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SKC 유증에 '120% 풀베팅'…지주사의 정교한 계산법

SK 서울 서린빌딩 전경 /사진 제공=SK

SK그룹의 투자전문 지주사인 SK㈜가 SKC의 대규모 유상증자에 지원군으로 나섰다. 배정물량 100% 소화는 물론 실권주 발생 시 추가 인수까지 약속하면서 증자 리스크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반도체 소재 포트폴리오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한 SK그룹 차원의 전략적 판단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SK㈜는 이달 26일 공시에서 SKC가 추진하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증에 참여해 총 632만6839주(예상치)를 취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자금액은 예정 발행가액 8만5300원 기준으로 약 5396억7900만원에 달한다.

SK㈜는 SKC 지분 40.6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배정물량을 전부 사들이는 한편 실권주가 발생할 경우 물량의 20%를 추가로 떠안는 120% 초과 청약까지 공식화했다.

이번 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1173만주로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약 31%에 해당한다. 단기간에 유통주식 수가 대폭 늘어나는 구조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통상 대주주가 배정 한도를 초과해 청약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추가 취득에 따른 실익보다 자금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SK㈜가 초과 청약까지 택한 것은 현재 발행 예정가인 주당 8만5300원이 SKC의 장기 가치를 감안했을 때 충분히 매력적인 수준이라는 내부 판단이 전제됐다는 의미다.

시장에 전달되는 신호도 분명하다. 기업 내부정보에 가장 근접한 주체가 배정 한도를 넘어 추가 인수를 공언한 것은 현 시점의 기업가치가 장기 성장잠재력보다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이와 동시에 실권주가 대거 발생할 경우 증자 신뢰도 훼손과 추가 자금조달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리스크 관리 차원의 장치로도 해석된다.

다만 SK㈜의 전폭적인 지원을 두고 일부에서는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역설적으로 SKC의 독자적인 자금조달 능력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SKC가 회사채 대신 유증를 선택한 배경에는 현금흐름과 레버리지 부담이 자리한다.

SCK의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4386억원으로 대규모 유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자지급액은 1239억원에 달했다. 현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추가 회사채 발행은 이자비용 부담을 더욱 키울 수밖에 없다. 2025년 말 기준 부채 총계는 약 4조5000억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도 2조6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SKC의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0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일부 기관은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신용등급 전망까지 비우호적인 상황에서 추가로 회사채를 발행할 경우 금리 부담을 키울 뿐 아니라 기관투자가 수요미달 위험까지 떠안게 된다. 여기에 업황부진의 영향으로 유증 흥행마저 장담하기 어려워지자 지주사가 전면에 나서 실권주 인수라는 안전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등 시장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유증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냈으나 증자가 실패할 경우 닥칠 재무적 파장을 우려해 지주사가 실권주 인수라는 안전장치까지 동원한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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