ‘경영 수업’ 단계”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 전략본부장 선임, ‘오너 3세 전면 등판’ 신호인가

2025년 12월 SK바이오팜은 2026년 1월 1일자 조직개편을 발표하며, 최윤정 부사장을 사업개발본부장에서 전략본부장으로 이동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전략본부는 전사 중장기 전략 수립,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글로벌 성장 전략 추진, 신사업 검토 등 회사의 ‘두뇌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이와 동시에 방사성의약품(RPT)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한 RPT본부 신설도 발표됐다. 최 부사장은 기존에 RPT 후보물질 도입, RPT 사업 콘퍼런스콜 발표 등을 이끌며 이 분야에서 먼저 역할을 넓혀온 바 있다. 전략본부장으로서 전체 성장 전략을, 성장지원 담당으로서 그룹 차원의 투자 방향을 함께 조율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이를 포함한 일련의 인사 흐름을 두고 “SK그룹 3세 전면 등판 가시권, 경영 참여 시작한 ‘최윤정’”이라 분석하며, 오너 3세 가운데 최윤정이 가장 앞서 경영 보직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 최태원 회장의 ‘공개 원칙’과 거버넌스 논쟁

최태원 회장은 2021년 BBC 코리아 인터뷰에서 “경영권 승계는 아들의 선택이며, 기회는 전문경영인과 자녀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자녀의 경영 참여에는 이사회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최소한 형식적인 거버넌스 절차를 중시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벌 3세의 등장이 항상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공채 경쟁을 거치지 않은 채 핵심 보직을 맡게 되는 구조 자체가 낙하산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윤정의 경우에도 입사 경로·보직 배치에 대한 정보가 제한적으로 공개돼 있다는 점에서 “절차적 투명성은 여전히 아쉽다”는 비판이 공존한다.

반면 지지하는 쪽에서는 “문제는 출발선보다 ‘그 이후’”라며,

해외 연구·컨설팅 경력

스탠퍼드 석사 등 추가 학업

SK바이오팜 내 전략·사업개발·투자 경험

그룹 차원의 성장지원·이천포럼·AI 서밋 참여

등을 종합할 때 최소한 ‘아무 능력 없이 이름만으로 앉힌 낙하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 종합 평가: ‘완전한 낙하산’으로 보긴 어려운, 검증형 오너 3세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을 둘러싼 질문, “낙하산인가 아닌가”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입사 과정만 놓고 보면 낙하산 논란의 소지는 분명히 존재한다.

공개 경쟁 채용인지 여부가 불명확하고, 총수 일가 자녀가 곧장 전략조직 대리급으로 배치된 점은 일반 직원과 다른 출발선이기 때문이다.

둘째, 그러나 이후 8년간의 경력과 성과를 보면 ‘무능한 낙하산’ 프레임과는 거리가 있다.

시카고대·하버드대 연구원,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스탠퍼드 석사, SK바이오팜 전략·투자·사업개발 경험, SK㈜ 성장지원 담당·이천포럼·AI 서밋 참여 등은 국내 재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의 이력이다.

셋째, 2026년부터 전략본부장으로 회사 미래 전략을 총괄하게 되는 만큼, 향후 실적과 의사결정이 최종 평가를 가를 것이다.

지금까지는 “실력과 배경을 모두 가진 오너 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선 사례”라는 평가가 우세하지만, 향후 신약·RPT·신사업 성과, 주주가치 제고, 지배구조 투명성 등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따라 ‘능력 있는 오너 3세’와 ‘결국은 특권층’ 사이의 평가는 갈라질 전망이다.

정리하면, 최윤정은 출발은 특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이후 커리어와 실적으로 상당 부분을 상쇄해 온 ‘검증형 오너 3세’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향후 SK바이오팜 전략본부장으로서 어떤 성적표를 내놓느냐가, 그에게 따라붙는 ‘낙하산’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내는 마지막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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