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투자 증가·수입 감소에 2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 3.3%

미국 경제가 기업 투자 증가와 수입 감소에 힘입어 올해 2분기에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미국 상무부

28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BEA)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연율 3.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속보치의 3.0%에서 0.3%p 상향된 수치이며 다우존스 전망치인 3.1%도 웃돌았다.

기업 투자는 1분기에 급증한 뒤 2분기에도 5.7% 증가했다. 운송 장비 투자가 상향조정됐고 지식재산권 제품 투자가 4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한 덕분에 당초 발표된 1.9%에서 크게 상향됐다.

또 다른 주요 경제 지표인 국내총소득(GDI)은 1분기 연율 0.2% 증가에 이어 2분기에는 4.8% 급증했다. GDP가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기준으로 한다면 GDI는 동일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득과 비용을 측정한다.

2분기에 기업 이익은 1.7% 증가했다. 기업 이익은 앞서 지난 1분기에는 2020년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한 바 있다.

순수출의 GDP 기여도는 약 5%p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1분기에 기업들이 관세 부과 전 대규모의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GDP를 끌어내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재화와 서비스는 GDP에서 제외되지만 소비 시에는 반영된다.

미국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인 소비 지출은 연율 1.6% 증가해 속보치의 1.4%를 웃돌았다. 1분기 소비 지출 증가율은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월마트, 홈디포 같은 주요 미국 유통업체들은 최근 실적 발표 자리에서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이 점점 매장 가격에 반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비자들이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며 낙관했다.

올해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기업들의 재고 비축 등이 GDP 수치를 왜곡해 온 만큼 이코노미스트들은 소비 수요와 기업 투자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민간 국내 구매자에 대한 최종 판매에 주목하고 있다. 이 지표는 2분기에 연율 1.9% 증가해 2개 분기 연속 같은 수준을 기록했고 속보치의 1.2%에서 상향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수의 연율 상승률은 2.5%로 속보치와 동일했다. 7월 PCE 데이터는 오는 29일 발표될 예정이며 시장은 이를 통해 3분기 초 소비 지출과 임금 상승에 대한 추가 단서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연준은 트럼프의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반등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회의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높은 관세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이제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언급했으나 고용시장이 약화될 위험을 고려해 9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일부 전문가들은 앞으로 소비자와 기업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정책에 적응해 가면서 미국 경제가 앞으로 완만한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시에 미국 기업들이 관세로 인한 비용을 흡수할지,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가할지 여부가 올해 미국 경제 전망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네이비페더럴크레딧유니온의 헤더 롱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긍정적인 소식은 소비가 당초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는 것”이라며 “미국인들은 관세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출을 이어가고 있지만 과거보다 완만한 속도”라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는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를 더욱 뚜렷하게 체감하면서 지출과 성장률이 약 1.5% 수준에 머무는 느린 속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씨티그룹의 베로니카 클라크와 앤드루 홀렌호스트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수정치는 경제의 일부 특정 부문을 제외하면 기본적인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바꾸지 않는다”며 “노동시장이 약화되고 관세 부담이 점점 더 활동을 짓누르면서 기초 성장세는 더 느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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