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당내 경선 여론조사 의아” 이준석 “부정선거론자 초기 증상”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명태균씨가 관여했다는 과거 당내 경선의 여론조사에 의구심을 제기하자 당시 경선에서 나 의원을 눌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반발했다.
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명씨 말대로 (2021년 진행된) 오세훈 후보와의 서울시장 경선, 이준석 후보와의 전당대회는 의외의 현상의 연속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 시장과의 2차 경선은 느닷없이 여론조사 100%로 진행됐다. 역선택 방지 조항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이준석 후보와의 전당대회는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전당대회 초반에 (내가) 여유 있는 1위였는데, 명태균과 관련된 여론조사기관이 7번이나 전당대회 여론조사를 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특히 이준석 후보가 나를 이기는 첫번째 여론조사를 해당 여론조사기관이 내보냈다”면서 “2021년 5월22일자 여론조사는 응답률 3.3%인데 단 1시간 50분만에 표집되었다고 하니 의아하지 않은가”고 했다.
나 의원은 자신이 명씨와 연루되지 않았고 오히려 여론조사 작업의 피해자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나도 궁금하다”며 “진실이 명명백백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 의원은 SNS에 “부정선거론자가 되는 초기 증세”라고 응수했다. 그는 “전당대회 지고 3년 동안 얼마나 이런 소리 하고 싶으셨겠나”라며 “(당시) 제가 1등하는 조사가 (명씨 조사 외에도) 수두룩했다”고 반박했다.
이후 두 사람이 SNS에 날선 말을 주고받으며 언쟁이 이어졌다. 나 의원은 “부정선거 얘기가 아니라 비정상적 여론조사를 말하는 것”이라며 “그래서 명씨와 미리 여론조사 관련 얘기를 나눈 적이 진짜 없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준석 후보 1위 만들기를 했다고 명씨가 직접 내게 확인해줬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나 의원이 지지율 1위에서 김기현 후보에게 뒤져 2위로 떨어지는 여론조사 추이 그래픽을 공유하며 “보통 이런 데이터를 보면 부정선거를 의심할 만 하다. 그런데 대통령실의 압박에 쫄아서 튈 정도의 정무적 감각만 보면 저런 지지율 변화는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선거 때마다 한 행동을 먼저 먼저 분석하고 선거 결과를 논하자”라며 “제가 대구에서 탄핵의 강을 넘자고 연설할 때 대구 공항 이름을 ‘박정희 공항’으로 바꾸자고 외치던 수준의 전략으로 무슨 선거를 치르나”라고 했다. 나 의원이 스스로 지지율 하락을 자초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오 시장 역시 SNS에 “우리당은 그동안 당헌 당규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당내 경선의 룰과 여론조사방법을 결정했다”며 “지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도 마찬가지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당의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거나 중진인 분이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명씨의 일방적 주장을 인용해 자기 정치를 위해 편가르기를 하고, 자중지란 하는 모습에 당혹스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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