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을 보라. 영화 프리스트(1994)에서 성범죄 피해자인 가톨릭 신자가 신부님에게 고해성사를 하는 장면인데 영화에서는 결국 신부님이 비밀을 지키다가 나중에 피해자 어머니로부터 원망을 듣는 내용이 나온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신부님이 중대한 범죄 사실에 대한 고해성사를 듣게 되면 어떻게 될까? 유튜브 댓글로 “천주교 고해성사에서 신부님이 중대한 범죄 사실을 알게 되어도 비밀을 지키는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현직 신부님께 물어봤다.

안토니오 신부 – 익명
“고해성사의 내용에 대해서는 그것이 어떠한 내용이든지 무조건적인 비밀을 엄수하도록 돼 있습니다. 전적인 비밀을 지키는 이유는 첫 번째는 이 고해성사가 천주교 신자가 사제라는 한 인간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제를 통해서 하느님께 나의 잘못을 고백하는 내용이라는 것. 두 번째는 비밀이 전적으로 보장된다는 신뢰가 있어야 자신의 양심이라든지 내면을 더 솔직하게 고해를 할 수가 있게 되는 거죠.”

고해성사는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가톨릭의 성스러운 의식 중 하나인데 고해자의 비밀을 절대 엄수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 안토니오 신부님도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고해성사의 비밀은 지켜져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각종 영화나 소설 등에서는 이 비밀유지의 서약을 두고 신부님이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이 자주 나오곤 한다. 드물긴 하지만 현실에서도 이런 사례가 없던 건 아니다. 2001년 프랑스에서는 아동학대 가해자의 고해성사를 듣고도 신고하지 않은 신부에게 3개월의 집행유예와 상징적인 의미의 벌금 1달러를 선고한 사례가 있고, 아르헨티나에서는 아동학대 가해자의 고해성사를 듣고 신고한 신부가 파문당하는 일도 있었다.

혹시 또 다른 신부님은 다르게 생각하실까 싶어 물어봤는데,
안드레아 신부 – 익명
“고해성사의 비밀은 불가침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고해소에서 있었던 일을 발설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살인자에 대한 부분이라든지 도주자에 대한 부분들도 절대로 발설이 되지 않고요.”

여러 신부님을 취재한 결과, 모두 동일하게 그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고해소에서 들은 비밀을 발설하지 않을 거라는 입장이었다. 교회법 983조와 1386조에 고해성사의 비밀을 지켜야 하고 이를 어길 시 파문에 처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법적으로는 어떨까. 냉정하게 보면 신부님은 중대한 범죄 사실을 알고도 숨긴 것인데 고해성사를 한 사람이 간첩이 아닌 이상은 죄가 아니라고 한다.
박찬호 변호사-음성 대역
“타인의 범죄사실을 알고도 이를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을 시 그 자체로 범죄가 성립하는 죄를 일명 ‘불고지죄’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현행법상 이러한 불고지죄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 법률은 ‘국가보안법’이 유일합니다. 예를 들어, 신부님에게 간첩이 와서 국가보안법에 위배되는 사실을 고해성사했는데 신고하지 않은 경우엔 신부님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신부님이 고해성사를 통해 범죄 사실을 알게 되어도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받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단, 두 가지의 예외가 있는데 비밀 유지의 수준이 아니라 범인 도피나 증거 은닉에 도움이 되는 수준이라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것과 범죄 사실을 알고 신고하지 않는 것만으로 죄가 되는 국가보안법의 경우 비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죄가 된다는 거다.

다만, 오히려 고해성사 내용을 발설했을 때도 사회법상 죄가 될 수도 있다는데. 형법 제317조를 보면 직무처리 간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면 안 된다는 조항에 종교의 직에 있는 자도 포함되기 때문에 오히려 업무상비밀누설에 해당할 수도 있다.

취재하며 신부님들이 공통적으로 말한 의견은, 고해성사가 죄를 고백했다고 바로 그 죄가 사해지는 건 아니라며 보속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거다. 보속이란 죄에 대해 마땅히 치러야할 배상이라고 보면 된다. 신부는 고해 내용을 듣고 지켜야할 보속을 주는데, 여기서 사회법으로도 정당한 처벌을 받도록 자수를 종용할 거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안토니오 신부님-익명
“무슨 그야말로 살인이 됐든 범죄 행위를 고해할 때 어떻게 되느냐 물론 사제는 종교 지도자로서 신자에게 자수를 하든지 여러 가지 그런 권유를 할 수는 있지만 고백한 사람이 안 한다고 해서 대신 신고하거나 그런 거는 절대 없습니다.”

안드레아 신부님-익명
“대신 고해사제가 할 수 있는 건 그 사람이 참회를 하는 거잖아요. 자수를 할 수 있도록 독려를 해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