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방송장악' 뒤엔 공언련 출신 권익위원...이해충돌 논란

박재령 기자 2024. 10. 1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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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 카르텔 추적 ⑩] 5개 언론사 공동기획
공언련 가맹단체가 권익위에 신고한 文정부 공영방송 이사들
3인 구성되는 2분과위 심의에 공언련 출신 홍세욱 위원 포함
전문가들 "이해충돌 소지 상당…공정한 심의 기대할 수 없어"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홍세욱 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위원이 2020년 8월 박성중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과 변호사단체 대표로서 부동산 관련 법률 폐지 청원서 제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보수성향 시민단체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발기인 및 법률지원단장 출신 홍세욱 비상임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위원이 공영방송 이사들에 청탁금지법 위반을 내린 권익위원 3인 중 1인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신고들이 MBC 제3노조 등 공언련 참여(가맹)단체인 공영방송 소수노조에서 이뤄진 것이라 홍세욱 위원에게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권익위 분과위원 명단을 언론장악 공동취재단이 분석한 결과 남영진 전 KBS 이사장,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 유시춘 EBS 이사장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을 결정한 권익위 2분과에 홍세욱 위원이 모두 속해 있었다. 2분과위원 3인(정승윤·홍세욱·최진영) 중 최진영 비상임위원은 이후 한삼석 상임위원으로 교체됐지만 정승윤 부위원장과 홍세욱 위원은 자리를 유지했다.

▲ 윤석열 정부 권익위 공영방송 조사 사례. 그래픽=안혜나 기자

권익위는 전원위원회 산하에 분과위원회와 소위원회를 두는데 분과위는 부패방지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분과위는 출석위원 전원 찬성으로 의결하며 의견이 갈리거나 전원위 의견을 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만 전원위에 안건을 상정한다. 공영방송 이사 관련 안건은 모두 전원위에 상정되지 않았다.

규정에 따르면 분과위원 선정은 위원장이 하지만 명확한 기준 없이 위원 간 의견 조율을 통해 분과위원 선정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사무처에서 안을 우선 마련하며 현재 분과위원장은 윤석열 대선 캠프 출신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다.

공언련 출신 권익위원이 공언련 가맹단체 신고 심의

홍세욱 위원은 윤석열 정부 이후 출범(2022년 6월)한 보수성향 시민단체 공언련의 발기인, 이사회, 운영위원회, 법률지원단장에 이름을 올렸다. 공언련은 보수성향의 KBS노동조합, MBC제3노조와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 등을 가맹단체로 두고 있는데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은 홍세욱 위원이 만든 단체다. 홍세욱 위원은 공언련 출범 3개월 뒤인 2022년 10월 국회 추천으로 권익위 비상임위원이 됐다.

▲ 홍세욱 권익위 비상임위원. 권익위 홈페이지 갈무리

남영진 전 이사장과 권태선 이사장을 권익위에 신고한 주체는 각각 KBS노동조합과 MBC 제3노조로 공언련 가맹단체다. KBS노조는 2023년 7월, MBC 제3노조는 2023년 9월 두 이사장을 동일하게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권익위는 2분과위 회의를 거쳐 40일, 62일 만에 두 이사장에 대한 청탁금지법 위반 결론을 내렸다. 공언련 출신 권익위원이 공언련 가맹단체가 접수한 신고를 그대로 심의·의결한 것이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18조 2항에 따르면 분과위 심의·의결 이해당사자는 위원에게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 위원 본인 역시 이러한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스스로 심의·의결을 회피할 수 있다. 이외에도 위원이 해당 사안에 관해 증언, 감정, 법률자문을 한 경우나 당사자의 대리인으로 관여하거나 관여했던 경우 회의에서 제척된다.

보수단체들 법률자문 '핵심역할' 했던 홍세욱 권익위원

홍세욱 위원은 공언련 등 보수단체들의 공영방송 사장 고발 등 법률 활동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활동했다. 2022년 7월27일 공언련은 KBS, MBC 등 공영방송 사장과 주요 간부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는데 당시 기자회견에 홍 위원이 등장해 고발 취지를 밝혔다.

▲ 2022년 7월 홍세욱 변호사와 최철호 당시 공언련 상임운영위원장이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공영방송 사장 간부 직권남용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뉴데일리 홈페이지 갈무리

2022년 7월29일 박성중 당시 국민의힘 의원과 공언련이 공동으로 주최한 '문재인 정권 공영언론인 블랙리스트,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 토론회에 참석한 홍 위원은 “지난 수요일 저희가 KBS, MBC, 연합뉴스에 대해 고발을 진행했다”며 “KBS의 경우 부당노동행위 (중략) MBC, YTN, 연합뉴스의 경우 업무방해죄로 고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홍 위원은 “MBC 제3노조, KBS노동조합, 여기 계신 분들은 아무래도 그 당시 문재인 정부에 반하는 기사들을 많이 작성하시던 분들이고 사실 그게 어떻게 보면 공정언론”이라며 “그런 공정언론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거슬리기 때문에 이 기자들을 배척한 걸로 보인다. (중략) 제가 말씀드린 (고발) 사유에 대해선 계속 조사를 하고 있고 조사가 이뤄지는 대로 추가 고발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22년 11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과 새미래포럼, 자유언론국민연합이 국회에서 개최한 '방송구조 정상화! 현황 및 문제점 그리고 정책방안' 토론회에도 홍 위원이 참석했다. 이후 2023년 4월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위원장 김한길)가 출범시킨 '국민통합과 미디어 특별위원회'에 위원으로 선임됐으며 2023년 6월 공언련이 KBS 이사들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건에도 법률지원단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 2022년 7월 박성중 의원과 공언련 공동 주최한 '문재인 정권 공영언론인 블랙리스트,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왼쪽에서 세번째 앉은 인사가 홍세욱 변호사. 유튜브 젊은시각 갈무리

홍 위원은 보수성향 인터넷언론 '뉴데일리'에 기명 칼럼을 연재했는데 <줄여야 할 것은 종편이 아니라 '불공정' 공영방송>(2022년 4월), <민노총 언론노조는 주관적 양심과 직업적 양심을 구분 못하나>(2022년 7월) 등 공언련 성명과 유사한 논리로 공영방송을 비판한 내용이 있다. 공언련의 전신인 '20대 대선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의 모니터링 보고서도 다수 인용했다.

전문가들은 홍 위원에게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희영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는 “권익위법에 명시된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에 명백하게 해당된다. 회피 대상이라 본다”며 “최근 권익위가 특정 진영의 사람들끼리 짜고 치는 식으로 돌아간다는 비판이 있지 않나.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순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도 “권익위 이해충돌 규정이 강한 편이 아니라 법적으로는 검토가 필요하다”면서도 “윤리적 측면에서 부적절하고 바깥에서 볼 땐 불공정한 심의·의결이 이뤄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거칠게 보면 고발사주랑 다를 게 없다. 권익위를 장악해 놓은 다음 공언련 쪽에서 신고하면 받아서 심의·의결하라고 시킨 걸 수도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언론장악 '도우미' 역할 권익위… 홍세욱 “규정 따라 했을 뿐”

홍세욱 위원은 규정에 따라 심의했다며 이해충돌 소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11일 공동취재단과 통화에서 홍 위원은 “규정에 따라 했고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근거를 설명드리기까지는 좀 그렇고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진행을 했다”고 말했다. 분과위원 선정에 대해선 “그것은 위원장, 사무국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거까지는 (모른다), 제가 행정 쪽을 담당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홍 위원은 이어 “공언련에서 발기인 이후 실질적 활동을 하지 않았다”며 “활동을 안 했는데 공언련에서 계속 이름을 넣어 예전에 한 번 빼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권익위원 임기 중에 참석한 공언련 주최 토론회 같은 경우 “요청이 들어오면 나갈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공식적인 직책(권익위원)과 그것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권익위는 정권 유불리에 따라 선택적 조사 및 발표에 나서며 공정성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위촉된 정민영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에 대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신고는 10일 만에 법률 위반 결론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반면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 신고(이해충돌방지법 위반)는 7개월 넘게 시간을 끌다 법률 위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방심위로 사건을 송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권익위 출신의 방통위원장(직무대행) 선임도 반복됐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은 지난해 12월 권익위원장 신분으로 방통위원장 후보에 지명됐으며 김태규 현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도 7월까지 권익위 부위원장 신분이었다. 이에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회의에서 “권익위는 방통위 인큐베이터인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유시춘 EBS 이사장(왼쪽부터),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을 비롯한 공영방송 이사 등이 2023년 8월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직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공영방송 장악 중단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공영방송 이사들의 권익위 조사 역시 공영방송 이사회 구조를 여권 우위로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지던 중 나왔다. 권태선 이사장은 공동취재단에 “당시 권익위가 (청탁금지법 위반)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무엇이 문제인지 밝히지 않았다”며 “이런 결정을 누가 내렸나 황당하게 생각했는데 이런 분이 했다고 알게 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유시춘 이사장도 “정황으로 미뤄보면 저를 해임하기 위해 여권 측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 이렇게까지 EBS를 정쟁의 한복판으로 몰고 가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천준호 의원은 공동취재단에 “권익위가 윤석열 정권 방탄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또 드러났다”며 “공언련 쪽 단체들이 신고를 넣고, 그 단체 인사가 사건을 의결한 것이다. 사실상 고발사주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 미디어오늘·뉴스타파·시사IN·오마이뉴스·한겨레
취재 : 박재령(미디어오늘), 박종화·연다혜(뉴스타파), 문상현(시사IN), 신상호(오마이뉴스), 박강수(한겨레) 기자.

▲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 미디어오늘·뉴스타파·시사IN·오마이뉴스·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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