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소리없이 다가와 어느샌가 대장 짓눌러
국내 전체 암 발생률 2위…60대서 가장 많이 발생
초기 자각증세 없지만 진행되면 위치별로 다른 증상
오른쪽 무기력·빈혈 동반하고 왼쪽은 배변관련 증후
내시경 등 정기검사로 예방…초기엔 치료 효과 좋아
암 점막안에 국한되면 내시경으로 충분히 절제 가능
대장암은 맵고 짠 음식을 즐겨 먹고, 서구화된 식습관에 익숙해진 한국인들에게 발생률이 높은 암이다.
우리나라 국민 전체 암 발생률 가운데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대장암은 병이 어느 정도 깊어질 때까지 증상이 없다.
이에 대장암은 흔히 ‘소리 없는 암’으로 불린다. 울산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정석원 교수와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암으로 떠오른 대장암의 증상 및 예방,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발병 초기 증상 없어…위치 따라 증상 달라
중앙암등록본부 자료(2023)에 따르면 2021년 국내에서 새롭게 발생한 27만7523건의 암 가운데 대장암은 3만2751건(11.8%)으로 전체 2위를 차지했다.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더 많이 발생했고, 연령대별로는 60대(26.3%), 70대(22.3%), 50대(19.6%)의 순서로 많이 발생했다.
대장은 소장의 끝에서 항문까지 연결된 1.5m 정도의 길이를 가진 소화기관으로 보통 6m가 넘는 소장에 비해 짧지만 그 폭이 크기 때문에 대장으로 불린다.
이 부위에 발생한 암을 대장암이라 일컫는데, 대장암은 초기에 아무런 증상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볼 수 있다.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을 땐, 이미 상당부분 병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울산대병원 소화기내과 정석원 교수는 “초기 대장암 환자들은 다른 고형암(고체로 된 장기에 생긴 암)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별다른 자각 증세를 느끼지 못한다”며 “진행된 대장암은 70% 이상 환자가 증상을 느끼는데, 대장암이 발생한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른쪽 대장암이 진행되면 전신 무기력, 만성 실혈에 의한 빈혈 증상인 어지러움, 빈맥, 숨 차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하고, 체중이 감소하거나 우측 복벽에 암 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며 “왼쪽 대장암은 대장이 비교적 가늘고 소화물이 잘 정체되어 배변과 관련된 증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가장 정확한 검사는 대장내시경
대장암을 아예 발생하지 않게 하는 1차 예방은 불가능에 가깝고 정기적 검사를 통한 예방이 최선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 중에서도 대장내시경 검사가 의사가 직접 카메라로 대장 내부의 출혈 부위와 병변의 표면을 관찰하고 조직 상태를 파악할 수 있으므로 대장질환의 가장 정확한 진단법이다.
내시경 검사는 대장 용종의 발견에 매우 민감하고 발견된 용종을 즉시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검사 전 대장정결이 필요하고 수면내시경이 아닌 경우 불편감이 있으며, 암 등으로 대장 내강이 막혀 있으면 더 이상 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대장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 성적이 매우 좋다. 검진을 통해 선종 단계에서 용종을 발견하여 대장내시경으로 제거하면 대장암 발생 자체를 예방할 수 있으므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한 검진이 중요하다.
증상이 없는 저위험군은 45세 이후부터 매 5~10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울산대병원 정석원 교수는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포이츠-예거스 증후군,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등이 있는 경우와 가족 중 연소기 용종증, 대장암 혹은 용종,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이 있는 고위험군은 전문의와 상담 후 검사 방법과 검사 간격을 결정해 정기적인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종양 위치에 따른 수술 치료 방법
대장암 여부를 알기 위해 병원에서는 먼저 직장수지 검사를 실시한다. 전체 대장암의 약 3분의 2 이상이 직장과 에스상 결장(직장 위에 있는 S자 모양의 결장)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다 근위부(몸의 중심부에서 가까운 부위)에 있는 대장암을 관찰하려면 대장관장 사진(바륨 관장 사진)이나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정 교수는 “대장암 치료 방법은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르다”며 “암이 점막 안에 국한된 경우에는 내시경으로 충분히 절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장암이 점막 하층의 상층부까지만 침범했으면 내시경을 통해 절제한다. 그리고 잘라낸 면에 잔여 암 조직이 확인되지 않고 림프관이나 혈관에 침범한 증거가 없다면 추가 수술을 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추적 검사를 받으면서 경과를 관찰하면 된다. 내시경 시술의 가장 큰 장점은 수술을 피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점막 하층 이상을 침범하는 대장암은 수술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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