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춤추면 불법?…‘인디 성지’ 영업정지에 음악계 ‘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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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가 연주를 시작하자 관객들이 무대 앞으로 모입니다.
손을 들고, 몸을 흔들고, 음악이 빨라지면 함께 뛰며 공연을 즐깁니다.
지역 신인 음악가들의 무대를 만들고, 수도권과 부산의 음악가들을 연결해 온 '인디 성지' 부산 남구의 '오방가르드'의 공연 모습입니다.
공연도 하고, 음식과 술도 팔고, 관객은 서서 공연을 즐기는 소규모 음악 공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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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가 연주를 시작하자 관객들이 무대 앞으로 모입니다.
손을 들고, 몸을 흔들고, 음악이 빨라지면 함께 뛰며 공연을 즐깁니다.
지역 신인 음악가들의 무대를 만들고, 수도권과 부산의 음악가들을 연결해 온 '인디 성지' 부산 남구의 '오방가르드'의 공연 모습입니다.
그런데 관객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영업 정지' 사유가 됐습니다.
■ 공연은 되지만, 관객이 춤추면 안 된다?
왜 관객이 춤을 췄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2개월 처분이 통지된 걸까.
이유를 알려면 오방가르드의 '법적 업종'부터 봐야 합니다.
무대와 조명, 음향 시설을 가주고 공연을 하지만 오방가르드는 법적으로 '일반음식점'입니다.
공연과 함께 음식과 음료 술을 판매하는 소규모 음악공간 상당수는 이런 일반음식점 형태로 운영됩니다.
일반음식점에서도 밴드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관객이 춤을 추는 건 허용되지 않습니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일반음식점이 음향 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춤을 추도록 허용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왜 이런 규정이 있을까요.
이 규정은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한 뒤 사실상 클럽이나 감성주점처럼 운영하는 ‘변칙 유흥 영업’을 막기 위해 2015년 도입됐습니다.
쉽게 말해 음식점과 유흥업소를 구분하기 위한 기준 가운데 하나가 '손님의 춤' 인 겁니다.
문제는 이 규정이 라이브 공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밴드의 연주를 들으며 자연스레 몸을 흔드는 관객의 반응도 법에서는 ‘춤’으로 판단돼 제한될 수 있습니다.
■ 조례 만들면 해결?…‘스탠딩 공연’은 또 사각지대
이에 일부 지자체는 조례를 만들어 일반음식점의 객석에서 춤추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와 용산구, 부산 부산진구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법이 허용하는 예외는 '객석'에서 추는 춤입니다.
탁자와 의자를 치우고 관객이 무대 앞에 서서 공연을 즐기는, 이른바 ‘스탠딩 공연’은 예외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오방가르드처럼 관객과 무대의 거리가 가까운 소규모 라이브 공연의 운영 방식과 현행 규정 사이에 빈틈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정식 공연장으로 등록하면 문제는 해결될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공연장 등록과 음식·주류 판매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공연장으로 등록해도 술이나 음식을 팔려면 다시 식품위생법상 영업 신고가 필요합니다.
소규모 음악 공연장들은 입장료만으로 운영하기 어려워 음식과 음료, 술 판매를 함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춤과 주류 판매가 허용되는 유흥 주점으로 등록하면 대학가에서는 운영이 어렵고, 청소년 출입은 제한됩니다.
또, 공연을 하는 뮤지션들을 '유흥 접객원'으로 등록해야 하는 등 공연장 운영과 맞지 않는 규제가 따라옵니다.
공연도 하고, 음식과 술도 팔고, 관객은 서서 공연을 즐기는 소규모 음악 공연장.
지금의 법상 업종 구분에는 이런 형태를 정확히 담을 자리가 없습니다.
■ “부산에서 쇼케이스 할 곳도 없어진다”…음악계 반발 확산
오방가르드의 영업 중단 소식이 알려지자, 반발은 부산을 넘어 음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자음악가 키라라는 SNS에서 오방가르드를 “인디신에서 너무도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표현하며, "이 공간이 사라질 경우 부산에서 앨범 쇼케이스를 열 장소조차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밴드 ‘단편선 순간들’의 단편선도 개인 성명을 내고 “시민들에게는 큰 볼륨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출 권리가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라이브클럽 ‘채널1969’는 한발 더 나아가 SNS에 이른바 ‘자수서’를 올렸습니다. 2012년부터 관객과 함께 춤춰온 사실을 ‘자수한다’며, 음악을 들은 관객이 몸을 움직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국회 청원 하루 만에 심사 요건…“소규모 음악 공연장 별도 유형 만들자”
라이브클럽과 같은 소규모 공연장의 특성을 반영할 새로운 법적·행정적 분류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국회 국민 동의 청원에는 ‘소규모 라이브클럽의 공연 활동 보장을 위한 공연법·식품위생법 관련 법령 및 제도 개선 촉구에 관한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청원은 등록 하루 만에 정식 심사 요건을 충족했습니다. 일반음식점의 춤 규제를 라이브 공연에 그대로 적용하지 말고, 공연과 음식·음료 판매가 함께 이뤄지는 소규모 공연장의 특성을 반영할 별도 기준을 만들어달라는 게 핵심입니다.
라이브 공연 관객 모임인 ‘락장놀’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정책 제안서를 제출했습니다.
‘소규모 음악 공연장’이라는 별도 등록 유형을 만들고 식품위생 관련 규정을 손질하는 등, 전국 소규모 라이브 공연장에 적용할 제도를 마련하자는 요구입니다.
■ 1999년 공연 허용… 2026년엔 '관객의 춤'이 문제
이 논란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1990년대까지 일반음식점에서의 라이브 공연 자체가 규제되면서 음악인들은 '라이브클럽 합법화 운동'을 벌였습니다.
결국 법이 바뀌면서 일반음식점에서도 밴드가 공연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라이브클럽' 혹은 '소규모 공연장'이라는 별도 업종이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후 2015년 변칙 유흥 영업을 막겠다며 ‘춤 규제’가 생겼고, 그 규제가 다시 '라이브 클럽' 을 흔들고 있습니다.
'공연은 되지만 관객의 춤은 안 되는 공간.'
오방가르드의 영업정지 논란은 한 공연장의 행정처분을 넘어, 20년 넘게 제자리인 소규모 라이브공연장의 법적 지위를 다시 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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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예슬 기자 (yes365@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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