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저널]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추진력 - 자동차 산업과 재생에너지

한국 자동차 산업은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국가 경제의 초석이자 글로벌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이제는 탄소중립과 함께하는 지속가능성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세상에 적응해야 한다는 압박에 직면해 있다. 완성차 업체들과 일부 대기업 부품사들은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중소 부품사들은 이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격차는 수출 주도 경제의 자부심이었던 한국 자동차 산업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잡아라

세계는 이미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3년 재생에너지 설비의 신규 설비용량은 507GW로, 전년 대비 50%나 늘었다. 신규 설비 투자액도 6천6백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전체 신규 발전 설비 투자의 80%다. 화력발전은 이미 뒷전으로 밀려났고, 앞으로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자동차 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자동차 부문에서 이러한 재생에너지 도입 추세는 차량의 전동화부터 제조 공정의 탈탄소화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S&P Global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은 전 세계 산업 부문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3%를 차지한다. 그리고 전기 사용에 해당하는 Scope 2 배출량 감축을 위하여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100%를 궁극적인 목표로 지향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의 경우, 초창기부터 자동차 생산을 위해 필요한 전력은 모두 재생에너지 전력에서 확보하고 있다. 2021년 말을 기준으로 테슬라는 약 4.0GW의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고, 20.8TWh 이상의 재생에너지 전기를 발전하여 사용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23년 120MW 규모의 풍력 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해상 풍력을 통해 2026년부터 10년 동안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Iberdrola SA와 전력구매 계약을 체결하였다. 포드는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확대하기 위하여 DTE Energy와 650MW 규모의 태양광 설비를 통한 전력공급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림 2>를 보면,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재생에너지 사용 규모가 굉장히 크며 이를 통한 탄소중립 목표가 늦어도 2035년까지이다. 반면에 현대차와 기아는 재생에너지 사용 규모가 아직까지 미흡하며, 탄소중립 목표도 2045년과 2040년으로 대응이 상대적으로 더디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제 기업 단위에서 탄소중립에 대한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움직임은 지속가능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 증가, 정부 규제 강화, 재생에너지 기술의 비용 효율성 향상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하겠다. 한국 자동차 업계에 있어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는 것은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 생​각한다.

 

​ESG, 선택이 아닌 필수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인 ESG에 대한 고려는 기업 전략의 주변부에서 중심부로 이동하고 있다. 투자자, 소비자, 규제 당국이 기업의 ESG 성과에 대한 투명성을 점점 더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환경 영향이 주요 관심사인 자동차 산업에서 점차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 지속가능성 회계 기준 위원회(SASB), 기후 관련 재무 공개 태스크포스(TCFD) 등 여러 국제 프레임워크가 ESG 공시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프레임워크는 전 세계 많은 증권 거래소와 규제 당국이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 잡는 역할을 하게 된다. 이 영향으로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기후 관련 세부 공개를 의무화하는 글로벌 표준인 ‘IFRS S1 일반 요구사항’ 및 ‘IFRS S2 기후 관련 공시’를 2023년 6월에 확정 발표하게 된다. 다만, 유럽과 미국 모두 ESG 공시 의무화 시기를 2026년으로 유예하게 된다. 국내도 금융위원회가 ESG 공시 의무화를 2025년에서 2026년 이후로 연기한다고 발표하면서 ESG 이행이 좀 더 미뤄졌지만, 이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ESG 성과는 자본에 대한 접근성, 소비자 선호도, 심지어 특정 시장 진출 능력과도 점점 더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이러한 표준을 준수하기 위해 조속한 대비가 필요하다. 문제는 대기업은 이러한 요건에 대체로 잘 적응하고 있지만, 공급망에 속한 중소규모 부품제조 기업들은 이러한 복잡한 보고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자원과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여하튼 ESG 공시 의무화 요구는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에 필수라 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사용에 대한 중요성을 보다 가속화하고 있다.​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나선 CBAM

함한 비유럽연합 수출업체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CBAM은 EU 역내로 특정 상품을 수입할 때 탄소 가격을 부과하여 역내 ‘탄소 누출’을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은 완성차가 CBAM의 대상이 아니지만, 철강과 알루미늄 같은 자동차 제조에 사용되는 주요 소재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간접적인 영향은 한국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사의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 메커니즘이 발전함에 따라 자동차 공급망에 더 많은 구성 요소를 포함하여 그 범위가 완성차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그러한 조짐은 EU집행위가 자동차의 CO2 배출량 관리를 전과정평가(LCA)로 전환하겠다고 표명하면서 이미 시작되었다고 본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 있어 CBAM은 완성차뿐만 아니라 전체 소재·부품 공급망까지 탈탄소화 체계가 시급함을 촉구하고 있다.

 

LCA, 새로운 게임 체인저

전과정평가(LCA)는 자동차의 환경 영향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핵심 도구이다. 원자재 추출부터 재료 가공, 제조, 유통, 사용 및 유지보수, 폐기 또는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전 생애주기를 고려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LCA는 특히 중요하다. 복잡한 공정과 방대한 데이터를 다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LCA를 자동차 규제 수단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핵심 쟁점이 될만한 많은 가정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방법론적 결정에 대한 문제를 안게 된다. 지금까지 밝혀진 또 다른 문제는 LCA 적용을 위해 필요한 경계를 달리하거나, 다른 데이터 소스를 사용하거나, 다른 데이터 처리 방법을 선택하게 되면 전과정평가의 최종 결과가 달리 나온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RFS(Renewable Fuel Standards)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LCA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다. 석유연료 대체가 가능한 차량 연료(예 : E85)를 개발하여 RFS 연료로 적용하기 전에 LCA 관점에서 대체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석유연료와 비교 검증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공급원료의 생산 및 이송 단계, 대체연료의 생산 및 배송 단계, 소비자 관점에서는 최종연료 사용 단계를 포함하여 대체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한다. 그리고 최종 결과가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만족하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에 RFS 제도에 적용한다.

 

 EU집행위는 유럽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승용차와 경상용차에 적용이 가능한 LCA 방법론을 2025년까지 개발하여 업계에 제시해야 한다. 왜냐하면 유럽 시장에 자동차를 판매하는 업체는 자발적이긴 하지만 2026년 6월 1일부터 LCA 기반 CO2 배출량을 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방법론은 자동차의 전 생애주기 CO2 배출량 평가와 이를 위한 일관된 데이터 제출이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져야 한다.

 

자동차 산업은 LCA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의 원자재 개발 및 부품 생산 단계에서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에 적극적이어야만 한다.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특히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를 중심으로 LCA를 구현하는데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을 공급망 전체로 확장하는 것이 현안 과제이다. 또한 공급망에 포함되는 중소규모 부품 제조업체들이 재생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이어야만 한다는 것이 보다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소규모 부품 제조업체는 포괄적인 LCA를 수행할 수 있는 자원과 전문성이 부족할뿐 아니라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여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에너지경영(Energy Management)을 할 수 있는 역량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지속가능성 노력에 취약한 고리로 다가오고 있다.

 

RE100 이니셔티브, 재생에너지 100% 사용

글로벌 기업 리더십 프로그램인 RE100 이니셔티브가 자동차 산업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RE100 이니셔티브는 클라이밋 그룹(Climate Group)과 CDP(Carbon Disclosure Project)가 주관한다.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본인이 지정한 목표 연도까지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할 것을 약속한다.

 

현대차와 기아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재생에너지 도입에 대한 야심찬 목표를 세우며 RE100에 가입하였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전체 자동차 산업 공급망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국내 자동차 제조업체의 경우, 글로벌 공급망에서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RE100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직접 참여하지 않아도 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규모가 적은 한국에서 그리드(Grid) 전력을 이용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 <그림 4>처럼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보다 석탄 발전 비용이 다른 국가에 비해 저렴하다. IEA에 따르면 2022년 OECD 평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31.8%인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7.5%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좁은 국토와 높은 인구 밀도를 고려하면 꽤 높은 보급 비중이지만, 절대량만으로는 아직까지 부족한 상황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아직 집계 중이지만 2023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8.4%가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기에,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은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2022년에 독일은 44.1%, 일본은 24.5%, 미국은 21.8%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보이고 있다. 그러므로 국내에서 그리드 전력만을 사용하여 제품을 제조할 경우, 다른 국가들에 비해 ESG나 LCA 관점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결국 이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며, 특히 대기업에 비해 협상력과 자원이 부족한 소규모 기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 하겠다.

 

국내 자동차 산업계의 가장 쉬운 경쟁력 확보 방안은 재생에너지 전력을 직접 조달하는 방법이다. 비용은 증가하지만 RE100 이행과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ESG 실현 및 제품의 LCA 대응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인받아 조달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이 5가지가 있다. 재생에너지 사용 확인은 한국에​너지공단이 하고 있다.

 

​①  녹색 프리미엄 : 전기 소비자가 사용량만큼 기존 전기요금과 별도로 녹색 프리미엄을 한국전력에 납부하여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하는 방법

②  재생에너지 인증서(REC, Renewable Energy Certificate) 구매 :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에 속하는 의무 이행자

가 이용하지 않은 재생에너지 REC를 한국에너지공단이 개설한 REC 거래 플랫폼을 통하여 구매

③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 : 한국전력 중개로 전기 소비자와 발전사업자 간에 전력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여기에서 발전된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하는 방법

④  직접 PPA : 전기 소비자와 재생에너지 전기 공급자 간에 직접 전력구매 계약을 체결하여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

⑤  자가 설비 구축 : 전기 소비자가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직접 설치하여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

 

이외에도 기업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일정 지분을 투자하고,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발전사와 REC 구매 계약 또는 PPA를 별도로 체결하여 재생에너지 전기를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을 위한 제언

지속가능성 요건에 적응하는 데 있어 대기업인 자동차 완성차 업체와 중소규모 부품 제조업체 간의 격차는 극명하다. 대기업은 재생에너지에 투자하고, 포괄적인 LCA를 수행하고, 복잡한 ESG 보고 요건을 탐색할 수 있는 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많은 중소규모 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기업의 주된 문제들은 다음과 같다.

 

1. 지속가능성 투자를 위한 한정된 재원

2. ESG, LCA와 같은 분야에 대한 전문성 부족

3. 재생에너지 조달의 어려움

4.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제한된 협상력

 

이러한 현실적 과제들은 개별 기업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 전반의 경쟁력 제고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국 자동차 산업은 다음과 같은 전략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첫째, 업계 전반의 협업이 필요하다. 대기업인 자동차 제조사는 소재·부품사인 협력업체와 더욱 긴밀히 협력하여 재생에너지 중심의 지속가능성 체계에 대한 지식과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재생에너지 도입뿐만 아니라 ESG 공시와 같은 분야에서 앞으로도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더욱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자동차 산업계는 체계적인 LCA 구축을 위하여 공급망 차원의 온실가스 산정, 감축 및 보고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규모 기업이 LCA를 수행하고 성과를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개발·도입해야 한다.

 

넷째, 산업계는 정부와 함께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발전을 가속화하여 모든 규모의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쉽게 조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ESG, LCA 및 재생에너지 관련 전문성을 강화하는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투자하고, 국제협력을 통해 글로벌 이니셔티브 및 파트너와 협력하여 국제적인 트렌드와 요구사항에 앞서 나가야 한다.

 

지속가능성을 향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여정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의무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어려움이 남아 있지만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업을 촉진하고, 정부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혁신에 전념함으로써 업계는 지속가능성의 길을 개척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지속가능성 기준을 충족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친환경 자동차 업계의 리더로 부상할 수 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동차 완성차 업체, 부품 제조업체, 정부, 소비자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도전을 수용함으로서 한국 자동차 산업은 빠르게 진화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공을 보장하고 잠재적인 위협을 성장과 혁신의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 것 이다.​​

 

글 / 노경완 (한국에너지공단)

출처 / 오토저널 2024년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