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스페셜리스트] 심양규 삼일PwC 파트너…뷰티 ‘핫딜’ 키맨

심양규 삼일PwC 파트너 /사진 제공=삼일PwC

지난 5일 오후2시 <블로터>는 서울 용산에 위치한 삼일PwC에서 심양규 파트너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딜 본부에서 매수, 매각 자문 등 컨설팅 업무를 수행해 뷰티 산업 분야의 인수합병(M&A) 스페셜리스트로 통한다.

뷰티 섹터는 최근 K뷰티의 글로벌 인기가 폭발하면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K뷰티 열풍으로 대형 뷰티 브랜드 기업뿐 아니라 중소·인디 뷰티 브랜드의 매출도 급성장하자 투자자들에게 매력도가 한층 커지는 분위기다. 이날 인터뷰 역시 다수의 투자자가 뷰티 기업 인수를 검토하는 가운데 마련됐다.

심 파트너는 이날 “미국, 일본 등에 진출한 인디 브랜드의 매출이 급증하며 이들 기업 중심의 M&A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매도자와 매수자가 윈윈하는 성공적인 딜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이 장기적으로 뷰티 산업이 견고한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심 파트너와의 일문일답.

-뷰티 기업 관련 M&A 자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가.

△자문사 입장에서는 기업의 실적 외형을 먼저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다. 화장품 기업은 이런 면에서 매력적인 측면이 있다. 현재 화장품을 비롯한 뷰티 기업은 다른 산업보다 성장세가 가파르고 이익률도 높은 경우가 많다. 실적이 좋고 산업 전망이 좋다면 항상 M&A의 대상이 되는 만큼 뷰티 기업 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동안 삼일PwC의 화장품 등 주요 뷰티 기업 딜에 참여해 트랙레코드를 쌓아왔다. 삼일PwC는 2020년대 들어 더스킨팩토리, 코스알엑스, 연우, 한국콜마, 블러썸엠앤씨, 서린컴퍼니, 티르티르, 라카코스메틱, 구다이글로벌, 스킨이데아, 리봄화장품 등 주요 M&A에서 인수·매각 자문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지금도 여러 개의 뷰티 기업 딜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뷰티 기업 딜은 활발한 편인가.

△뷰티 기업은 크게 브랜드 기업과 제조 업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외에 화장품 용기, 원료 업체들과 유통회사, 인증 업체들도 포괄하며 뷰티테크라는 범위에서 미용기기들도 뷰티 산업으로 묶인다. 아무래도 브랜드 기업이 3만여개로 가장 많고, 다음이 제조 업체로 4000여개에 달하는 만큼 관련 기업 딜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뷰티 기업의 M&A는 그다지 활발하지 않았다. 과거 인수 이후 실패 사례가 많아 기관투자가(LP)들이 기피하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 높은 성장률로 큰 영업이익을 내는 등 유망한 화장품 기업들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다만 쏠림 현상이 있다. 뷰티 기업에 포함된다고 모두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으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특정 기업들이 있다. 아직 성장기라 상승여력(업사이드 포텐셜)이 있고 주요 플랫폼에서 경쟁력을 갖춘 곳이 고객 및 마케터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 분위기이며, 투자자들에게도 관심을 받는다.

-K뷰티가 글로벌 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뷰티 산업과 M&A의 전망은 어떤가.

△주요 뷰티 브랜드 가운데 이미 수천억원의 매출과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있다. 이처럼 앞서가는 인디 브랜드들이 앞으로 어떻게 시장을 더 개척하고 오랫동안 현재 추세를 유지하느냐가 산업의 전망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많은 뷰티 브랜드 기업의 수명주기가 짧기 때문이다.

딜의 전망과 관련해서는 크게 스킨케어와 색조 분야 화장품 기업을 나눠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킨케어 시장은 규모가 더 크고 피부 타입이나 성분 등만 고려하면 돼 글로벌 진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다만 차별성을 갖기 어렵고, 여러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장이라 진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좋은 브랜드를 잘 선별하면 M&A를 통해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대형 브랜드를 인수할 수 있다.

색조의 경우 유행이 빠르게 변하고 인종별로 고려하는 색감 등이 달라 다양한 국가에 진출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반대로 말하면, 타깃 고객층에 어필하면 해당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져 보다 확실하고 빠르게 클 수 있는 브랜드를 인수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뷰티 산업의 기업가치를 책정할 때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두는가.

△많은 뷰티 기업 오너가 멀티플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에서 보는 전기 실적 대비 멀티플은 사실 당기실적과 여러 상황을 고려할 경우 왜곡된 경우가 있다. 성장여력이 있어야 높은 기업가치를 받을 뿐 아니라 거래 성사 가능성이 높은 대상이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미 성장한 기업은 인수자에게 매력적인 편이 아니다. 뷰티 기업은 산업의 흐름과 기업의 성장세, 다르게 표현하면 ‘타이밍’이 다른 어떤 산업보다 중요하다.

-딜이 이뤄지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뷰티 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가파른 수명주기로 인해 매도인과 매수자의 기업가치 차이가 큰 경우가 많다. 앞서 말했듯이 화장품 기업 M&A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기업이 성장하고 있어도 올해는 M&A 대상으로 매력적이나 내년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뷰티 산업 M&A가 최근 활성화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수많은 화장품 기업 대비 실제 딜이 성사되는 회사의 비율은 크지 않다. 투자 혹은 매도 타이밍을 사업가 본인이 가늠하기보다 전문가들이나 투자자들의 제안을 들어보고 같이 고민하는 것을 추천한다. 타이밍의 아쉬움은 딜 구조로 풀어낼 수 있다.

-잠재적 투자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뷰티 기업은 높은 성장률과 이익률, 글로벌 경쟁력 등 투자에 매력적인 산업이다. 다만 지속가능성과 과거 실패 사례 등을 고려할 때 투자가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산업의 성장성과 지속 가능성 등 두각을 보이는 기업들을 잘 선별해 투자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투자 분야가 될 수 있다.

-가장 보람 있었던 딜은 무엇이었나.

△코스알엑스를 아모레퍼시픽에 매각한 딜로 뷰티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많은 네트워크를 갖게 됐다. 코스알엑스는 인디 브랜드로서 새로운 해외 시장을 개척한 유명한 기업이고, 약 1조원에 달하는 딜을 이끌어내 2020년대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큰 랜드마크 딜이 됐다.

딜 구조도 독특하다. 당사자 간 치열한 논의 끝에 당분간 창업자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해 ‘소수지분 인수 + 콜옵션(주식매도청구권)’의 딜 구조를 구성했다. 잔여지분 매각 시 성장에 따른 보상도 반영했다.

코스알엑스는 거래 직전사업연도(2020년) 매출이 803억원, 영업이익이 223억원이었던 기업이다. 현재는 지난해 4862억원의 매출과 161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급성장해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매각자와 매수자가 윈윈하는 딜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올 10월 리봄화장품을 동국제약에 매각한 딜의 경우 리봄화장품 대표의 창업 스토리가 인상적이었다. 50대 후반에 창업을 결심해 10여년 만에 훌륭한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으로 키워냈다. 향후 서로의 시너지를 발판 삼아 더욱 좋은 회사로 거듭날 것으로 본다.

거래 상대방으로 만난 구다이글로벌 대표는 젊은 나이에 창업해 지금 여러 개의 브랜드사를 운영하게 된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사업을 키워나가는 모습이 좋았다.

-삼일PwC의 뷰티 산업 딜 자문에서 차별화되는 점이 있나.

△뷰티 기업은 산업을 이해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실제로 딜을 많이 진행했는지, 거래 과정에서 많은 디테일한 조건들을 구현했는지 등이 새로운 딜을 만들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일PwC는 과거뿐 아니라 최근 공시된 상당수 뷰티 기업의 딜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화장품 산업 관련 사업가들과 교류하며 자문에 응하고 있고,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경험, 전문성을 가진 만큼 관심 있는 투자자와 기업들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또 매도자와 잠재매수자 간 시너지, 기업의 성장 가능성 등 인수 이후에도 기업이 커갈 수 있는 구도를 염두에 두고 딜을 진행하고 있다.

삼일PwC는 중견 및 대기업, 여러 인디 브랜드, 제조사, 국내외 사모펀드 등 다양한 네트워크도 구축하고 있다. 뷰티 산업 내 직접적인 잠재 투자자 외에 유통, 패션, 제약, 바이오 등 뷰티 사업에 관심이 있거나 신사업으로 검토하는 여러 기업들의 자문에도 답하고 있다.

‘PwC아시아퍼시픽네트워크’ 등 국경간거래(크로스보더딜) 업무 역량도 높다고 자부할 수 있다. 동남아 7개국은 물론 프랑스 비즈니스팀도 최근 신설돼 프랑스에 있는 글로벌 기업 및 FI와도 연결이 가능하다.

남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