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do감] '오페라하우스' 설계하는 이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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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어새는 '낭만적인 숲속의 정원사'로 불린다.
1998년부터 바우어새의 구애 의식을 연구해온 엔들러 교수는 둥지의 모양과 장식들이 음향적인 기능을 하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공간 내부 장식들이 소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수컷 바우어새가 물어다 놓은 재료들을 제거해나가면서 녹음을 진행했다.
수컷 바우어새는 아름다운 공간 제작, 열정적인 몸동작, 섬세한 음향 시스템 등을 동원해 다감적 신호를 암컷에게 전달한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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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어새는 ‘낭만적인 숲속의 정원사’로 불린다. 암컷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자신의 보금자리를 장식한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바우어새의 보금자리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음향 효과까지 갖춘 구애 공간이다.
존 A. 엔들러 호주 디킨대 생명·환경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수컷 바우어새가 노래 소리를 증폭시킬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암컷을 매혹한다는 논문을 지난달 7일 국제학술지 ‘행동 생태학’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컷 바우어새가 마치 오페라하우스를 설계하는 건축가처럼 소리를 증폭시킬 수 있는 공간을 제작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귀에 손을 대면 외부 소음이 차단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공간의 소리 방식을 바꾼다는 것이다.
수컷 바우어새의 짝짓기 의식은 독특하다. 이들은 숲이 우거진 곳에서 각종 둥지 재료들을 모아 아치형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자갈, 달팽이 껍질, 뼈, 유리나 플라스틱 조각 등을 모아 공간을 꾸민다.
공간이 완성되면 큰 소리를 내며 ‘사랑의 공간’이 마련됐음을 암컷들에게 알린다. 암컷이 아치형 입구로 들어서면 수컷은 쇼맨십을 발휘해 세레나데를 부르고 과일, 나뭇가지 등 장신구를 집어 들어 암컷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수컷은 물건을 흔들거나 던지고 머리 뒤쪽의 분홍색 깃털을 과시하기도 한다. 암컷이 이에 감탄하면 짝짓기를 하게 된다.
기존 연구는 수컷 바우어새의 동작과 건축 등 시각적 측면에 초점을 뒀다면 연구팀은 청각적인 특징을 살폈다. 1998년부터 바우어새의 구애 의식을 연구해온 엔들러 교수는 둥지의 모양과 장식들이 음향적인 기능을 하는지 확인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팀은 호주 퀸즐랜드주의 한 유칼립투스 숲에서 수컷 바우어새의 소리를 녹음했다. 그 다음 아치형 입구 쪽에서 녹음한 소리를 재생한 뒤 다시 소리를 재녹음했다. 연구팀은 공간 내부 장식들이 소리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수컷 바우어새가 물어다 놓은 재료들을 제거해나가면서 녹음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수컷 바우어새가 ‘뛰어난 음향 엔지니어’라는 점을 확인했다. 수컷의 소리는 둥지 내부에서 증폭됐으며 내부 장식들이 음향에 영향을 미쳐 소리 주파수의 복잡성을 높였다. 딱딱한 껍질 장식에서 튕겨 나온 소리는 볼륨을 높였다.
수컷 바우어새는 아름다운 공간 제작, 열정적인 몸동작, 섬세한 음향 시스템 등을 동원해 다감적 신호를 암컷에게 전달한다는 해석이다. 또 암컷들은 수컷의 쇼를 구경하는 동안 둥지 내부 재료를 갉아먹기도 하는데 연구팀은 이를 “팝콘을 먹을 수 있는 영화관 좌석과 같다”고 말했다. 후속 연구로는 소리 주파수에 맞춰 암컷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이러한 요인이 실질적인 번식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참고 자료>
doi.org/10.1093/beheco/arae070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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