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못 하면 사형 당한다고?”···월드컵 ‘정치게임’ 흑역사 [추적자 추기자]
중동 국가인 카타르는 월드컵을 앞두고 동성애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 왔습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가 카타르 정부군이 동성애자들을 강제 구금하고 학대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가운데 유럽 등 서방 언론에서 해당 문제를 지적하며 이슈화시키며 정쟁화하고 있습니다. 카타르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 월드컵 홍보대사 칼리드 살만은 아예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동성애는 ‘정신적 손상’이라고 밝히며 불을 붙였습니다.
이에 맞대응해 잉글랜드, 프랑스, 독일 등 7개 국가대표팀 주장은 차별 반대의 의미로 무지개 로고가 그려진 원러브 완장을 착용하고 출전하겠다고 선언했고 덴마크는 국기와 후원사 로고가 보이지 않는 무채색 유니폼을 입겠다고 밝혔습니다. 월드컵 주최 측인 피파는 고심끝에 카타르를 자극할 수 있다며 이를 불허했고 대신 ‘차별금지’라는 글이 쓰인 완장을 제공했습니다.
선수들도 가만히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독일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이에 항의하는 뜻으로 입을 가리고 단체 촬영을 진행했고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 한쪽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피파가 사전에 이러한 월드컵의 정쟁화를 막고 있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과거 월드컵이 정치화의 도구로 쓰였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역사는 90여년 전인 2회 이탈리아 월드컵으로 거슬러 갑니다. 전 세계가 전쟁의 포화로 혼란스러웠던 1934년, 이탈리아는 월드컵을 개최하며 파시즘을 전 세계에 홍보하겠단 야심 찬 계획을 세웁니다.
베니토 무솔리니 이탈리아 총리는 월드컵 우승을 통해 이탈리아 축구의 위대함과 파시즘을 알리기 위해 갖은 방법을 썼습니다.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 선수를 귀화시키고 우승을 못하면 사형을 시키겠단 목숨을 건 압력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경기가 치러지는 내내 이탈리와 맞붙은 상대 팀의 라커룸에는 무장경찰과 군인들이 상주했고 심판 역시 이탈리아의 눈치를 보느라 편파판정을 내릴수 밖에 없었죠. 결국 체코슬로바키아와의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는 2대1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합니다. 결승전 후 체코슬로바키아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안타 자보는 “졌지만 우리 11명은 살았다”고 밝혔는데요. 얼마나 살벌한 월드컵이었는지 감이 잡히시죠?
이탈리아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이를 위해 아르헨티나는 우승이 절박했고 결국 제2의 이탈리아 월드컵 사태가 재현됐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편한 대진표를 위해 조직위원회를 매수했고 독재자 호르헤 비델라는 우승하지 못하면 총살이라는 협박성 명령으로 또다시 선수들을 압박했습니다. 꾸역 꾸역 승리를 챙겨간 아르헨티나는 결국 결승전에서 네덜란드를 꺾고 우승하며 목표하던 바를 달성하는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이벤트의 정치화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승부조작이나 심판매수와 같은 허무맹랑한 일들은 더 이상 없지만 이제는 국가들간의 정쟁으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도 미국등 많은 국가들이 중국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며 정치적 논란을 키운 바 있습니다.
과연 삐걱거리며 시작된 이번 카타르월드컵은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의 선전과 더불어 무탈하게 마무리되는 첫 중동 월드컵으로 기억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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