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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Story] SSG 랜더스 하재훈

조회수 2023. 10. 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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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자식 야구

2019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공개한 한 유튜브 영상에서 하재훈은 “(김)강민이 형 멋있는 남자예요. 상남자. 나는 하 씨니까 하남자”라고 말하며 그때부터 그의 별명은 ‘하남자’가 됐다. 보통 상남자의 반대 의미로 쓰이는 하남자는 멋이 없는 사람을 이르곤 하지만, 하재훈의 이름 옆에 쓰이는 하남자의 의미는 사뭇 다르다. 미국과 일본에서 야수로 선수 생활을 이어오다 투수로 KBO리그에 입성한 늦깎이 신인은 팬들과의 첫 만남에서 세이브왕을 목표로 내세웠다. 이후 곧바로 구단 최다 세이브 기록인 36세이브와 함께 자신과 팬들 사이 약속을 지켰다. 2021시즌 이후에는 속상함을 뒤로하고 다시 한번 야수 전향을 하며 이제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떠나는 하재훈의 비행. 목표 지점으로 무사히 착륙하기까지 난기류를 만날 수도 있겠지만, 그 모든 과정을 ‘하남자답게’ 이겨낼 거라 믿는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Seohyeon Kim Location Incheon SSG Landers Field

#안녕히 계세요? 안녕하세요!

<더그아웃 매거진>과 4년 만에 만났어요! 으쓱이 여러분께 자기소개하고 인터뷰 시작할게요. (9월 1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SSG 랜더스 하재훈입니다. 반갑습니다.

8월 30일 경기에서 수훈 선수 인터뷰를 마치며 ‘안녕하세요’라고 하던데 실수였는지 개그였는지 궁금해요. 이 장면 기억나나요?
기억나요. 그게 방송으로도 나왔나요? 솔직히 웃기고 싶은 마음 반 실수 반이었어요. 웃으셨죠? 그럼 성공이네요.

무더위가 한풀 꺾인 요즘인데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요?
지금도 목소리가 좀 안 좋은 것 같죠? 몸살감기 때문에 며칠 컨디션이 안 좋았어요. 사실 감기는 지금도 진행 중이에요. 열은 없는데 몸이 좀 처지더라고요. (그런데도 뜨거운 타격감을 유지하는 게 대단해요.) 몸이 안 좋아서 잘되고 있는 걸 거예요. (장난) (그럼 감기가 다 나으면 어떡하죠?) 그건 또 다 나아봐야 알죠. 그런 걸 물어보면 어떡해요~

최근 SSG도 치열한 순위 경쟁에 임하고 있어요. 가을을 맞는 선수단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안 좋은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올라왔어요. 비록 어제(8월 31일 키움전) 져서 아쉽긴 했지만, 최근에 연승도 했고 분위기는 좋아요. 우리 팀은 끝까지 한국시리즈에 가는 걸 목표로 하고 있으니 이 분위기가 꺾일 것 같지는 않아요.

#야잘잘 하남자

올 시즌 경기들을 돌아볼게요. 먼저 6월 6일 KIA전에선 1점 차에 슈퍼 캐치를 보여주면서 팀 승리를 지켰어요. 그 경기 결승타가 본인인 상황이었는데 당시에도 의식했나요?
의식하고 몸을 던지거나 하는 건 없어요. 그냥 경기에 집중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나오는 플레이라서요. 의식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제 눈앞에 그런 상황이 펼쳐질 뿐이에요. 그래도 솔직히 적시타를 치고 수비에 나가면 더 집중하게 되고, 또 타구가 저한테 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건 있어요.

최근 8월 26일 두산전에서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을 기록했어요. 동점 적시타였던 만큼 더 짜릿했을 것 같은데 직접 소감을 듣고 싶어요.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은 처음이라 감격했는데, 그 상황이 또 동점이 되는 소중한 안타여서 기쁨이 두 배였어요. 분위기도 더 불타오르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발이 빠르다고 해서 쉽게 나올 수 있는 기록은 아니잖아요.) 이 기록은 정말 운이 중요하죠. 제가 운이 좀 좋은 사람이려나요? 사실 제가 자주 다치니까 스스로는 운이 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 이런 데서 운을 쓰면 안 되는데, 아껴놔야 하는데…

다음날 경기(8월 27일 두산전)에서는 1홈런 포함 2안타, 그다음 경기(8월 30일 키움전)에서는 1홈런 포함 3안타를 기록했어요. 그 전 한 주간 안타가 없다가 3일 연속 홈런이 나왔는데 타격감이 좋아진 이유가 있을까요?
아까 말한 것처럼 아파서 그런 건 아니고요. 슬럼프라고 해야 할까요. 타격감이 가라앉아 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컨디션을 빠르게 끌어올리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코치님들이나 선배님들이 조언도 해주시고 혼자 운동이랑 타격 연습도 많이 하다 보니까 이제 드디어 올라올 때가 된 거죠. 한번 바닥을 찍었는데 더 내려갈 곳이 없었고요. 거기서 더 이상 어떻게 내려가요! 바닥이었는데 여기서 더 내려가려면 야구장을 기어 다녀야 하나? 이제 올라올 때가 되니까 올라온 거죠.

매 경기 더그아웃에 들어와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이 잡히는데 주로 누구와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
저는 항상 무슨 말이라도 하고 있어서 어떤 상황에 무슨 말을 했는지가 정확히 기억이 안 나요. 딱히 알맹이가 없는 말들이기도 하고요. 제가 말을 거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누구랑 얘기했는지도 기억 못 해요. 대화는 주로 강민이 형이나 (추)신수 형하고 해요. 제가 형님들이랑 얘기가 잘 통하거든요. 제가 또 말을 잘하잖아요. 잘 맞춰드리죠. 이 모든 게 사회생활 아니겠습니까?

질롱 코리아에서 호성적을 기록하며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가 컸을 텐데 시즌 전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못 들었어요. 어떤 생각으로 그 기간을 보냈는지 궁금해요.
다쳤을 때는 무척 아쉽고 막막한 마음이었는데, 그나마 다행인 건 스프링캠프에서 다친 거라 재활이나 회복에 완전히 집중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먹는 걸 정말 하나하나 신경 써서 먹었고요. 특히 우유를 진짜 많이 먹었어요. 뼈가 붙어야 하니까, 뼈에 좋다는 음식들은 시간 맞춰서 다 챙겼고요. 제가 라면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근데 우유 먹느라 배가 너무 불러서 라면 먹을 배가 아예 없을 정도였어요. 먹고 싶을 때 먹으려고 숙소에 컵라면도 서너 개 사 뒀는데, 정말 한 개도 손을 못 댔죠. 참으려고 참은 건 아닌데 우유 때문에 물배가 차서 안 들어가더라고요.

복귀 후에도 도루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말았어요. 늘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로 주변인이나 팬들에게도 엄청나게 걱정을 듣고 있잖아요.
“제발 하지 마” 이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냥 주변 모두가 호수비 안 해도 되니까 몸 날리지 말래요. 근데 경기 중엔 저도 그게 안 되거든요. 눈에 보이면 해야 하니까요. 경기 초반이나 점수 차가 있는 경기에서는 저도 몸을 날리고 싶고, 다이빙 캐치 보여주고 싶죠. 그런 게 프로선수 아니겠습니까.

밸런스 게임! 둘 중 더 멋진 나는? 강견으로 보살 잡는 나 vs 장타로 적시타 치는 나
보살? 멱살 잡는 거 말고요? (일동 황당) 근데 이건 다른 거잖아요. 어깨냐 타격 능력이냐인데, 타격이 좋죠. 타자니까 장타 쳐야죠. 보살 잡는 건 이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랜더스의 분위기 메이커

시그니처인 하재개그는 주로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건지, 참고 자료가 있는지 궁금해요. 혹시 메모장이 가득 찬 건 아닌지
준비하는 건 진짜로 하나도 없어요. 저는 그냥 말하다가 나오는 거고, 기억하고 있지도 않아요. (가장 반응이 좋았던 개그는 뭐였나요?) 음, 그런 게 있었나… (혹시 반응이 좋았던 적이 없었나요?) 에이, 엄청 많죠. 많아서 어떤 걸 말해야 할지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그냥 이렇게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니까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몰라요. 상대한테 ‘이게 개그인지도 모르지?’ 생각하면서 하는 거예요. 제가 밑밥을 잘 깔거든요? 왜냐. 밑밥을 잘 깔아야 개그에서도 계획대로 잘 터지잖아요. 사실 개그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건 밑밥을 잘 깔면 개그도 터지게 돼 있다는 거예요.

그럼 하재개그를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추. (단호) 맨날 “하지 마라~” 이러면서 뒤에선 큭큭거리고 있어요. (반면 절대 안 통하는 선수도 있나요?) 강민이 형한테는 잘 안 통하더라고요. 저는 신수 형이랑 강민이 형 둘 다 웃기고 싶거든요. 아직 연마가 덜 됐나 봐요. 내 사회생활이 부족했네.

재작년 구단 유튜브 영상을 보면 하재개그 때문에 선수들이 단톡방을 자꾸 나간다던데요.
그건 옛날얘기죠. 지금은 단체방에서 그런 말 안 해요. 제가 나이가 좀 있으니까, 이제는 어린 애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거기서도 제가 너무 무게감 없이 장난칠 수는 없잖아요. 그때는 저도 어려서 장난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좀 많이 늙었네요.

본지와의 이전 인터뷰에서 본인을 부드럽고 조용한 남자라고 소개했는데, 쓱튜브를 보면 늘 반대의 모습이에요. 방송용 텐션인가요?
혼자 있을 때는 조용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편이에요. 저는 항상 시끄러운 곳에서만 살아와서, 혼자 조용히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해요. 그래서 원정 가면 혼자 가만히 앉아있거나 ‘주몽’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커피숍에 앉아있고 그래요. (카페에 혼자 다니나요?) 신수 형도 원정 가면 커피숍에 같이 가서 조용히 각자 할 거 해요. 둘이 와서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요. 이제 ‘주몽’도 다 봤는데 뭘 봐야 할까요. ‘대장금’ 봐야 하나? (‘불멸의 이순신’은 어때요?) 그건 이미 다 봤죠. ‘허준’ 봐야 하나? 요즘 드라마들은 거의 16부작으로 짧잖아요. 예전 드라마들은 5~60부작씩 해서 몰아볼 수 있으니까 좋더라고요.

얼마 전 쓱튜브에서 진행한 짜파게티 대결에서 패배했는데 결과에 승복하나요?
솔직히 제가 실수했어요. 된장을 너무 많이 넣어서 짜파게티에서 된장 맛이 너무 나더라고요. 이런 된장! 된장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압도적으로 지지는 않았을 거예요. 9회 말 2아웃까지 아슬아슬하게 버텨볼 만했을걸요?

‘하부라 소바’에 투표해 준 임준섭, 안상현 선수는 맛으로만 평가한 게 맞을까요?
그럼 상현이의 사회생활이었네요. 준섭이 형은 제가 안쓰러워서 투표해 준 것 같고 상현이는 마산용마고 후배니까요. 안 찍으면 안 되죠. 안 찍었으면 화장실로 데려갔을 거예요. (장난)

함께 촬영한 추신수에 의하면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를 구사한다던데 사실인가요?
한국말이 안 돼서 그렇죠. 미국에서도 살았고, 일본에서도 3년 정도 살고. 스페인어는 제가 윈터 볼(미국 프로야구에서 선수들이 오픈 시즌 동안 경기를 하는 야구 연맹)이라고 겨울마다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에 세 번 정도 나갔거든요. 베네수엘라나 파나마에서 두세 달씩 살다 보니까 생존을 위해 언어를 익힐 수밖에 없더라고요. 통역 없이 그냥 “아미고(친구를 뜻하는 스페인어)!” 하면서 배웠죠. “올라(안녕을 뜻하는 스페인어)~” 하면서요. 일본 가서는 계속 “스미마셍”만 연발하면서 배웠어요.

10홈런 치면 진행하기로 했던 돌잡이는 어떻게 돼 가고 있나요?
제가 두 번이나 한 달에서 한 달 반씩 빠졌잖아요. 빠진 기간이 석 달 이상인데 10홈런은 못 치지 않을까요. 요즘 같은 타격감이라고 해도 연타석 홈런도 나오고 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려우니까요. 이미 글렀어요.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는데 직접 쓱튜브에 물어봐 주세요.

SSG는 유니폼이 굉장히 다양한 편인데 그간 입었던 유니폼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뭔가요?
스타벅스 유니폼이나 노란색 유니폼도 괜찮던데요? 노브랜드 유니폼하고 이마트 유니폼이요. ‘이거면 충분해(계열사 햄버거 광고 문구)’라는 말이 마음에 들어서 기억에 남더라고요.

‘써굴놈이랑 같이 산다고 고생이 많다’라고 아내에게 보낸 훈훈한 카톡 메시지가 화제가 됐어요.
제가 그랬어요? 써굴놈이 맞긴 하지만… 근데 왜 많고 많은 좋은 말 중에서 ‘써굴놈’을 강조하시는 거죠? (평소에도 애정 표현을 자주 하는 편인가요?) 자주 못 하죠. 연말이고 하니까 그런 때만 할 수 있는 거예요. 애정 표현도 자주 하면 안 돼요. (아내에게 영상편지 한번 할래요?) 아내요(안 해요).

지난 인터뷰 이후 4년 동안 아이들도 많이 컸을 텐데 근황을 전해줄 수 있나요?
애들이 무척 많이 컸어요. 첫째는 초등학교 3학년인데 남자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했어요. 차준환 선수처럼 만들려고요. 길쭉하게 잘생겼거든요. 둘째는 야구 해야죠. 아직 7살이라 잘 모르겠지만, TV로 야구를 보기도 하고 아빠가 하는 일에는 관심이 있어 보여요. 첫째도 야구를 시켰어야 했는데 아내가 “야구 아내(안 해)” 그래서… 아쉽더라고요. (가족들과 야구 얘기도 하나요?) 야구는 한 시즌 동안 계속 해야 하니까 한 경기마다 ‘잘했다’, ‘아쉬웠다’라는 얘기를 하게 되면 신경 쓰이잖아요. 그래서 집에서는 야구 얘기를 거의 안 해요.

#돌고 돌아 내 꿈

2021시즌을 마치고 다시 타자로 전향했어요. 투수로의 전향을 어렵게 결정했던 만큼 타자로 돌아오면서도 마음이 심란했을 듯한데 어땠나요?
되게 슬픈 얘긴데요. 2021시즌을 마치고 나서 더 이상 어깨가 안 된다고 하니까 전향하게 됐어요. 그런 얘길 들으면 전향할 수밖에 없잖아요. 사실 2019년에 지명받을 때도 저는 당연히 타자로 지명받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니, 사실 우리 팀만 저를 투수라고 생각했을걸요? 다른 팀들도 저를 다 야수로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투수로 지명받았을 땐 무척 속상했죠. 그래서 작년부터 타자로 전향하게 됐을 때도 원래 내가 하고 싶어 하던 포지션이었다고 생각하니까 더 열심히 할 수 있었어요. 예전에 내가 가졌던 꿈을 이제야 찾아가고 있으니 더 열심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타자가 되면서 응원가도 생겼어요. 호평이 많은 응원가인데 처음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요?
처음엔 별로이지 않나 싶었거든요. 그래서 바꿔줄 수 있냐고도 물어봤어요. 뭔가 가볍고 아기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요? 무게감이 없잖아요. (최)정이 형도 둥글게 둥글게 같은 귀여운 노래를 쓰지만 그건 모두가 다 아는 노래라서 괜찮은데, 제 노래는 다들 처음 들으실 거니까 좀 그랬죠. (타팀 팬들도 굉장히 좋아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요.) 그래요? 노래를 들으면 약간 날아다니는 느낌이에요. (율동을 마구 보여주며) 멜로디가 위에서 막 날아다니는 느낌? 저한텐 웅장하게 방방 울리는 스타일이 더 잘 어울리지 않으려나 싶었는데. 그래도 좋아하는 분들이 많다면 저도 좋아할게요.

작년 이맘때쯤 방송사 인터뷰에서는 타자보다 투수 시절의 성적이 더 좋았기 때문에 타자 하재훈의 만족도가 더 높다고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타자 하재훈의 만족도는 내년에 말씀드릴게요. 올해는 아직 몇 경기 안 뛰었잖아요. 지금까지로만 본다고 하면, 성적보다는 저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를 따져봤을 땐 지금이 더 좋죠. 기록 면에서는 당연히 투수 시절이 좋았지만, 흘러가는 과정을 보면 저는 야수가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과정을 봤을 때 확실히 저는 타자가 좋아요.

2019년 투수 하재훈과 2023년 타자 하재훈이 맞대결을 한다면 누가 이길 것 같아요?
타자 하재훈이 무조건 쳐요. 만약 제가 마운드에 올라가잖아요? 그럼 타자 하재훈은 무조건 직구만 노려요. 그냥 눈 감고도 칠걸요? 무조건 타자가 이기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무조건 이깁니다.

투수로 첫 세이브를 올린 날(2019년 4월 26일 KT전) vs 데뷔 첫 홈런을 친 날(2022년 5월 24일 롯데전) 중 더 기억에 남는 날은 언제였나요?
첫 세이브가 언제였는지 솔직히 기억도 안 나요. 그리고 사실 첫 홈런도 언젠지 기억 안 나요. 딱 상대만 기억나요. 롯데전에 찰리 반즈에게 쳤던 거요.

첫 홈런 친 날에는 어김없이 무관심 세리머니를 받았는데 베이스를 돌면서 예상했나요?
베이스를 돌면서 더그아웃을 보니까 아무도 안 나와 있더라고요. 그게 돌면서 다 보여요. ‘아~ 그런가보다~’ 하고 들어가서 저 혼자 만세 하면서 자축했죠.

8월 5일 서진용이 30세이브를 달성하는 마지막 아웃 카운트 공을 잡는 장면이 팬들에게 의미 있는 장면으로 꼽혔는데요. 막상 두 당사자는 별생각 없었을 것 같다는 추측이 있었는데 어땠나요.
저는 진용이가 그날 30세이브를 했는지도 몰랐어요. 동료 성적까지 다 제가 기억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제 발등에 불이 나서 누가 무슨 기록을 세웠는지 잘 몰라요. 그래도 진용이랑은 자주 얘기하는데, 이번에 첫 블론 세이브 했을 때 그래도 큰 짐을 덜어냈다고, 이제 구위도 더 좋아질 거라고 대화하기는 했어요.

서진용이 팀 내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거의 따라잡은 것에 대해 “기록을 깼으면 좋겠다. 나는 타자로서 다른 기록을 세우겠다”라고 인터뷰했더라고요. 타자로서 세워 보고 싶은 기록엔 뭐가 있나요?
홈런왕. 타격왕. 이 두 가지가 일단 기본적으로 하고 싶고요. 도루왕도 해보고 싶고 다 해보고 싶어요. 타점왕도 해보고 싶고요. 홈런을 한 마흔 개 정도 치면 홈런왕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근데 그러려면 공 좀 바꿔 주셨으면 좋겠어요. 진짜! 정말 안 나가요, 공이! 이것 좀 어디에 건의 사항으로 말할 수 없을까요? 진심이에요. 제가 미국 공 일본 공 다 쳐봤는데 한국 공이 정말 안 나가요.

보직을 두 차례나 바꾼 경험을 지닌 선수로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거나 비슷한 상황에 놓일 후배 선수에게 조언해 줄 말이 있다면?
저는 솔직히 떠밀려서 투수로 전향하게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투수를 두 번이나 하고 보직을 바꿨는데, 마지못해 한 거였어요. 근데 저처럼 떠밀려서 한 게 아니라, 진짜 내 신조를 지켰더라면 지금까지 계속 내 거를 하고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러니까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걸 해야 하는지 또 어떤 꿈을 가졌는지를 생각하고 그걸 위해서 달려갔으면 좋겠다고 전해주고 싶어요.

지난 인터뷰 때는 투수로서 편안함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현재는 타자로서 어떤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나요?
득점 찬스 때 주자를 무조건 불러들이고 싶어요. 타석에 들어서면 ‘아, 됐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선수이고 싶고요. 그래서 팬들에게는 역전 적시타처럼 중요한 순간에 잘 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으쓱이와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하고 인터뷰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 인사 많이 하네요. 이제 ‘마무리’ 투수도 아니라서 ‘마무리’ 인사 못 하는데… 큰일 났네. 저희 팀도 저도 조금 주춤했을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늘 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함성으로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이제 잔여 경기만 남아있는데 길어도 한 달이에요. 남은 경기에도 많이 찾아와 주셔서 응원해 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근데 이 인터뷰가 잔여 경기가 거의 끝나는 9월 말에 공개돼요.) 그래요? 아이, 그럼 다시 처음부터~ 그런 거였으면 빨리 얘기 해주시지, 다 얘기했는데 참~ (농담) 아무튼 저를 응원해 주시고 지지해주시는… 뭐야. 나 선거 나가나? 아무튼 으쓱이 팬 여러분의 응원과 성원 대단히 감사드리고요. 앞으로도 더 잘할 테니 더 많은 응원과 성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49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50호 (10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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