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do감] 걸어 다니며 바다맛 보는 물고기 '바다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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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물고기'로 유명한 바다로빈(sea robin)은 다리를 이용해 해저를 맛보며 먹이를 찾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니콜라스 벨로노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데이비드 킹슬리 스탠퍼드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관찰 및 유전자 연구를 통해 바다로빈이 다리를 사용하는 방법, 다리 발달을 제어하는 유전자를 확인했다고 27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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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물고기'로 유명한 바다로빈(sea robin)은 다리를 이용해 해저를 맛보며 먹이를 찾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니콜라스 벨로노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데이비드 킹슬리 스탠퍼드대 교수 공동 연구팀은 관찰 및 유전자 연구를 통해 바다로빈이 다리를 사용하는 방법, 다리 발달을 제어하는 유전자를 확인했다고 27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바다 밑바닥에 사는 바다로빈은 물고기 몸통에 새의 날개 같은 지느러미, 가슴지느러미 아래에 다리 6개를 가진 특이한 동물이다. 다리는 지느러미처럼 양쪽에 3개씩 갖고 있다. 이 다리로 걷는 모습은 많이 관찰됐지만 정확한 기능이나 진화 과정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먼저 연구팀은 바다로빈을 실험실 수족관에서 키우면서 바다로빈이 다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찰했다. 연구에서 바다로빈은 헤엄과 걷기를 번갈아 했고 다리를 이용해 모래를 파헤쳐 그 속에 있는 조개류 등 먹이를 찾는 모습이 포착됐다. 먹이가 보이지 않아도 모래를 파해쳤다. 흥미롭게도 조개가 깊이 묻혀 있을 수록 바다로빈은 조개를 찾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 모습에서 힌트를 얻어 바다로빈의 다리가 화학적인 자극에 민감하고 맛을 감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홍합 분쇄물이나 여과된 홍합 추출물, 심지어 단일 아미노산까지 감지하고 찾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맛이 나는 화학 물질에 노출됐을 때 사지의 신경이 활성화 됐다.
바다로빈의 다리 끝을 조사해보니 다리는 삽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고 표면은 혀의 미뢰 같은 돌기로 덮여 있었다. 돌기에는 미각 수용체가 있어 모래 속에 묻혀 있는 단일 아미노산 캡슐을 찾아낼 정도로 화학적 자극에 민감했다.
바다로빈 중에서도 모래를 파는 행동을 하는 종과 하지 않는 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래를 파헤치지 않는 바다로빈의 다리는 막대 형태이고 표면에는 돌기가 거의 없었으며 모래 속의 먹이나 캡슐도 찾지 못했다. 연구팀은 다리로 모래를 파는 바다로빈 종이 일부 지역에만 서식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돌기가 있는 다리로 땅을 파서 사냥을 하는 특성은 진화 과정에서 나중에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구팀은 바다로빈 13개종의 유전자를 비교해 다리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냈다. 몸에서 팔다리 발달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TBX3A라는 전사 인자 유전자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다. 유전자 가위로 일부 바다로빈에서 TBX3A를 돌연변이 시키니 물고기 일부가 돌기와 음식을 맛보는 능력이 사라졌다.
연구팀은 "바다로빈의 다리 발달을 조절하는 유전자 전사인자는 인간을 포함한 다른 동물의 팔다리에서도 발견된다"며 "이 걷는 물고기는 특수한 신체 특성을 비교하고 특정 환경에 적응하는 진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 수 있는 강력한 진화 연구 모델"이라고 말했다.
<참고자료>
doi.org/10.1016/j.cub.2024.08.014
doi.org/10.1038/d41586-024-03117-7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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