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인터뷰를 하나 보시죠.
한 고참 선수가 젊은 선수들과 코치의 관계를 지켜보면서 솔직한 생각을 밝힌 인터뷰입니다.
질문 : WBC에서 젊은 선수들을 접하면서 느낀 점은?
답변 : 이번 WBC를 보고 생각하는 것은, 지도자와 선수의 골이 조금 깊다는 것이다. 지금의 지도자는 (현역 때) '달려라' '많이 던지라'는 말을 듣고, 두들겨 맞고, 물을 마시지 못하는 시대였다. 정신적으로 참고 견뎌 겨우 지금의 입지를 쟁취한 사람들이었다는 말이다. 어쨌든 코치님이 ‘이거다!’ 하면 ‘네!!’하는 시대 아니었나. 그냥 나이가 들면서 코치가 돼서 그 방법밖에 모른다. 그 방식으로는 선수들에게 와닿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 반응을 보고 짜증이 났던 거지. 내가 젊었을 때보다 지금 젊은 선수가 더 머리가 좋다. 시대가 가고 있는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래도 (지도자와 선수의 생각에) 괴리가 있어서, 선수들이 지도자를 신뢰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질문자 : 구태의연한 지도자가 적지 않다는 것인가?
답변 : (코치가) 그만큼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잘 가지고 있다는 점은 좋은 점이다.
정신론이라든가, 자신이 해 온 일에 대한 자신감이라든가, 어려울 때 극복할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다만 동시에, 사물을 논리적으로 생각해서, 이 선수는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1년 동안의 계획을 생각하는 것은, 그다지 잘하지 못하는 세대라고나 할까.
질문자 :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는 것을 거부하는 지도자가 있다는 말인가?
답변 : 달리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코치들은 그것밖에 수단을 모르니까. 수단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왠지 ‘너는 하체가 약하니까 뛰어!’라는 방법밖에 제시할 수 없는 거다. 이건 역시 그 사람의 인생을 생각해도 선수에 대한 ‘리스펙트’가 부족하고, 이렇게 여러 가지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아직도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거다. 그 선수의 야구 인생을 끝낼 수도 있어. 항상 그 선수의 베스트, 요즘 세상에서 제공할 수 있는 베스트를 생각하는 것이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대한 노력은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질문자 : 교류하는 선수들로부터 지도 방식에 대한 불만을 들은 적이 있나?
답변 : 그렇다. 하지만 그건 어느 시대나 그런 것 같다. 물리라든가, 바이오메카닉스(운동역학 등)라든가, 그런 공부를 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코칭하기 때문에 요즘 시대에 맞지 않게 된다. 그래서 현역 선수는 거기에 대한 좌절감을 안고 있다. 지도법에 근거가 없어 선수가 납득하지 못한 채 (현역 선수로서의) 시간이 흘러간다. 그것이 당연한 세계가 되어 버렸다. ‘어쩔 수 없는 답답함이 있는 걸까?’라고 느끼고 있다.
질문자 : 미국과 일본을 비교했을 때, 일본 지도자들이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나?
답변 : 미국에 살고, 미국 야구를 보고, 미국 코치들의 자세를 봤을 때, 일부 일본 코치들은 저에게는 공부 부족으로 비친다. 하지만, 그 세계(미국 야구계)를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마 나름대로 열심히, 어떻게든 좋아지자, 어떻게든 그 선수를 키우자, 그런 생각이 강한 것은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겸허하게 배우는 자세를 모두가 가져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질문자 : 지도자가 더 공부한다면 우리 야구가 변할 가능성도 커지는가?
답변 : 그렇다. 그냥 미국에 와서 1년, 2년 지내는 게 좋은 게 아니라, 자세가 중요하다. 우리 야구라든가 우리 야구계의 사고방식에서도 어느 정도 좋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러 오게 되면, 결국 미국의 상황을 정확히 볼 수 없다.
‘미국 야구계를 부정하고 싶다.’
마음속 어딘가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오는 사람이 많다.
나도 (미국에 온 지) 10년이 지나서 이제야 알게 된 것이 많다.

질문자 : 겸허하게 배우는 자세가 중요하다?
답변 : 나도 몇 번이나 미국인이나 미국 야구를 안다고 말하는 타이밍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역시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다. 1년, 2년을 보내고, 결코 모든 것을 배우지 않았는데, 굉장히 많은 것을 배웠다고 (태도가) 커져 버리는 사람이 있다.
질문자 : 어떻게 하면 미국을 앞설 수 있을까?
답변 : 미국과 결승전에서 투수를 세세하게 연결하여 힘으로 승부하여 이겼다. (미국에게) 그건 굉장히 굴욕적이었던 것 같다. (미국 대표 선수 구성은) 최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런 과정을 계속하면서 미국인들이 '어떻게 된 거야?', '너희들 어떻게 좀 해' 이래야만 정상급 선수들을 소집한다. 진심인지 모르겠지만 ‘지고 있잖아.’, ‘우리 미국이 제일 아니야?’라는 소리가 자꾸 나올 때 크게 달라질까?
질문자 : 달리기는 불필요한가?
답변 : 특히 나이가 젊을 때는 달리는 것, 예를 들면 평면뿐만이 아니라 산을 오르고 (땅이) 덜컹거리는 곳을 달리거나, 굉장히 필요하다고는 생각한다. 2,3년, 전혀 달리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를 내고 있는 것도 있었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거다.

이 인터뷰를 처음부터 쭉 읽은 여러분이 느꼈을 마음의 변화를 저는 알고 있습니다.
아마 도입 부분에는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그러면 그렇지. 그러니까 WBC 성적이 그랬지.’
라고 생각을 했텐데 점점 느낌이 이상해졌을 거예요.
‘이거 누가 한 이야기지? 미국에 오래 있었다고? 류현진? 김하성?’
라고 인터뷰를 한 사람이 누군지 살짝 궁금해했을 거고 막판에 이르러
‘어? 우리나라 이야기가 아니네?’
‘WBC에서 미국을 이겼다고? 그럼 일본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이 인터뷰는 누가 언제 한 인터뷰일까요?

정답은 일본 대표팀의 투수 다르빗슈 유가 지난 WBC에서 일본이 우승을 차지하고 난 후에 산케이 스포츠와 나눈 인터뷰입니다. 놀랍죠?
지난 K 베이스볼 시리즈 한일전 이후 최근 제 SNS의 피드에는 유독 우리나라 투수의 기량이 정체되어 있는 주원인이 ‘코칭’때문이라는 글들이 유독 많이 보입니다.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나누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물론 그 이유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도 없기는 합니다. 그런데 위 다르빗슈의 인터뷰를 보면 뭔가 많이 이상합니다. 다르빗슈의 이야기에 따르면 지난 WBC에서 강한 투수진을 바탕으로 우승을 차지한 일본마저도 코칭은 문제라는 이야기거든요.

그의 인터뷰를 요약해 보면 이렇습니다.
- 정신력의 강조
- 자신이 해왔던 방식을 고집
- 감에 따른 코칭
- 물리나 바이오 메카닉을 접목 거부
- 선진 시스템을 배제한 ‘일본 야구’의 방식 강조
- 장기적인 관점의 육성 시스템의 부재
아마 현재 KBO리그 코칭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문제점을 세계적인 선수들을 수없이 배출해 온 일본의 투수, 다르빗슈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위 항목 중 ‘일본 야구’를 ‘한국 야구’로만 바꾸면 흔히 우리 야구의 문제로 이야기하는 코칭과 육성의 문제점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나요?

또 최근 SNS에서는 투수의 러닝의 불필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포스트도 자주 접했습니다.
그런데 ‘러닝 불필요론’의 대표 주자로 알려져 있는 다르빗슈조차
‘젊은 시절의 러닝은 필요하며, 평지뿐 아니라 산악을 포함한 다양한 지형의 달리기가 굉장히 필요하다.’
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건 대체 뭘 의미하는 것일까요?

지난 WBC의 처참한 패배 이후, 저 또한 SNS의 의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신체 조건과 힘에서 월등한 우리 선수들이 일본 선수들보다 공이 느린 이유는 뭘까?’
저는 당시부터 여러 방면으로 생각을 해봤고 그 당시의 나는 이 해답을 코칭과 육성 시스템에서 찾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생각이 큰 설득력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됐다.
이걸 한 번 생각해 보자고요.
국내에는 꾸준히 일본인 투수 코치(혹은 미국 출신)가 있었고, 그들로부터 피칭에 대한 지도를 받아왔습니다. 그렇다면 외국인 투수코치들이 지도한 팀들은 구속이든 제구든 뭐가 달라도 눈에 띄게 달라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과연 그랬습니까?
제가 기억하기로는 외국인 투수코치가 투수들을 지도한 시즌에 선수들의 구속이나 제구에 장단기적인 발전 또는 리그에서 타 팀 대비 특별하게 뛰어난 점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구속과 제구의 향상 방법이 무슨 일본(또는 메이저리그)의 국가 기밀이라도 된다는 걸까요?

대표팀 수준으로 올라오면 세계 최강의 투수진으로 평가하는 일본의 현실이 저렇다고 해서 우리도 그래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물론 코치들의 치열한 공부는 무조건적으로 필요합니다.
페디나 폰세의 예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KBO리그는 완성도 높은 신구종 하나가 있으면 평정이 가능한 리그입니다.
페디의 스위퍼가 그랬고, 폰세의 킥 체인지업이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스위퍼나 킥 체인지업을 본인의 공부를 통해 선수들에게 전수한 코치가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은 매우 실망스러운 점이기는 하죠.
최근 선수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많은 선수들이 세이버 메트릭스나 바이오 메카닉에 대한 지식이 수준급에 올라와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 하는 선수들도 상당수고요.
이런 선수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코치도 치열한 공부가 필요하고, 본인의 감이 아닌 확실한 근거를 통해서 선수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막연하게 우리 코치들이 잘못하고 있다는 선입견도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1군에서는 모든 코치들이 실시간으로 랩소도 데이터를 확인하면서 타자들의 타구질과 투수의 구위를 체크하고 피드백을 주고 있습니다. 확실히 변화는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럼 또 궁금한 게 생기죠.
다르빗슈의 이야기에 따르면 일본도 체계적인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인데 오타니, 야마모토, 이마나가 같은 세계 수준의 투수는 왜 계속 탄생하고 있는 걸까요?
제 이 의문에 지난해까지 NPB 야쿠르트의 감독을 역임했던 다카스 신고 전 감독은 제 이런 질문에 이렇게 답을 해줬습니다.
"야마모토나 이마나가 같은 경우는 제가 봐도 저렇게 작은 친구(둘 모두 177cm)들이 어떻게 저런 공을 던지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거든요. 저런 건 누가 가르쳐줘서 된 게 아니에요."
그리고 조금 뜸을 들이더니 본인의 생각을 말했습니다.

왜 NPB에 저런 선수들이 계속 나오는지... 음...
깊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음...
좀 생각해 보면 일본에 야구를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닐까요?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