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마뜩잖던 ‘불한당’ 감독… 촬영본 본 후 시키는 대로 했다
1999년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은 ‘박하사탕’이었다. 주연배우가 무명이라 상영 전 인사 때도 주목하는 이가 없었다. 2시간 10분 상영 후, 모든 것이 변했다.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친 주연 설경구에 대한 관심이 쏟아졌다. “그 2시간 10분이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설경구는 3일 부산국제영화제 관객 대화 시간에 “‘박하사탕’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저의 대표작”이라며 “배우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희로애락을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박하사탕’으로 연기력을 인정받은 설경구는 ‘실미도’(2003)와 ‘해운대’(2009)로 한국 최초 쌍천만 배우가 됐다. ‘배우 인생의 2막’을 열어준 작품은 배우 임시완과 함께 찍은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2017)이다. 골수팬을 낳은 누아르지만 초기에는 변 감독과 갈등이 심했다. 신인이었던 변 감독이 마뜩지 않았던 설경구는 촬영 때마다 변 감독 뒤에 앉아 들으라는 듯 말했다. “아, 재미없네, 재미없어.” 변 감독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렸다. 변 감독은 후에야 “그땐 정말 죽여버리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갈등이 풀린 것은 설경구가 촬영본을 보고 나서였다.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 뒤론 하란 대로 했죠.” ‘불한당’은 설경구·임시완의 열연과 변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에 힘입어 칸 영화제에도 초청됐다. 그때의 신뢰를 바탕으로 변 감독과 다시 뭉친 ‘킹메이커’(2022)로 설경구는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변 감독은 감독상을 받았다.
16일 개봉하는 허진호 감독의 영화 ‘보통의 가족’에서 딸의 범죄를 감추려는 아버지로 출연한 그는 “허 감독은 조용히 지독한 사람”이라며 “그래도 지독한 사람들하고 일해야 뭘 좀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관객들이 설경구가 애는 쓴다, 애쓰는 설경구로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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