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작별하지 않는다’ 스웨덴 출간, “한강 노벨상 계기 됐을 것”

“올봄에 (노벨상을 수여하는) 스웨덴에서 ‘작별하지 않는다’가 출판됐다. 많은 사람들은 한강 작가가 상을 받기엔 아직 젊지만, 이 책을 계기로 한림원이 노벨상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생각한다.”
한강 작가의 책을 세계 출판 시장에 소개한 에이전트사인 영국 알시더블유(RCW)의 국제 부문 책임자 로랑스 랄뤼요는 한강 작가 노벨 문학상 수상 배경 중 하나로, 제주 4·3에 대해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2021) 스웨덴어 번역판 출간이 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한강 작가가 출간한 모든 도서의 국외 판권을 관리하는 알시더블유는 현재까지 47개 언어로 그의 책을 번역해 출판했다. 2017년부터 7년째 한강 작가의 작품을 담당하고 있는 그와 18일(현지시각)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만났다. 한국 언론과 인터뷰는 처음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관련해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올 봄에 스웨덴에서 (제주 4·3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가 출판됐다. 노벨상 수상에 스웨덴판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영미권 국가에서 나오기 전에 스웨덴에서 먼저 출판됐고, 그곳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스웨덴 한림원도 이 책을 읽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내 생각엔 한림원이 한 작가의 작품 중 ‘작별하지 않는다’를 매우 중요하게 여겼고, 스웨덴 출판계 내부의 평가도 비슷했던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한 작가가 상을 수상하기엔 어린 나이이지만, 이 책을 계기로 한림원이 노벨상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생각한다.”
―노벨상 수상 이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정말 많은 출판인들을 만난 것으로 안다. 앞으로 더 바빠질 것 같다.
“그렇다. 앞서 스페인 북부의 소수언어인 ‘바스크어’를 쓰는 스페인 출판사와도 미팅을 했다. 이 지역에선 한 작가의 책이 많이 소개되지 않았는데, 출판 의향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에선 이미 5개 작품이 출판됐는데, 우리는 ‘희랍어 시간’과 한 작가의 초기작을 판매할 준비도 하고 있다. 한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출판한 폴란드 출판사와는 두 책에 대한 계약을 새로 갱신했고, 다른 두 작품도 새로 출판할 예정이다. 이런 사례는 이제 더 많아질 것이다.”
―향후 한 작가의 작품과 관련한 알시더블유의 계획은 무엇인가?
“2025년이면 한 작가가 새 소설 집필을 마무리할 것이다. 그 뒤엔 이 책 출판에 집중하려고 한다. 지난주 한 작가와 통화했을 때, (세계적으로) 출간되지 않은 오래된 책 중 좋아하는 책이 무엇인지 물으니, 2010년작 소설인 ‘바람이 분다, 가라’ 라고 말해주었다. 찾아보니 이 책은 10년 전 프랑스에서 출판된 적이 있었고, 지금 이 책의 번역가를 찾고 있다. 아직 계획이지만, 이 소설을 다시 선보이고, 더 많은 언어권에 소개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
―한강 작가의 책이 이미 47개 언어로 출판됐다. 세계적으로 한 작가의 책이 어떻게 알려지고 있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엔) 한강 작가의 책 중 ‘채식주의자’ 한 권만 출판한 국가들에선 한 작가의 다른 책들, 또는 모든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먼저 번역된 뒤 아직 영어로 번역되지 않은 한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출간된 뒤 절판된 책들을 다시 선보이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선 좀 더 큰 출판사로 옮겨 한 작가의 책을 출판하고 있다. 큰 규모의 출판사가 한 작가의 모든 책을 출판하도록 하는 건 전략적으로도 중요하다.”
―알시더블유는 한 작가의 소설도 한국어 원작을 해당 국가 언어로 바로 번역하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관련해 좋은 소식이 있다. 지난달 우리는 조지아에 한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판매할 수 있었다. 우리는 5년동안 한국어와 조지아어가 가능한 번역가를 찾고 또 찾았다. 작은 섬나라 등 번역가가 충분치 않은 국가들이 있다. 하지만 5년만에 한국어 번역이 가능한 번역가를 찾게 된 것이다! 조지아어 번역서가 노벨상 수상 직전, 가장 최근에 나온 한 작가 책의 번역서가 됐다. ‘한국어 원서 번역’은 우리가 모두에게 강조하는 것이다. 물론 영문판을 각 나라 언어로 중역하는 게 가장 빠르고, 편할 수 있지만 나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한 작가의 글은 매우 아름답고, 작가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다. 한 번역가가 작가의 책을 계속 번역해 나가면서 작가와 번역가는 관계를 쌓을 수 있고,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다. 그러면서 번역가가 작가의 목소리가 되어줄 수 있다.”
―수상 소식 이후 한 작가와의 통화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수상 다음날인 11일 아침 화상으로 대화를 나눴다. 겸손한 성격인 그녀는 많은 인터뷰를 하길 원치 않았고, 자신의 생활을 지켜 나가고 싶어했다. 그런 점을 존중해 나도 그녀가 스웨덴 공영방송과 인터뷰하는 일정을 조율하는 것을 도왔다. 노벨 위원회는 매해 노벨상 수상자들을 인터뷰해 영상으로 제작하는데, 한 작가도 이 일정을 앞두고 있다. 한 작가는 상에 대한 깊은 감사함을 갖고 있고, 이 상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말했다. 동시에 그녀는 유지해 왔던 삶을 계속 이어나가고, 소설을 계속 쓰고 싶어하기 때문에 어떻게 균형을 이뤄 나갈지에 대해 대화했다.”
―한 작가는 60살이 될 때까지 책 3권을 쓰는 데 몰두하고 싶다고 했다. 그 때까지 한 작가와 함께할 계획인가?
“그렇다. 우리는 2017년 처음 만나 7년째 함께 일하고 있다. 파리와 런던 등에서 ‘희랍어 시간’ 출판 등을 기념하며 그녀를 만나왔다. 2023년 11월 ‘작별하지 않는다’가 프랑스에서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할 때에도 한 작가와 만나 축하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내게 자신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2013)’를 선물해 주었다. 이 시집도 2025년 3월 프랑스에 소개할 예정이다.”
―한 작가의 책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채식주의자’의 역할이 컸고, 이 책을 알린 영국인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기여도 중요했다. 또한, 한 작가의 책은 여성의 삶을 말한다. 여성이 된다는 것과 폭력, 전통적인 사회에 맞지 않고, 또 이를 원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 작가의 방식이 매우 독특하다. 한 작가는 남성 작가 중심의 전통적인 문학과 달리, 여성의 시각으로, 한 사회에 놓인 여성의 위치를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는 최초의 작가들 중 한 명이다. 또한 그녀가 한국 문학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의 문을 여는 역할도 했다고 생각한다.”
―처음 한 작가의 책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책을 추천한다면.
“만약 두 권을 고른다면, ‘채식주의자’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추천하고 싶다. 세 권을 추천한다면, 여기에 (5·18 광주를 다룬) ‘소년이 온다’를 넣고 싶다. 이 책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데, 한 작가가 폭력에 관해 글 쓰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작품관이 더 확장됐다는 점도 알 수 있다. ‘채식주의자’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진 않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는다면, 그녀의 작품 전반을 이해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글·사진 프랑크푸르트/장예지 특파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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