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사이다 복수극’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SBS ‘모범택시’ 시리즈가 시즌3를 앞두고 다시 주목받는 이유도 결국 그 한 방의 쾌감 때문이다. 억울한 피해자 대신 나쁜 놈들을 시원하게 응징하는 그 순간, 관객은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해방감을 얻는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다시 주목받는 영화가 있다. 바로 은퇴 후 평범하게 살고 싶던 대한민국 최고 킬러의 이야기를 담은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다.
조용한 삶을 원했던 남자, 그러나 세상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한때 이름만 들어도 업계가 숨죽였던 전설의 킬러 의강. 그는 모든 걸 내려놓고 조용한 도시 외곽에서 평범하게 살아간다. 요리를 하고, 책을 읽고, 그저 평범한 하루를 이어간다. 그러나 그의 평화는 길지 않았다. 아내가 여행을 떠난 사이, 우연히 맡게 된 소녀 윤지가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이야기는 폭발적으로 전개된다.
윤지는 친구들과 어울리다 청소년 범죄 조직에 의해 위험에 처한다. 그저 아이들의 장난으로 넘기려 했던 의강은, 곧 상황이 단순한 학교 폭력 수준이 아님을 직감한다. 청소년 조직 뒤에는 마약, 인신매매, 불법 거래로 얽힌 거대한 범죄 네트워크가 숨어 있었다. 결국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잘못된 사람을 건드렸다.
서사는 단순하다, 그러나 액션은 폭발한다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이야기보다 ‘행동’이 먼저인 영화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느껴지는 액션의 밀도는 놀라울 정도다. 초반부, 맨몸으로 싸우는 장면은 마치 근육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소리로 들릴 만큼 생생하다. 이후 칼과 도끼를 들고 벌어지는 전투는 폭발적인 긴장감을 쌓아 올린다. 후반부로 갈수록 총격전이 이어지며 액션의 강도는 최고조에 달한다.
이 영화에서 장혁은 단순히 ‘액션을 하는 배우’가 아니라 ‘몸으로 연기하는 사람’에 가깝다. 실제로 그는 다수의 장면에서 대역 없이 직접 액션을 소화했다. 게다가 액션 설계 과정에도 직접 참여해, 장혁 특유의 리듬과 타격감을 살려냈다. 그 덕분에 영화는 기계적인 전투 대신, 인물의 감정이 그대로 녹아든 움직임으로 채워진다.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2022년 7월 13일 개봉했다. ‘검객’의 최재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장혁이 주인공 의강 역을 맡았다. 브루스 칸, 이서영, 이승준이 주연으로 함께했으며 조한슬, 박영운, 조현수, 고용석이 조연으로 출연했다. 러닝타임은 95분, 누적 관객수는 6만 명을 기록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피와 땀으로 채워진 리얼 액션이 돋보인다.
리암 니슨 이전의 시대, 그 감성을 되살리다

리암 니슨의 ‘테이큰’이 세계적으로 통했다면, 그보다 먼저 존재했던 건 스티븐 시걸이었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적들을 쓸어버리던 시절, 그 시절의 감성을 ‘더 킬러’가 다시 꺼내온다. 단순한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안쪽에는 시걸 영화 특유의 ‘무표정한 쾌감’이 살아 있다.

이 영화는 서사적 완성도보다 ‘몸으로 느끼는 통쾌함’을 우선시한다. 불필요한 대사나 감정선을 과감히 덜어내고 오직 액션으로만 감정을 전달한다. 주인공의 눈빛, 손의 움직임, 그리고 무표정하게 총을 드는 그 순간까지 모든 것이 절제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은 ‘한국형 시걸 무비’라는 평가를 받는다.
‘검객’ 콤비의 재회, 한국형 다찌마리의 부활

장혁과 최재훈 감독은 ‘검객’에서 이미 완성도 높은 액션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합이 한층 더 단단해졌다. 영화는 화려한 무술 동작보다 ‘다찌마리’라 불리는 한국식 액션의 타격감을 중심에 둔다. 몸이 부딪히고, 칼이 스치며, 총성이 울리는 리듬 속에서 묘한 쾌감이 폭발한다.

특히 좁은 복도에서 벌어지는 일 대 다 액션은 이 영화의 백미다. 원신원컷으로 이어지는 장면 속에서 관객은 장혁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따라가며 눈을 떼지 못한다. 칼날이 스치고 총이 터지는데도, 그 안에는 정확한 리듬이 있다.
또한 영화 후반부, 브루스 칸과의 마지막 대결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장면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누다가 맨몸으로 격투를 벌인다. 총격과 육탄전이 절묘하게 섞이며, ‘이게 바로 장혁 액션’이라는 걸 단번에 증명한다.
‘쾌감’에 충실한 한국 액션 영화


‘더 킬러: 죽어도 되는 아이’는 95분 동안 한 시도 느슨하지 않다. 이야기가 단순하다는 건 오히려 장점이다. 시선이 액션에만 집중되며, 관객은 머리로 이해하지 않아도 몸으로 느끼게 된다. 엔딩 크레딧에 삽입된 NG 장면은 마치 성룡 영화의 마지막처럼 유쾌한 여운을 남긴다.
장혁 외에도 차태현, 손현주가 카메오로 등장해 긴장된 분위기에 짧은 숨통을 틔운다. 이런 장치들은 영화 전체를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 실제 관객 평점은 8.37점으로, ‘이야기보다 액션이 전부’라는 평이 많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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