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해도 안팔려"…유통재고에 삼성전자도 반도체 감산 불가피

오문영 기자 2023. 1. 2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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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캠퍼스 2라인 전경./사진제공=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재고를 줄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좀처럼 성과가 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활한 공급을 위해 의도적으로 쌓아뒀던 재고가 유례없는 수요 절벽을 맞아 중장기 리스크로 전환된 모습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삼성전자의 '감산은 없다' 전략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다. SK하이닉스는 추가 감산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유통재고는 당초 시장 예측보다 더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D램 유통 재고 일수는 스마트폰용이 7주, 서버 및 PC용이 13주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달 전후의 적정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공급 업체의 지난해 말 기준 D램 보유 재고도 15주 정도(3분기 기준 11주)로 예상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한 인사는 "4분기에 칩 가격을 낮추며 공격적인 판매를 감행했음에도 재고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게 문제"라며 "서버용 D램이나 공급업체 재고 규모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메모리 칩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높은 수준의 유통재고는 고객사의 추가 할인 요구, 공급업체 간 재고 소진 경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해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거래 가격이 이미 한계 원가까지 하락한 낸드와 달리 D램은 아직 제품 가격이 손익분기점 수준보다 높게 거래되고 있다"라며 "올해 상반기 동안 D램 가격이 추가 하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올해 1분기에 최대 20%, 2분기에 최대 10% D램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존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실제 가격은 이를 하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1분기 서버향 D램 판매량도 역대 최악의 상황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전략에 변동이 생길지 관심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인위적 (메모리) 감산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경기 불황 속에서 경쟁사들이 줄줄이 감산을 선언한 상황에서 공격적 행보를 예고한 것이다. 하지만 예상보다 시장 수요가 부진하면서 오는 31일 실적발표에서 변화한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영업익이 전년 대비 69% 줄었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률이 10% 초반대였던 낸드플래시사업은 적자를 거둔 것으로 추측되고, 내년 1분기에는 D램 사업 역시 적자전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 메모리 사업 부문의 적자 기록은 2009년 1분기가 마지막이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1분기부터 생산라인 재배치, 신규증설 지연, 미세공정 전환 확대 등을 통해 간접적인 감산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삼성전자의 간접적 감산이 현실화하면 그 효과는 2~3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라 말했다. 김 연구원은 "하반기 글로벌 D램, 낸드 공급의 7% 축소 효과가 예상된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메모리업체들은 이미 불어난 재고량을 감당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7년 만에 적자로 전환했고, 2위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적자를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크론은 2023년 1분기(2022년 9~11월) 2억900만달러(약 27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1조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추가 감산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시장 수급 상황이 정상화할 때까지 투자 축소와 감산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시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됐던 올해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고,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여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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