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교육 - 창의인성 교육이 생각처럼 쉽게 분리되나?

[강민정 21대 국회의원]
AI는 맞춤형교육을, 교사는 창의인성을?
아이의 성장은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것
결코 분리되어서 교육시킬 수 없어
교사의 역할은 부실 AI교과서 보완하기?
AI시대에 반복적 문제풀이를 배우게 하라니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021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AI 기반의 지능형 개인 교사 체제(Intelligent Tutoring System·ITS)를 도입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 학습을 제공하고, 교사는 창의 인성 지도에 집중하는 식으로 기술을 활용해 교사의 역할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 장관이 된 후 이주호 장관은 이 신념에 기초해 AI 디지털 교과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정말 그럴까? 이주호 장관은 ‘창의 인성 교육에 집중하는 교사’라고 말하면서 창의 인성 교육을 강조하는 교육부 장관, 교사들이 보다 고도의 교육활동에 집중하게 하여 교사들을 지지, 지원하는 교육부 장관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을지 모른다. 아니 실제로 그게 가능하다고 굳게 믿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는 아이들의 배움이 일어나는 과정에 대한 몰이해와 현재 제시되고 있는 AI 디지털 교과서가 교육전문가로서의 교사 정체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의료개혁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는 발언으로 의료계를 적대시하는 시각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진= 연합뉴스

지식교육과 창의 인성교육이 분리되나

이 장관은 지식교육과 창의 인성교육이 명확하게 분리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참으로 놀라울 뿐이다. 이는 마치 아기가 말을 배울 때 발성법, 말의 맥락과 사용방식, 언어 사용에 필요한 태도 등은 따로 체득하고 단어의 뜻만 별도로 배운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한 나라 교육을 이끌고 있는 이가 인지영역과 사고 및 윤리체계의 상호연계성과 복잡성, 특히 그 성장과 발전과정을 이렇게 단순화시키고 왜곡해서 이해하고 있다면 그건 모두의 불행이다. AI 디지털 교과서를 통해 드러나는 이 장관의 문제는 교육에 대한 편협한 이해와 '기술맹신주의'가 만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지식을 획득하는 인지학습능력과 창의성, 인성이 인간을 구성하는 복합적 요소인 지적, 정서적, 심리적, 가치적 요소들을 구분하여 지칭하는 것이긴 하다. 그러나 이를 구분하는 것이 각각의 요소와 관련된 기능 혹은 역량 등이 별개로 획득되며 서로 분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그것을 획득하고 성장시키는 과정이자 활동인 교육에 관해 말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아이들의 성장이란 작은 '유레카'들의 축적이자 확대과정이다. 그리고 아무리 작은 유레카일지라도 인간 사고와 경험체계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요소들의 복합적 상호작용 과정의 산물이다.

통합적 교육도구로서 AI교과서인가

문제는 또 있다. 교과서에 대한 이해문제다. 우리 법에서는 교과용 도서(교과서)에 관해 초·중등교육법 제29조에 그 규정을 두고 있다. 교과서도 넓은 의미에서 교육자료 중 하나이지만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에서 드러나듯 그 교육적 중요성이 큰 교육 자료인 것이다. 실제 교육이 이루어지는 수업장면에서 교사들은 교과서를 주된 매개로 하여 지식교육도, 창의성 교육도, 인성교육도 수행한다. 'AI 교과서‘가 정말 ’교과서‘라면 이런 통합적 교육을 위한 도구적 역할을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장관은 AI 교과서라 부르면서 실은 교과서가 주로 그 스스로 좁게 이해하고 있는 지식교육의 수단으로 기능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는 위 인터뷰 기사에서 '오전에 AI 교사와 기초학습을 다지고, 오후에는 인간 교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을 AI 교과서 활용 가상예시로 들고 있는 데서 잘 드러난다. AI 교사가 하든, 인간 교사가 하든 기초학습을 다지는 것이 교과서의 주된 목적이자 기능이라고 이해하는 것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지극히 평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며, 교과서를 매개로 한 다양한 교수학습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다.

어떤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을 키울 것인가

AI시대 미래교육이야말로 던져진 문제를 푸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할 줄 아는 능력이 관건이라는 논의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게 미래교육을 강조하는 이 장관이 AI에게 맡기겠다고 하는 맞춤형 교육이 기껏 난이도 단순구분에 따른 문제풀이 반복 이상이 아니고, 문제풀이 중심인 기존 교육용 앱 기능과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런데도 이를 ‘AI교사’라 부르며 지식교육은 AI 교사에게 맡기라고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는 것을 보면 이 장관은 지식교육을 반복적 문제풀이를 통해서 얻어지는 어떤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보인다. 문제풀이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무수한 방법 중 하나일 뿐이며, 특히 그것을 무조건 반복하는 것이 오히려 학습흥미와 학습의욕을 떨어뜨려 교육적 효과를 낮출 수도 있다.

지식습득 그 자체도 읽기와 쓰기, 문제풀이 뿐 아니라 교사-학생, 학생-학생 간 다양한 활동들이 수반되어야 효과적인 학습결과가 나오며, 현재와 같은 데이터와 기술수준에서 AI 디지털 교과서가 제공하는 기계적 반복만으로는 제대로 된 지식교육 효과조차 거두기 어렵다. 무엇보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이루어지는 정보습득은 판서나 책 혹은 종이문서를 읽을 때보다 훨씬 피상적 학습이 된다는 인공지능 연구자들의 연구결과나 “디지털 기기가 학생의 학습 능력을 저해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있다”는 스웨덴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성명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교육부의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

교사는 AI교과서를 보완하는 일을 하게 되나

의도한 결과든 아니든 상관없이 결국 인간의 사유체계 형성과정에 대한 기계적 분리를 강요하려는 이주호 식 교육관으로 인해 교사는 지적 작업과 분리된 창의 인성교육을 하는 사람으로 규정된다. 그 결과 지식 교육도, 창의성 교육도, 인성 교육도 왜곡된다. 아니 완전히 파탄지경이 될 것이다.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교육을 따로 떼어내 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아니다. 교사에게서 덜어내 주어야 할 것은 지식교육의 부담이 아니라 사무 행정적 성격을 갖는 업무들로 인한 부담이다. 교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고, 다양하고 풍부한 교육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다. 백번 양보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소위 AI 디지털 교과서라는 것은 교사의 교수학습 설계 상 활용할 수 있는 여러 교육 지원 자료중 하나여야 한다.

그러나 이 장관은 AI 디지털 교과서가 교사가 필요에 따라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교육 자료가 아니고 수업의 기본이자 핵심 교재인 ‘교과서’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 교과서로 직접 교육활동을 담당해야 할 교사들은 문제풀이나 반복에 의한 지식 습득 방식이 갖는 협소함으로 인해 소위 AI 디지털 교과서가 갖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게 될 것이다. ‘재구성’이라는 이름하에 교육적으로 이를 보완할 각종 교수학습 자료와 활동들을 AI 디지털 교과서 시스템에 생산·입력하고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을 계속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렇지 않다면 AI 디지털 교과서가 제공하는 현격하게 저하된 교육활동 프로그램(소프트웨어)를 그저 작동시키기만 하는 ‘클릭 교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비대면 수업이 전면화 되었던 팬데믹 초기 불과 몇 달 만에 온라인 수업자료를 수백만 건 생산해낸 이들이다. 이처럼 평균적으로 높은 책무성을 갖는 우리나라의 많은 교사들은 제공된 AI 디지털 교과서를 보완, 재구성하는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붓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이주호식 AI 디지털 교과서는 인간의 지적 성취과정에 대한 천박한 이해로 교사를 교과서로 기능도 제대로 못하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보조자나 관리자 아니면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업체의 그림자 노동자로 전락시킬 것이다. 현실에서는 둘 다가 될 가능성이 많다. 그로 인해 이미 너무 많이 훼손되고 있는 교육전문가로서의 교사 정체성은 이로써 완전히 붕괴될 것이다.

그런 교실혁명은 오지 않는다

결국 전국 50만 교사들이 각자의 교수학습계획에 따라 교육과정에 근거해 생산한 자료들이 AI 디지털교과서 상에 집적될 것이며, 이는 구독료까지 출판사에 내는 상황에서 교사들의 교수학습 자료를 민간 사기업 출판업체와 IT업체에 제공하는 것이 된다. 교육 공공성은 완전히 무너지고, 공공성이 무너진 위에 교사의 전문적 노동에 대한 착취가 발생하거나, 아니면 교사들마저 사기업체 대상 상품판매자가 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게다가 늘 그래왔듯이 AI 디지털 교과서 관련한 학부모들의 질문과 민원을 직접 감당해야 할 새로운 업무까지 교사들에게 추가될 것이다. 안 그래도 업무폭탄에 신음하고 있는 교사들 아닌가.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교육부, 교육청이 교육에 사용될 오염되지 않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 LLM(거대 언어모델) 기능의 AI 교과서를 구동할 수 없다. 또한 전국 550만 학생들의 학습정보, 그것도 학생별로도 교과에 따라 다 다르게 나타나는 학습정보와 50만 교사들의 수업 및 교육활동 정보들을 제대로 관리할 능력조차 없다는 것이 수시로 터지는 학생, 교사 정보유출 사고로 이미 증명되고 있다. 이게 우리 현실이다. 그런데도 이 장관은 지식교육과 창의·인성 교육을 분리해내는 신박한 교육관으로 지식교육은 AI 교사에게 맡기고 교사는 창의 인성 교육에 집중하라면서 AI 디지털 교과서가 교실혁명을 가져올 것이라 장담하고 있다. 그가 우리 교육을 또 얼마나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넣을지 생각만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강민정은 서울의 한 사범대학을 졸업해 25년 가까이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였다. 혁신학교와 혁신교육지구(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통해 혁신교육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명퇴 후 교육시민단체에서 교육정책 관련 연구 및 강의, 집필 등을 통해 교육개혁운동 활동가로 복무하다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되어 국회에서 4년 간 교육상임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의원임기 만료 후 국회 밖에서 여전히 교육문제 해결에 관심을 갖고 강의와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