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저온 원자 이용, 중력 미세변화 10배 정밀 측정 가능
지하수·석유 탐사부터 행성 내부 구조 규명까지 활용 기대
[이포커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구 땅속 깊은 곳은 물론 다른 행성의 내부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극저온 상태의 '원자 구름'을 이용해 중력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는 세계 최초의 '우주용 양자 중력 센서'가 그 주인공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숨겨진 지하수나 석유 매장량 탐색, 지각 변동 연구, 나아가 외계 행성의 내부 구조를 파악하는 데까지 활용돼 우주 및 자원 탐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NASA 및 외신들에 따르면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여러 협력 기관과 함께 '양자 중력 경사계 경로 파인더(QGGPf)'라는 이름의 이 장비를 개발 중이다.
QGGPf는 중력의 미세한 차이를 측정하는 '중력 경사계'의 일종이다. 지구의 중력은 완벽하게 균일하지 않다. 지각 활동, 빙하의 형성 및 소멸, 대수층(지하수를 품은 지층)의 물 양 변화 등 다양한 지질학적 요인에 따라 지역별로 중력값이 미세하게 달라진다.
이러한 중력의 미세 변화는 지구 표면 아래 숨겨진 구조나 자원의 분포를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QGGPf는 바로 이 미세한 중력 차이를 우주 공간에서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 개발됐다. 핵심 원리는 루비듐 원자를 절대영도(섭씨 영하 273.15도)에 가깝게 냉각시켜 입자가 아닌 파동처럼 행동하게 만드는 '양자 역학'에 기반한다.
제이슨 현 JPL 지구과학 수석 기술자는 NASA 발표 자료를 통해 "원자를 이용하면 히말라야 산맥의 질량까지 측정할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QGGPf는 극저온 상태로 만든 두 개의 원자 구름(시험 질량)을 자유 낙하시켜 중력 차이에 따라 미세하게 달라지는 낙하 속도를 비교 측정한다. 특정 위치에서 원자 구름의 낙하 속도가 더 빠르다면 그 지점의 중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의미다. 이 미세한 가속도 차이를 통해 중력 이상 현상의 위치와 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 소속 물리학자 성웨이 치우는 "원자를 사용하면 모든 측정값이 동일함을 보장할 수 있고 외부 환경 변화(소음)에도 덜 민감하다"며 기존 중력 센서 대비 양자 센서의 뛰어난 정밀성과 반복성을 강조했다.
QGGPf는 기존 중력 센서보다 민감도가 10배 이상 높을 것으로 NASA는 예상하고 있다. 이는 더 선명하고 정확한 중력 지도를 생성해 지구 내부 구조와 자원 분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탐사의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첨단 센서는 우주 장비 기준으로는 비교적 소형인 '여행 가방 크기'(무게 125kg, 부피 약 0.25세제곱미터)로 제작되고 있다. QGGPf는 오는 2020년대 말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첫 임무는 기술의 우주 환경 작동 가능성을 검증하는 '패스파인더(Pathfinder)' 역할에 초점을 맞춘다.
JPL의 벤 스트레이 박사후연구원은 "이런 종류의 장비를 우주로 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실제 우주 환경에서 어떤 성능을 발휘할지 확인하는 시험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QGGPf가 성공적으로 기술 검증을 마치고 본격적인 관측 임무에 투입된다면 지구의 물 순환과 자원 분포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상세하게 파악하는 것은 물론 달이나 화성 같은 다른 천체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는 방식에도 혁신을 가져올 전망이다.
양자 기술이 우주 탐사의 영역을 또 한 번 확장시키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포커스 곽경호 기자 kkh@e-focus.co.kr
#NASA #중력지도 #이포커스
Copyright © 이포커스.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