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위성라디오 기업 시리우스XM 지분 확대…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위성 라디오 회사 시리우스XM 지분을 확대했다.
14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버크셔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9~11일 네 차례에 걸쳐 시리우스XM 지분 약 360만주를 8700만달러에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버크셔는 시리우스XM 지분 32%를 보유하게 됐다.
버크셔의 지분 확대는 억만장자 존 말론이 운영하는 리버티미디어가 지난달 초 트래킹 주식을 시리우스XM과 통합하는 거래를 마무리한 후 이뤄졌다. 해당 거래는 자신의 미디어 제국을 재편하기 위해 말론이 취한 조치 중 하나다. 애틀랜타브레이브스 야구팀 구단주이기도 한 말론은 리버티미디어에서 팀을 별도의 상장사로 분리했는데 버크셔도 이에 대한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버크셔는 2016년에 리버티미디어의 트래킹 주식을 처음으로 매입했다. 이후 통합 계약이 발표된 올해 초부터 시리우스XM의 트래킹 주식을 대거 매입하기 시작해 합병에 따른 차익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버핏은 해당 거래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 또 버핏이 이번 거래에 관여했는지, 투자 부문 후계자로 알려진 테드 웨슐러와 토드 콤스의 결정에 따른 것인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투자전문 매체 배런스는 이번 투자를 웨슬러가 주도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시리우스XM의 주로 자동차 내에서 사용되지만 회사는 플랫폼 확장을 모색 중이다. 6월 말 기준 315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보유 중이었다. 버핏은 시리우스XM을 통해 프랭크 시나트라, 엘라 피츠제럴드 등 1950~60년대의 팝스타 곡을 즐겨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우스XM은 주요 사용층 고령화, 가입자 감소 및 실적 부진으로 고전해왔으며 월가에서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주식이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시리우스XM을 커버하는 14명의 애널리스트 중 5명만 ‘매수’의 투자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 주 JP모건의 세바스티아노 페티 애널리스트는 장기 성장과 폭 넓은 사용자층 공략 능력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시리우스XM에 대해 ‘비중 축소’의 투자의견을 냈다. 또 페티는 리버티미디어와의 통합 거래로 2027년까지 자사주 매입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고 이는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시리우스XM의 12개월 예상 수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8배이며 배당수익률은 약 4%다. 이날 버크셔의 지분 확대 소식에 시리우스XM 주가는 8% 상승했다. 그러나 연초 대비 5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버크셔가 주요 미디어 기업 지분을 대규모로 마지막으로 사들인 것은 2022년 의결권이 없는 파라마운트글로벌의 클래스B 투자다. 그러나 버크셔는 올 5월 이 투자에서 큰 손실을 봤고 주식을 전량 처분했다고 밝혔다. 버핏은 파라마운트 투자 실패로 사람들이 여가 시간에 무엇을 우선시하는지에 대해 고민해 보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버크셔는 3분기 미국 주요 은행 실적 발표를 앞두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지분을 추가로 팔아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내려갔다. 버크셔는 지난주 세 번에 걸쳐 BofA 주식 950만주 이상을 매각했고 지분율은 9.987%로 떨어졌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