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게임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Chat GPT 등장으로 전 세계가 AI 기술에 시선을 집중하면서 국내 게임업계 AI 기술 사업도 활력을 되찾았다. 현재 AI 기술을 게임 개발에 어떻게 접목시키고 어떤 상업화 모델을 창출할 지 연구 중이다.
국내 게임업계는 수년 전부터 AI 기술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국내 대표 게임사 엔씨소프트는 250명 규모, 넥슨은 600명 규모로 AI 전담팀을 구축했다. 이외 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 등도 AI 사업에 발을 들였다. 스마일게이트는 올해 AI 관련 인력을 약 70% 정도 확대할 계획이다.
적극적인 투자에도 아직 상업적 성과에 도달하지 못했다. 게임 내 시스템 도우미 정도로만 활용했을 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19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개발 속도 또한 점점 감소했다. 유의미한 결과를 창출하기 어려워 중소 기업들은 AI 사업 중단 결정까지 내렸다. 그러던 중 등장한 Chat GPT가 시들어가던 AI 사업에 희망을 안겨준 셈이다.
AI 기술이 과연 게임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궁금해졌다. 대충 도움이 된다는 정도는 알 수 있지만 그 효율이 어느 정도인지, Chat GPT로 빠르게 도입이 가능한 지에 대한 궁금증이다. 또한 현재 국내 게임사들은 AI를 게임 속에 어떤 방식으로 녹여낼 것인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 AI 기술 발전으로 게임사가 얻는 메리트는?

전문가들은 게임 개발 과정에서 효율성이 높아질 거라고 전했다. 자동화 영역이 한층 확대되는 개념이다. 정지년 엔씨소프트 AI랩 실장은 "게임 아트, 그래픽 리소스를 개발할 때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이 많다. 디자이너가 하나씩 손수 작업한다. AI는 이를 단 시간에 해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강욱 크래프톤 딥러닝 본부장도 "최근 Chat GPT와 같은 생성형 AI 모델의 급격한 발전으로 AI가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 콘텐츠를 위한 가이드 및 기초 작업을 대신한다.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으로 진행시켜 생산성을 향상될 것이다"고 공감했다.
예를 들어 신규 캐릭터를 개발할 때 아트 리소스로 학습된 AI에게 스타일 키워드를 지정하면 캐릭터 샘플 수십개를 순식간에 구현한다. 이미지 외에 모든 개발 과정에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다는 의미다.
밸런스 AI도 마찬가지다. AI가 전지적 시점에서 모니터링하다가 유저들이 콘텐츠를 지루하게 느낄 때 변화를 줘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디렉터 AI가 대표적이다. 이는 예전부터 꾸준히 연구되는 중이다. 정지년 엔씨소프트 실장은 "딥러닝으로 AI가 다양한 경험을 학습하면 좋은 퀄리티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이를 듣고 QA와 밸런스를 AI가 담당하면 얼마나 효율이 높아지는지 질문했다. 스마일게이트 AI 담당자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사람은 혼자서 24시간 내내 게임을 하며 데이터를 수집할 수 없다. AI는 가능하다. 학습에 따라 처리 과정이 정교해진다"고 설명했다.
■ 게임사들은 AI 기술을 어떻게 활용 중인가?

각 기업들은 AI 기술을 게임 개발에 녹여내기 시작했다. 크래프톤은 게임 개발 전 단계에 걸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중이다. 코드 작성 부분에서도 코파일럿으로 상당 부분 자동화 및 생산성 향상을 기대했다.
아울러 운영에서도 자동 QA 및 딥러닝 기반 안티 치트 등 시간이 많이 소요됐던 혹은 리소스 부족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AI로 해결해 이용자들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넥슨은 실용적으로 AI 기술을 활용했다. 예를 들어 피파온라인4에서는 AI가 비매너 내역이 있는 유저들끼리 자동으로 매칭한다. 유저들은 인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AI 기술의 혜택을 받는 셈이다.
사실 혐오, 비방 발언이 나쁘다고는 누구나 인정한다. 하지만 게임 이용을 막을 정도로 잘못했는지에 대해선 개인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넥슨도 이를 일방적으로 부정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했다. 이에 따라 일반 유저와 마주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방안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게임 이용을 막았다가 비매너 이용자끼리 부딪히게 매칭하는 시스템으로 발전한 것이다.
장창완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실장은 "넥슨이란 회사는 실용적인 문화를 중요시 여긴다. 아무리 AI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유저들이 만족하지 않으면 의미 없다. AI 기술이 유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중점적으로 고려한다"고 전했다.
엔씨소프트와 스마일게이트도 비슷했다. 엔씨소프트 AI랩 슬로건은 '유저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는 AI 개발'이다. 글로벌 서비스 게임인 '리니지W'에서 자동 번역 AI를 도입해 편의성을 증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번역 기능은 대중적으로 이용되는 번역과 다르다. 게임에는 수많은 고유 명사와 약어들이 존재한다. 일반 번역 시스템은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AI가 적용된 번역 기능은 가능하다.
스마일게이트는 혐오와 욕설 방지를 위해 '언스마일'이라는 데이터세트를 오픈했다. 해당 AI는 공식적으로 과도한 욕설, 성차별 혐오 등을 판단하고 분류한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AI 기술로 긍정적 게임 환경 조성을 연구 중이다.
꽤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다. 게임은 다양한 연령과 서로 다른 성별 유저들이 즐기는 콘텐츠다. 수없이 많이 발생하는 혐오를 어떤 식으로 무너뜨릴까라는 관점에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AI 기술 도입에는 어떤 허들이 존재할까?

전문가들의 설명에 따르면 AI 기술은 분명 게임 개발과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역시 허들은 있다. 공통적으로 '비용'을 지목했다. 고도화된 AI를 개발하기 위해선 수많은 연구를 거듭해야 한다. 연산 작업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니까 서버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서버 비용과 관련된 질문에 장창완 넥슨 실장은 "어느 정도 고해상도로 시뮬레이션 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생각을 단순하고 짧게 처리하면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굉장히 제한된 행동만 가능하다. AI에게 지능을 부여하려면 그만큼 많은 연산을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때 비용이 많이 증가한다"고 전했다.
즉, 현 시점에선 허들이다. 하지만 AI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컴퓨터가 굉장히 비쌌다. 1940년대 미국 최초 슈퍼 컴퓨터 가격은 현재 기준으로 60억 원을 웃돈다. 그 슈퍼 컴퓨터는 지금의 스마트폰보다 성능이 훨씬 낮다. 당시에는 미래 사람들이 컴퓨터를 주머니 속에 넣어다닐 거라고 상상했다. 어느새 그 시대에 살고 있다.
장창완 실장은 "현 시점에서는 허들이 맞는데 기술은 훨씬 더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언젠가 그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미래를 상상했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하드웨어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게임들은 CPU 기반으로 작동된다. AI 기술이 적용된 게임은 연산 작업이 패턴화로 이뤄진 현존 게임보다 훨씬 많아진다. 이를 원활하게 작동시키려면 GPU 영역으로 접근해야 한다. GPU를 사용하면 서버 비용 외에 하드웨어 비용도 10배 이상 늘어난다는 의견이다.
그는 "AI 기반 게임은 현존 게임보다 연동되는 요소들이 더욱더 많다. 구현하기 위해선 엔진도 교체해야 한다. 당연히 불안정성이 커진다. 아직 시도하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다. 도전을 꺼리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하자는 기조다. 스마일게이트도 제작년부터 시도하고 있다. 다른 업체와도 협업 중이다. 도입 시기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장창완 넥슨 실장도 "기존 구조에서는 AI 연산을 각 서버에서 처리한다. 앞으로는 유저들의 PC에서도 AI 연산을 처치할 것이다. 이때 고사양 PC가 필요하다. 고사양 PC에서는 AI가 스마트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반대로 저사양 PC에서는 단순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방식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개인 PC 사양에 따라 게임 퀄리티가 달라지는 것이 과연 공평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 AI가 인력을 대체하면 일자리는?

인력 관련 허들도 고려 대상이다. AI 화가, 작곡가 등장으로 아티스트들이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인력으로 처리한 작업들을 AI가 자동으로 처리하니까 일자리가 점점 감소한다는 의미다. 급격한 기술 발전이 오히려 인간에게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스마일게이트 관계자는 "작업량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인건비도 감축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으로 바라보면 AI 적용로 인한 비용 감소는 큰 영향을 줄 정도가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QA 인력에 투입되는 비용이 꽤 높기 때문이다. 현재 QA인력이 게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크다. 일자리와 연관되어 정말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할 영역이다. 이에 따라 AI가 모든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아닌 AI 툴로 QA들이 밤새도록 일하지 않게 도움을 주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형태로 바라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시대의 흐름을 강제로 막는 것도 넌센스다. 장창완 넥슨 실장은 "시대의 흐름이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직군이나 자질의 정의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이전에는 각각의 손발이 되는 많은 사람이 모여 거대한 게임을 만들었다. AI가 손발의 역할을 대신하면 아티스트들의 비중은 감소하겠지만 디렉터 영역이 비중이 높아진다"고 전했다.
■ AI를 활용하면 코딩 몰라도 게임 만들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AI를 이용하면 게임 개발에 문외한인 기자도 게임을 만들 수 있을지 질문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현재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하다. AI가 상상할 수 있는 코드는 정말 일반적이면서 한정적이이다. 이에 따라 공통 라이브러리를 개발하는 코드는 가능하겠지만 게임 전반을 아우르는 시나리오, 구조를 코딩하는 것은 그 이상의 능력을 요구하므로 불가능하다.
장창완 넥슨 실장은 "아직은 아니다. 다만 가시적인 결과가 점점 창출되고 있다. AI 기술이 생산 영역을 효율적으로 쉽게 만들어줄 순 있지만 여전히 개발에 필요한 기술적인 요소들이나 프로그램 능력을 학습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코딩을 완벽하게 하는 AI가 언제 나온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다음 달에 나올 수도, 내년에 나올 수도 있다. 기술은 사람의 니즈에 맞춰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한다. 분명 언젠가는 등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트리플 A급 게임 대비 저렴한 비용과 인력으로 개발하는 인디 게임이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독창적인 게임성과 다양한 종류가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다. 만약 AI 게임을 만들 수 있다면 세상에 태어나는 게임의 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아질 것이다.
걱정도 있지만 기대감이 더 크다. 넥슨 콘텐츠 제작 플랫폼 '메이플스토리 월드'만 봐도 알 수 있다. 게임을 만드는 수준은 아니지만 메이플스토리 월드 안에서 수많은 콘텐츠가 탄생 중이고 게이머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각 기업들은 현재 상업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양한 AI 모델이 출시된다면 그 안에는 누구나 게임을 개발하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상업적인 성과가 언제 도래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 특이점은 예상하는 순간, 예상하는 형태로 오지는 않는다. 이제 AI가 세상을 바꿀 거라는 주장을 굳이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정말 많은 상업화 모델이 올해 기점으로 등장할 것이다"며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moon@gametoc.co.kr
Copyright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