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전차·K9자주포 대량생산... 가성비 최고 ‘베스트셀러’ 돼”
장원준 산업연구원 박사가 말하는 K방산의 경제학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을 주로 수출하던 나라였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방산이란 새 수출품이 무대에 나섰다. 수주액 기준 방산 수출은 2010~2020년 한 해 20억~30억달러대에서 2022~2023년 연평균 150억달러로 급증했다. 올해는 200억달러가 목표다. K2 전차, K9 자주포, 다연장 로켓 천무, 레드백 장갑차, FA50 경공격기 등이 수출 베스트셀러다. 장원준(경제학 박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북한과 대치 중이라 지상전 장비 내수 규모가 큰데, 이는 많이 생산한 만큼 원가가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를 불러왔다”고 했다. 장 박사는 “글로벌 방산 1위 미국은 2015년부터 실리콘밸리에 국방혁신단(DIU) 등을 만들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방산이 흡수하고 있다”며 “K방산도 민간 첨단 기술을 적극 받아들여 수출까지 이어지게 할 방산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인 장 박사는 우리 정부가 ‘방위산업의 신성장 동력화’를 내세우며 싱크탱크인 산업연구원에 2011년 연구 조직을 만들 때부터 경제·산업 측면에서 방위산업을 연구해 왔다.
◇왜 방산 수출인가
-한국 방산, 저가 수출 아닌가.
“한국산 전차, 장갑차, 다연장 로켓 등의 가격은 비슷한 성능의 선진국 제품 대비 절반이나 3분의 1이다. 우리는 북한과 대치 중이라 지상전 장비 내수 규모가 크다. 많이 생산한 만큼 원가가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가 있다. 우리는 전차, 자주포, 장갑차 등을 수천 대 보유하고 있다. 반면 독일 전차는 레이싱 카처럼 몇 대씩 주문 생산하니 비쌀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우리는 폴란드에 K2 전차를 3년 만에 180대 공급할 수 있는데, 독일은 10년이 걸려도 쉽지 않다고 한다. 또 우리 군에 납품하려면 가혹한 시험 평가 조건을 통과해야 해 성능도 좋다. 그러니 해외에서 ‘가성비 좋다’는 말을 듣는다.”
-정부 지원 효과도 있었나.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주 국방’을 목표로 방산을 태동시켰다. 1970년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만들어 무기 국산화 연구·개발을 전담하게 했다. 특히 방산을 중화학공업과 연계해 경제 개발 계획의 일부로 발전시켰다. 정부가 분야별로 복수의 방산업체를 지정해 세금 감면, 금융 지원 등도 했다.”
-방산 수출의 ‘잠금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군에 납품하면 기본 30년은 쓴다고 본다. 30년 넘게 사용하려면 중간에 수리나 정비를 해야 한다. 계속 우리 제품을 쓰게 만드는 록인(lock-in), 즉 잠금 효과가 생긴다. 그래서 방산은 단순히 수출 수주액만 봐선 안 된다. 100억원어치 수출하면, 200억~300억원 가치가 수리, 정비 등으로 30~50년간 추가로 생긴다. 제품 가격은 전체 수익의 30%쯤이다. 우선 팔아 놓고, 그다음 긴 기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말이다.”
-글로벌 방산 주도국 변화도 컸다고 들었다.
“과거 러시아가 세계 무기 수출 2위를 유지했다. 시장점유율은 20% 이상이었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후 점유율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이집트, 인도, 베트남, 중동 등 러시아의 주력 수출국이 수입처를 바꾸고 있다. 미국, 유럽 제재로 러시아 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틈을 프랑스와 한국, 튀르키예 등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방산 골드러시, 지속 가능성
-K방산 수출 200억달러 가능한가.
“한국 방산은 최근 3년간 380억달러를 수주했다. 올 들어 약 90억달러를 수주했는데, 연내 폴란드, 루마니아 등서 100억~110억달러쯤 더 수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으로 유지가 더 중요한데, 세계 주요국이 국방 예산을 늘리는 추세다. 조사해 보니, K방산은 30여 나라에서 1200억달러 이상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
-국제 긴장이 풀리면 한국 방산이 타격받지 않을까.
“30년 탈냉전 시대가 끝나고 이제 신냉전 시대에 들어서는 초입이라고 보고 있다. 러·우 전쟁, 중동 불안 등이 완화돼도 신냉전 시대엔 미국, 나토, 한국 등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러시아, 중국, 북한 등 권위주의 진영의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안보 불안이 높은 동·북유럽, 중동,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방산 수출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
◇K방산의 미래 주역은
-현재 K방산은 대기업 주도다. 중소기업이 낄 여지가 있나.
“세계 방산 시장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주도한다. 전차, 전투기, 전함 등 무기 체계 완제품 위주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미국, 프랑스가 방산 강국이지만, 기업 수준으로 더 내려가면 미국은 록히드 마틴, 보잉, 노스럽 그러먼 등이 있고 프랑스는 다소, 탈레스 등이 있다. 그래서 우리도 당장은 대기업들이 방산 수출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없이 대기업만 있을 순 없다. K방산 생태계를 위해 방산 중소기업 육성은 필수다.”
-드론의 한국 경쟁력은 낮은데.
“러·우 전쟁 등을 계기로 현대전에서 드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군에선 드론을 개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면, 헬기나 미사일로도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드론이 필요하냐는 반론이 많았다. 여기에 엔진, 배터리 등 핵심 기술력 부족과 반복적 감사 등도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드론을 매우 중요한 전쟁 수단 중 하나로 놓고, 전문 업체를 선정해 핵심 부품 등에 투자해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스타트업 혁신 등을 방산이 어떻게 흡수해야 할까.
“미국이 국방혁신단을 2015년 실리콘밸리에 만들어 첨단 기술을 국방에 빠르게 접목했듯이, 우리도 각종 규제를 걷어 내고 AI(인공지능), 드론 등 분야에서 민간 첨단 기술을 국방 부문이 빨리 받아들일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K방산 경쟁력, 더 높이려면?
“미국이 최근 처음으로 국가방위산업전략서(NDIS)를 만들었다. 탄력적 공급망, 인력 양성, 유연한 무기 획득, 경제 안보 강화 등 네 가지를 우선순위로 제시했다. 우리도 K방산 생태계 강화를 위한 새로운 비전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민간 스타트업까지 포괄하는 광의의 방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수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미국, 테크 속도전으로 무기 개발 기간 1~2년으로 줄여”
장원준 박사는 “미국은 AI(인공지능), 드론 등의 분야에서 일어난 스타트업 혁신을 방산에서 받아들이기 위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며 “종전에 15~20년 걸리던 무기 개발을 불과 1~2년으로 줄이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국방과 스타트업 관계는.
“미 국방부가 2015년 실리콘밸리에 세운 국방혁신단(DIU)은 민간 테크 스타트업과 미 국방부를 연계하고 있다. 방위 계약 실적이 없던 민간 스타트업들이 전통적 무기 획득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방산 제품을 개발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스타트업이 5페이지 내외 약식 제안서를 DIU에 내는 것만으로 2~3개월 내에 계약이 이뤄진다. 계약 후 2년 안에 시제품을 개발해 시험 평가를 통과하면 양산 계약까지 이뤄진다. 통상 무기 개발에 15~20년 걸렸는데, 1~2년 안에 시제품을 만들고 괜찮으면 곧바로 양산하는 체제로 바뀐 것이다.”
―어떤 성과를 올렸나.
“DIU는 2016~2023년 민간 기업에서 제안서 6628건을 접수했고, 450건은 신속 시제품 개발 사업으로 계약했다. 이 중 69건의 시제품 개발이 완료됐고, 62건은 후속 양산 사업 계약이 체결됐다. 최근 기업 가치 140억달러(약 18조8800억원)를 넘어섰다는 안두릴 같은 회사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곳이다. 드론 방어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회사다. 미국 최고 방산 AI 기업으로 꼽히는 팰런티어도 마찬가지다. AI, 첨단 통신, 자율 주행 드론, 우주 기술 등을 적용해서 방산을 무인화, 스마트화하는 게 새롭고 중요한 트렌드다. 미국에선 이런 분야에서 많은 방산 스타트업이 활동하고 있다.”
―한국은 뭘 배워야 하나.
“프랑스, 영국 등도 미국을 뒤따라 민간 첨단 기술을 국방 분야에 접목하기 위한 조직을 신설했다. 우리도 신속 소요와 신속 시범 제도를 도입하고 국방 AI센터 등을 신설했다. 하지만 아직 미국, 우크라이나와 같은 절박감이 부족하다. 아직 초기 단계고 답답한 측면이 있다. 더 빨리 움직일 필요가 있다.”
:장원준 박사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공군대학원(AFIT)에서 군수관리학 석사 학위, 서울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장 박사는 2011년 산업연구원 내 방위산업팀 창설 멤버다. 장 박사는 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부장 등을 거쳤고, 한국혁신학회 감사,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1년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소(CSIS)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규모의 경제
규모의 경제는 생산량을 늘릴수록 제품 한 개당 생산 비용이 낮아져 수익이 높아지는 것을 뜻한다. 대량생산을 할 수 있으면 제품 하나당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원가가 낮아지면 가격도 낮출 수 있다.
▶함께 보면 좋은 영상 (”K방산주 ET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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