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항공기 조립, 부품 제조 업체인 율곡 인수전이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등이 참여하며 '4파전'으로 좁혀졌다. 5곳의 사모펀드(PEF) 운용사가 본입찰에 참여하면서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이중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인수 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4곳의 후보들은 전략적 투자자(SI)와 손을 잡거나 재무적 투자자(FI) 단독 인수라는 상반된 전략을 앞세워 진검승부에 돌입했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율곡 인수 후보자는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홍콩계 PEF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 KCGI, VIG파트너스로 압축됐다. 당초 프리미어파트너스까지 총 5곳이 숏리스트(적격 인수 후보)로 선정됐지만,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주관사 삼일PwC에 인수 의지가 없다는 뜻을 전했다. '사실상 포기' 의사를 밝힌 것이다.
프리미어파트너스의 이탈은 가파르게 치솟은 매각가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시장에서 거론한 율곡의 예상 밸류에이션(지분 100% 기준)은 4000억원 안팎이었으나, 최근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VIG파트너스 등 대형 하우스가 뛰어들면서 5000억원까지 넘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스틱·KCGI, SI 동맹…'운영 전문성, 노조 리스크 헷지' 방점
숏리스트에 포함된 4곳의 후보는 딜(Deal) 완주를 위해 뚜렷하게 대비되는 두 가지 노선을 채택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와 KCGI는 동종업계 SI와 손 잡고 안정성에 무게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SI와의 동행은 제조업 특유의 운영 노하우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된다. PEF가 재무구조 개선 전문가지만 공장 운영과 연구개발(R&D) 등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SI의 노하우를 이식해 인수 후 통합(PMI)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율곡이 영위하는 항공기 부품 생산은 기술 인증의 난도와 공급망 편입 문턱이 높다. 숙련된 업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대규모 생산 인력을 보유한 제조업 특성상 불거질 수 있는 '노조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현재 전국금속노동조합 율곡지회는 FI의 단기 차익 실현과 구조조정을 우려하며 매각 측인 JKL파트너스 사옥 앞에서 매각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증된 SI의 참여는 고용 안정성과 중장기적 사업 육성에 대한 명분을 제공해 내부 동요를 잠재우는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
이밖에 인수 자금 부담을 분산시키고, 향후 SI에게 콜옵션(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등 명확한 엑시트(투자금 회수) 통로를 확보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앵커·VIG 단독 노선…자금력·항공업 트랙레코드로 승부
앵커에쿼티와 VIG파트너스는 SI 없이 독자 노선을 걷는다. 이는 딜 클로징(거래 종결)을 뒷받침할 수 있는 압도적인 자금력과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역량에 대한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앵커에쿼티의 최대 무기는 풍부한 투자 실탄이다. 올해까지 1조원 규모의 드라이파우더(미소진 투자금)를 소진해야 해 인수 의지가 가장 높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단독 인수를 위한 자금 조달 여력도 우수하다는 지적이다.
VIG파트너스는 이미 확보한 항공업 트랙레코드를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이스타항공을 인수, 경영하며 축적한 항공기 정비·유지보수(MRO) 네트워크와 산업 이해도가 강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율곡의 기업가치를 독자적으로 제고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단독 인수를 추진하는 두 하우스는 복잡한 노조 리스크 관리보다는, 매각 측의 가장 큰 니즈인 '확실한 가격 조건'과 '신속한 거래 종결'을 제시하며 승부수를 띄울 것으로 전망된다.
박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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