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도 은퇴견도 "행복하개"...뚝섬 한강공원서 '동물행복페스타' 개최
5~6일 양일 간 반려인 누구나 참여 가능
5㎞ 구간 걷는 '동행런' 등 다양한 체험 행사 열려
"멍멍!" "왈왈!"
곱슬곱슬한 털이 매력인 모모, 낯선 강아지와도 잘 어울리는 호두, 새침한 행복이까지. 서울에 사는 반려동물들이 5일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 모였다. 올해 제정된 '서울 동물보호의 날(10월4일)'을 기념해 한국일보와 서울시가 주최하고, 농림축산식품부가 협업한 '동물가족행복(동행) 페스타'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동행 페스타'는 동물 보호와 올바른 반려문화 확산을 목적으로 5~6일 이틀간 열린다. 반려동물의 종류와 털 색깔, 반려인의 직업이나 나이 등 제한 조건은 없다. 오직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한 사회의 위대함과 도덕성의 척도는 동물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명언을 인용했다. 오 시장은 "인간의 품격을 갖추려면 동물을 어떤 마음으로 돌봐야 하는지 고민하는 문화가 정착돼 가고 있어 다행"이라며 "반려동물 숫자가 급증하는 만큼 (반려인과 시민들이) 불편을 느끼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개식용종식 특별법이 만들어지는 등 대한민국은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있다"면서도 "매년 많은 수의 동물들이 유실, 유기되고 있어 안타깝다. 입양 문화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도록 힘을 함께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은 "저도 열 두 살 된 말티즈를 키우고 있는 보호자"라고 소개하며 "반려동물은 이제 삶의 일부이자 사회 구성원이다. (이번 행사는) 동물과 사람, 사회가 함께 어우러지는 가치를 새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이날 메인 행사는 반려견과 함께 한강변을 걷는 '동행런'이었다. 뚝섬한강공원에서 출발해 잠실철교를 찍고 돌아오는 5km 코스다. 순위가 아닌 '완주'를 목표로 한 걷기 행사에 총 500팀이 참가했다. 말티푸 뽀순이(1)와 함께 참가한 김은지(30), 빈현욱(36)씨 부부는 "강아지가 달리기를 좋아해서 5km쯤은 무리없이 다녀올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숑프리제 봉순이(2)엄마 김어진(26)씨는 동네 반려견 단톡방에서 만난 주민들과 다같이 동행런에 참여했다. 김씨는 "햇살도 따뜻하고 날씨가 좋아서 산책도 할 겸 나왔다"고 말했다.
동행런 코스 곳곳에는 스탬프존과 급수대 등도 마련돼 산책하다 지친 반려견과 반려인들이 쉬어갈 수 있다. 각 구간별로 훈련사 3명을 포함한 현장 안전요원 15명도 배치돼 갑작스러운 사고 등 돌발상황도 대비했다.
'견생 2회차 장기자랑'도 열렸다. 유기견이었지만 구조 후 입양돼, 이제는 각자의 가정에서 사랑받고 있는 반려견들이 각자의 '자연스러운 매력'을 뽐내는 자리다. 잘 빗겨진 털과 특이한 눈 색깔은 심사 대상이 아니다. 제한시간 내 가장 오랫동안 얌전하게 기다리는 '기다려', 개성있는 외모와 패션으로 무장한 '패션왕', 오직 '우리 개'만 갖고 있는 특별한 기술을 뽐내는 '개인기' 등 3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100팀이 참가해 장기자랑을 펼쳤다.
이날 행사에는 대한수의사회와 서울시수의사회, 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팅커벨프로젝트, 동물구조119 등 17개의 관련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반려동물 건강상담과 펫로스 상담 등을 진행했고, 동물생산과 판매 규제, 야생동물 보호 등 동물보호 캠페인을 펼쳤다. 또, 동물 타투, 룰렛 추첨, 포토존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반려견 관련 상품 마켓도 진행됐다.
특히, 방문객들의 관심을 끈 곳은 군견, 인명구조견, 검역견, 마약탐지견 등 국가봉사동물들과 만날 수 있는 부스였다. 이 중 최고 '인기견'은 인명구조견으로 활동하는 '나무(4·마리노이즈)'였다. 지난해 1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나무는 그동안 산악, 실종, 수해, 붕괴 등 다양한 사건사고 현장에서 사람들을 구했다. 날카롭고 용맹한 외모와 달리 나무는 이날 작은 강아지들과도 스스럼없이 인사하고, 방문객과도 친근하게 사진을 찍기도 했다.
소방서와 관세청, 경찰 등 관련기관에서 은퇴한 특수목적견은 400여 마리로 추정된다. 사회에 공헌해 왔지만 노령과 건강 등을 이유로 은퇴 후 재입양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서울시와 농림부, 한국동물병원협회 등 5개 관계기관은 이날 업무협약(MOU)을 맺고 은퇴한 국가봉사동물을 지원하기로 했다. 진료비와 사료비, 보험료, 장례비 등 지원으로 국가봉사견의 은퇴 이후 생애를 지원하는 게 골자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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