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클린스만 감독, 인터뷰 자청한 이유는?

조회수 2024. 1. 18.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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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나섰다. 17일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훈련 센터. 보통 대표팀은 훈련 시작 전 선수 한 명 혹은 두 명이 나와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한다. 

이 날은 특별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나왔다. 사실 감독이 공식 기자회견이 아닌 스탠딩 인터뷰를 하는 일은 많지 않다. 이례적이다. 무엇보다도 이 인터뷰는 클린스만 감독 본인이 자청했다. 왜 그랬을까. 

#슈퍼스타 클린스만 감독

클린스만 감독은 10일 카타르에 왔다. 11일 훈련 전 한국 취재진과 처음 만났다. 도하 입성 출사표였다. 

1월 11일 클린스만 감독의 인터뷰

Q:도하에 왔습니다. 현재 중점을 두는 사항은요?

A:아부다비에서의 첫번째 주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중요했어요. 모든 선수들이 똑같은 레벨과 페이지로 맞춰야 했거든요. K리그가 끝나고 휴식을 가진 선수도 있고요. 유럽파들은 다른 스케쥴이었고요. 

그래서 아부다비는 같은 레벨을 맞추기 위해서 너무나 중요했네요. 지금은 더 좋게 다듬어야 해요. 아부다비에서보다 더욱 더 디테일해야 하지요. 세트피스도 맞추고요. 러닝 패턴이나 빌드업 패턴, 전술적인 부분도 맞출 겁니다. 세세한 것들을 좋게 해야 할 시간이고요. 내일부터 대회가 시작하는데요 너무 시간이 빠르네요. 

Q:오늘 몇몇 선수들의 부상 소식이 있었는데요.

A:토너먼트를 하다보면 언제나 작은 문제가 있는 선수들이 있기 마련이에요. 의무팀에서 해당 선수를 복귀시키기 위해 계속 치료를 하고요. 작은 근육 부상을 입은 선수들을 맡기도 해요. 

지금은 계속 치료를 하고 있어요. 매일 선수를 치료하면 다시 또 다른 선수나 일들이 일어나곤 하죠. 이것이 우리가 23명의 선수, 지금은 26명의 선수를 데리고 있는 이유입니다. 

누구는 첫 경기에 뛰지 못할 수 있어요. 그러면 그 다음에 뛰면 됩니다. 계속 일어날 일이에요. 모든 팀들이 겪게 될 일이지요. 그래서 우리는 걱정하지 않아요. 지금 각각의 선수들이 조금씩 문제를 가지고 있어요. 며칠 걸릴 거예요. 첫 경기에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음 경기에 해결하면 돼요. 물론 우리는 첫 경기에 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대회 기간 동안 부상 선수가 있는 것은 정상적입니다.


이어 앞으로의 선수단 운영 방안과 훈련 내 중점 사항 그리고 손흥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출사표였기에 그리 많은 말들이 오가지는 않았다. 


12일과 13일까지는 훈련 전 선수들만 나와 취재진과 만났다. 클린스만 감독이 카메라에 선 것은 14일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이었다. 황희찬과 함께 이번 대회 메인 미디어 센터(MMC)를 찾았다. 그는 슈퍼스타였다. 한국 언론은 물론이고 바레인 언론에, 외신들까지 클린스만 감독을 보기위해 기자회견장으로 몰려들어왔다. 

8개의 질문이 나왔다. 첫 1개는 기자회견을 주도하는 AFC 관계자가 부탁한 총평이었다. 


Q:경기를 앞둔 소감은 어떤가요.

A:1년만에 다시 카타르로 오게 됐어요. 기대가 많이 됩니다. 1년 전 월드컵은 특별하고 좋은 대회가 됐어요. 역대 월드컵 사상 최고의 결승전이었지요. 좋은 대회였고요. 지금 한국대표팀을 이끌고 와서 아시안컵에 참가했습니다. 특별하고  팀 분위기 좋아요. 좋은 결과를 내고 여러분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어요. 

그리고 한국 취재진의 질문이 하나 나왔다. 

Q:3경기가 아닌 7경기를 하러 카타르에 왔습니다.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한데요. 

A:어느 한 경기 쉬운 경기가 없어요. 대회를 시작하는 1번 경기가 중요합니다. 다들 강한 팀이에요. 어느 한 팀 약한 팀은 없어요. 내일 상대인 바레인을 존중합니다.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선수들에게 지속적으로 한 경기 한 경기 치르면서 다음 경기 생각하자고 이야기해요. 지금은 가장 중요한 바레인 전입니다. 집중할 수 있기에 준비 잘 한 만큼 좋은 경기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바레인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다. 

Q:바레인이 밀집 수비로 나올 것 같은데요. 

A:우리의 상대, 특히 바레인같은 팀이 수비적인 스타일로 나온다면 우리는 적응해야 해요. 존중하면서 솔루션을 찾을 것입니다. 지난 몇 경기, 싱가포르와 중국과의 월드컵 예선을 포함해 우리는 수비적인 팀을 상대했어요. 우리는 꽤 잘했지요. 밀집수비를 하는 팀을 상대한다면 그들은 언제나 우리를 아프게 할 수 있어요. 역습으로 아프게 할 수 있죠. 세트피스로도 아프게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경계해야 합니다. 그런 팀에 대한 적응이 필요해요. 토너먼트에서는 항상 이것이 관건입니다. 

사진출처=스포츠조선

여기까지였다. 더 이상 바레인전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았다. 한국 취재진들이 열심히 손을 들었지만 AFC 관계자는 외면했다. 외신들에게 계속 질문권을 부여했다. 

질문은 가관이었다. 베켄바우어의 사망에 대한 생각, 아시아축구 발전을 위한 조언 등을 물어봤다. 그나마 한국 축구 선수들이 유럽에서 잘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는 들어줄만 했다. 한국과 바레인과의 경기에 큰 관심이 없는 외신 기자들로서는 자신들이 쓸 기사에 맞는 대답만 받아내면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바레인전 이야기는 없었다. 


다음날인 15일. 한국은 바레인을 3대1로 눌렀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맨 오브 더 매치(MOM)으로 선정된 이강인과 함께 도착했다. 외신 기자들이 잔뜩 몰려왔다. 최대 우승 후보 한국의 첫 경기 승리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역시 질문의 기회는 많지 않았다. 기회가 왔을 때 두가지 질문을 해야만 했다. 

Q:오늘 경기에서 발빠르게 변화를 주었는데요.

A:경기 양상이 달랐어요. 중국인 주심이 옐로카드를 초반부터 주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어요. 후반전에 심하지 않은, 작은 경합에서도 카드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후반에 이기제와 김민재 선수를 교체했습니다.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지요.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른 시간부터 카드를 주는 것이 아쉬웠어요. 이런 부분들을 생각하면서 다음 경기들을 준비하겠습니다. 


Q:2골을 넣은 이강인에 대한 평가를 해주세요.

A:첫 경기부터 2골을 넣었으면 당연히 MOM으로 있을 가치가 충분하지요. 더 성장하기 위해서 도와주는 역할을 더 잘하겠습니다. 


역시 경기에 대한 질문은 여기까지였다. 외신 기자들은 경기와 상관없는 질문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8강에서 이란을 만날 가능성이 높은데 어찌할 것이냐'는 이란 기자의 어이없는 질문도 있었다.(이란이 8강에 못 올라오면 어쩌려는 것인지...) 

사진출처=스포츠조선

#클린스만 인터뷰 자청!

14일 경기 전 기자회견 그리고 15일 경기 후 기자회견까지. 외신 기자들의 질문으로 인해 정작 경기에 대한 답변이 많지 않았다. 한국 취재진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멘트 자체가 많지 않은데 어떻게 기사를 쓸까. 취재원들의 멘트가 없다면 무리한 기사를 쓸 가능성이 높아진다. 좋은 예가 이탈리아 세리에A이다. 이탈리아에서는 취재 기자들이 경기 후 믹스트존에 들어갈 수 없다. 세리에A에서 중계권사만 믹스트존에 들어오게 방침을 정했다. 그 결과 세리에A는 무리한 기사 혹은 '카더라' 기사, '아님 말고' 기사들이 넘쳐나게 됐다. 

그 때 공지가 하나 날아왔다. 

17일 훈련 전 인터뷰는 클린스만 감독 참석. 

호재였다. 대표팀 미디어 오피서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이 걱정을 했단다. 경기에 대한 멘트가 너무 없었기에 한국 취재진들을 위한 인터뷰 자리를 마련해야겠다고 직접 말했다고 한다. 취재진 입장에서는 완전 감사한 일이었다. 클린스만 감독 입장에서도 자신이 직접 미디어와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을 수 밖에 없었다. 현지에 오지 않은 매체들에 의한 추측성 기사들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할 수 있었다. 팀 분위기를 추스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17일 오전 훈련 전 클린스만 감독을 만났다. 통역을 최소화했다. 통역을 거치면 시간이 길어진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질문과 답을 하기 위해 답변 통역은 생략했다. 그렇게 심도있는 대화가 오갔다. 

특히 가장 큰 주제는 이기제였다. 바레인전이 끝난 후 한국에서 이상한(?) 기사들이 나왔다. 현장에 오지 않은 매체들이 쓴 기사였다. 이기제의 교체아웃은 문책성 기사라는 논지였다. 다소 아쉬움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기사는 '클릭수'만을 노릴 뿐, 대회나 팀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기사였다. 오히려 선수단 전체의 사기를 꺾고, 이기제를 주눅들게 할 뿐이었다. 

클린스만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Q:1차전 경기 후 한국에서는 이기제 선수 비판과 함께 문책성 교체 아니냐는 기사가 꽤 많이 나왔어요. 

A:그렇지 않아요. 알다시피 1차전을 모든 선수들에게 어려워요. 특히 그렇게 많은 옐로카드가 나올지는 몰랐어요. 옐로카드가 쌓이는 것을 봤을 때 조심해야갰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이기제와 김민재가 특히 조심했어야 했어요. 또 파울을 하면 그 주심은 두번째 옐로카드와 함께  레드카드를 제시했을 거예요.

레드카드는 필요없어요. 

어떤 선수는 좋은 출발을 하고 어떤 선수는 그렇지 않아요. 문제 없어요. 노프라블럼. 우리는 토너먼트로 더 들어가면서 좋은 리듬을 타야해요. 그러나 1차전 주심은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경고를 줬어요. 그것도 선수들의 첫번째 파울에요. 그럴 필요는 없었어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요. 그러면 곤란하죠.그래서 두번째 옐로카드를 방지하기 위해 이기제와 김민재를 교체했어요. 주심이 판정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요. 그래서 경기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였어요. 

Q:지금 여기 있는 취재진들도 한국에서 나온 그런 기사들이 이기제 선수를 주눅들게 할까봐 걱정하고 있어요.

A:그는 우리가 그에게 의지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문제 없어요. 선수들 중 일부는 첫 경기에 조금 덜컹될 수 있어요. 다른 일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강할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아요.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모든 훈련과 경기마다 새로운 챕터가 시작됩니다. 요르단전은 바레인전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요. 바레인전은 끝났어요. 

토너먼트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마음입니다. 자책하지 말고 더 잘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오직 다음 경기예요. 이기제는 톱클래스 프로 선수입니다. 플레이에만 집중하고 있고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 팀 전체도 경기 중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럴 거예요. 경기 승리를 위해 앞으로 나아갈 거예요. 다음 경기인 요르단전은 새로운 도전이고 힘든 도전이예요. 요르단 선수들은 상당히 좋아요. 우리도 잘 준비를 하고 있어요. 다음 스토리를 쓸 준비를 했어요. 

결국 노림수는 여기에 있었다. 이슈에 대해 자신이 직접 나서서 이야기를 했다.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되어 선수단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효과는 확실했다. 더 이상 이기제에 대한 그리고 다른 것에 대한 추측성 기사는 줄어들었다. 


클린스만 감독의 미디어 대응은 확실히 슈퍼스타 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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