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술 할인 판매 허용했지만… “대형마트의 상시 염가 판매는 안 돼”
국세청, 주류 관련 고시 개정 추진
하반기 주류 거래 질서 점검 집중 단속
‘술 무료 제공’ 홀덤펍 실태 파악도

국세청이 주류 가격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음식점과 편의점 등 소매점이 고객에게 공급가격보다 싸게 판매하는 것을 허용했다. 다만 대형마트 등이 상권 장악을 위해 상시적으로 술을 염가에 판매하는 행위나, 일부 편의점에서 암암리에 하는 ‘현금 페이백’ 등 변종 할인 판매 행위에 대해선 주류거래질서를 해친다고 보고 규제할 방침이다.
국세청은 음식점 및 소매점에 대해 주류 할인 판매를 허용한 것이 시장 혼탁으로 변질되는 것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하반기 주류 거래질서 점검 집중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술을 무료로 제공하고, 게임 칩을 현금 등으로 환전해주는 사행성 홀덤펍에 대한 실태 파악 및 점검도 함께 추진한다.
3일 국세청에 따르면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지난달 26일 국세청에 서면으로 ‘주류소매업자의 소비자 대상 가격할인 가능 여부’에 대해 질의했다.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제2조 3항 ‘주류소매업자는 주류거래질서 확립을 위하여 주류를 구입가격 이하로 판매할 수 없다’는 규정의 ‘주류거래질서 확립을 위해’라는 문구가 ‘가격 할인 금지’의 목적인지, 주류거래 질서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의 가격 할인은 허용한다는 의미인지 모호하다며 유권 해석을 요청한 것이다.
국세청은 해당 질의에 대해 “소매점, 음식점 등 주류 소매업자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주류를 구입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할인해 판매할 수 있다”면서 “다만,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염가판매, 가격할인과 관련해 본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거래처에 전가하는 행위 등 건전한 주류거래질서를 저해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주류거래질서를 손상하지 않는 수준에서의 가격 할인은 허용한다는 답이었다. 이 같은 유권 해석에는 소매점의 주류 할인 경쟁을 활성화해 물가 안정을 도모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세청이 단서조항으로 내건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염가판매’를 어디까지로 봐야할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자본력을 동원해 대형 유통 체인이 골목상권을 잠식하는 행위는 규제 대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국세청 관계자는 “마케팅 차원에서 일시적으로 공급가격보다 싸게 할인 판매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대형마트 등이 상권 장악을 위해 자본력을 동원해 주류를 상시적으로 싸게 팔아 골목상권 소상공인에 피해를 주는 것은 기본적으로 금지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고시에 기재된 문구를 놓고 논란이 벌어진 만큼, 해당 고시에 대한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업계와 소상공인 의견 등을 반영해 주류 관련 고시의 전면 개정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주류에 대한 할인 판매를 허용한 유권 해석 이후 시장에 출혈성 주류 할인 판매가 무분별하게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주류거래질서 확립 집중 단속’도 하반기에 진행할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주류 소매 판매에 대한 할인 판매 허용이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잠식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면서 “규제 틈새를 악용한 변칙적인 영업 등 주류 거래질서에 위반하는 행위에 대해 하반기 집중 단속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하반기 단속 기간 소비자에게 페이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주류를 싸게 판매하는 변종 할인 판매 업체에 대해서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최근 일부 편의점 매장에서는 편의점 본사가 진행한 할인 판매 대상 와인을 대량으로 확보한 뒤, 할인 행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할인가의 차액을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변종 할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 국세청은 이 같은 변종 판매 수법을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염가 판매’로 간주하고 제재할 방침이다.
주류·유통업계에서는 국세청이 유권해석과 함께 제시한 단서 조항과 하반기 집중 단속을 계기로 대형 편의점 체인이 장기간 진행 중인 ‘맥주 6캔 9900원’과 같은 초특가 할인 행사가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품 할인 판매는 물가 안정으로 소비자 후생은 늘리지만, 경쟁 업체의 고객을 빼앗는 양면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민간 기업의 자율적인 가격 결정에 대해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종 할인 판매와 관련해서도 매장 점주가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류 상품을 저가에 대량 매입한 뒤, 장기간 할인 혜택 제공으로 고객을 유치하는 게 제재 대상이 되느냐는 의견도 있다.
국세청은 집중 단속 기간 최근 유흥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홀덤펍에 대해서도 주류 판매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홀덤펍은 술을 마시면서 ‘텍사스 홀덤’이라고 불리는 카드게임을 하는 매장을 말한다. 통상 일반음식점으로 영업 신고를 한다.
초기에는 ‘바’나 ‘펍’ 등 술 판매를 주로 하는 매장에서 고객끼리 카드게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최근 들어서는 참가비를 내고 카드게임에 참여한 사람끼리 경쟁해 최종 우승자에게 상금이나 경품을 지급하는 사행성 도박장처럼 운영하는 곳이 많아졌다. 불법 도박장 형태로 운영되는 홀덤펍은 카지노처럼 게임 참가자에게 술을 비롯한 음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매장 방문객에게 주류를 무료로 제공하는 행위는 주류질서 고시에 위배된다”면서 “불법 도박과 환전 과정에서 탈세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도 홀덤펍에서 칩을 환전해주거나, 경품으로 교환해주는 행위를 불법행위로 간주하고 올 연말까지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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