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가박스 운영사인 메가박스중앙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롯데시네마(롯데컬처웍스)와의 합병 논의는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대신 회생법원 주도의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 부담을 덜어낸 뒤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는 '인가 전 M&A'가 현실적인 해법으로 부상하고 있다.
메가박스 회생 신청... '인가 전 M&A' 매물로 나올까
16일 IB(투자은행) 및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앙그룹 핵심 계열사인 콘텐트리중앙과 자회사 메가박스중앙은 최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회생절차는 재정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법원의 관리 아래 채무를 조정하고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제도다.
이번 회생 신청에 따라 기존에 진행 중이던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의 합병 논의는 사실상 중단되는 수순을 밟게 됐다. 회생절차에 돌입하면 법원이 기업의 자산과 채무를 관리하게 돼 기존 기업가치와 지분율을 전제로 한 합병안의 전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5월 양사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관련 논의를 이어왔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기업가치(밸류에이션) 평가와 지분율 배분 등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으며 극장 업계의 부진이 장기화되자 외부 자금 조달도 불발되면서 협상이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시장의 관심은 법원이 추진할 수 있는 '인가 전 M&A'로 이동하고 있다. 인가 전 M&A는 회생계획 인가 이전에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회생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인수자가 투입한 자금을 바탕으로 회생계획안이 수립되고, 채권단 채무 조정과 출자전환 등이 함께 이뤄진다. 결과적으로 과도한 금융부채와 우발채무 부담이 상당 부분 정리된 상태에서 기업가치가 다시 평가될 수 있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기존 재무구조를 그대로 떠안기보다 구조조정을 거친 사업 기반과 영업 경쟁력을 중심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모회사인 콘텐트리중앙 역시 회생절차에 들어간 상황에서 그룹 차원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외부 자본 유치가 불가피하다"며 "회생절차를 거치며 메가박스의 기존 부실 채무가 상당 부분 탕감되겠지만, 인수자는 유상증자 등을 통한 신규 자금 투입 계획을 제시해 법원과 채권단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시네마, 원매자 재등장 가능성도
인가 전 M&A가 본격화될 경우 법원 주도의 M&A 공고 이후 사모펀드나 극장 체인 등 복수 잠재 인수자가 참여하는 공개 입찰 절차를 거친다. 가장 유력한 원매자는 기존 합병 파트너였던 롯데시네마다. 롯데시네마는 이미 메가박스의 사업 구조와 재무 현황에 대한 실사를 상당 부분 진행한 데다, 양사 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 역시 충분히 검토해 온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생 신청으로 인수 조건은 이전보다 유리해질 전망이다. 기존 합병 논의에서는 밸류에이션 산정과 지분율 배분을 두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그러나 인가 전 M&A로 절차가 전환돼 대규모 채무 조정이 병행되면 메가박스의 기업가치 눈높이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롯데시네마 입장에서는 과거 협상했던 조건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를 타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그러나 이 경우 가장 큰 변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다. 앞서 양사가 합병을 추진하던 당시에도 합산 관객 점유율이 약 55%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독과점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반면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이라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공정위는 과거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이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회생불가회사'로 판단하고 기업결합을 승인하기도 했다. 경쟁 제한 우려가 있더라도 해당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고 다른 대안이 없다고 판단될 경우 예외적으로 결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한 M&A 전문 변호사는 "회생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독과점 예외가 자동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극장 산업 전반의 침체와 메가박스의 경영상황 등을 고려할 때 공정위가 부실회사 항변을 검토할 여지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메가박스와의 합병 논의 및 인수 가능성에 대해 롯데 지주 측은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공식적으로 추가 확인해 줄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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