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블랙리스트'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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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 '기생충' 봉준호 감독,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는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였다.
2019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자, AFP통신은 "박근혜 정부 때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라 소개했다.
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각각 징역 2년과 1년2개월 실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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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 사설] 미디어오늘 1472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오징어게임' 황동혁 감독, '기생충' 봉준호 감독, '소년이 온다' 한강 작가는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였다. '채식주의자'로 2016년 한국인 최초 맨부커상을 수상했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역대 관례와 달리 축전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한강 작가가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누리꾼들 사이에선 박근혜정부의 '안목'이 뛰어나다는 촌평이 나왔다. 2019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자, AFP통신은 ”박근혜 정부 때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라 소개했다. 2022년 에미상 6관왕으로 역시 '최초'의 역사를 쓴 '오징어게임'의 성공까지 돌이켜보면, 소위 'K-블랙리스트' 전성시대다.
사법부는 2019년 1월 국내 첫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국가배상 1심 선고에서 예술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2022년 국정감사에 따르면 국가가 문화예술인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은 약 67억 원이었다. 지난해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으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위자료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박근혜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각각 징역 2년과 1년2개월 실형을 받았다.
이쯤 되면 K-블랙리스트들의 통쾌한 복수처럼 보일 수 있으나 김기춘조윤선은 윤석열정부에서 사면됐다. 이명박 정부 블랙리스트 논란의 중심에 있던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은 현 정부에서 다시 문체부 장관을 맡았다. 용호성 문체부 1차관은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작업 실무 담당자였다. 현 정부에선 웃자고 그린 고등학생 만화에 문체부가 '엄중 경고'하는 일명 '윤석열차'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웹툰협회는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행태를 거리낌 없이 저지르겠다는 소신 발언”이라며 정부를 비판했다.
적지 않은 문화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로 인해 제대로 무대에 설 수 없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우리는 여전히 블랙리스트의 시대를 벗어나지 못한 현실을 직시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한 전사회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한강 작가의 노벨상에 “위대한 업적이자 국가적 경사”라고 밝혔던데, 진정 한강 작가에게 축하의 마음을 보내고자 한다면, 국가권력이 저지른 블랙리스트 폭력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에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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