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도깨비' 신화, 세제 확 줄이는 세탁볼 개발해 15만개 판매 대박

유니케어 빨래박사 세탁볼 개발기
유니케어 빨래박사 세탁볼을 개발한 에코렉스 윤종운 대표. /더비비드

거대 자본으로 무장한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초저가 플랫폼의 공세에 우리나라 유통 시장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가격이 거의 원가에 불과한 중국산 생활용품의 공습에 국내 많은 중소 제조사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개발자가 공들여 신제품을 내놓으면 금세 카피 제품이 깔리는 출혈 경쟁에 국내 제조업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실정이다.

혼탁한 유통 환경에서 ‘기술 개발만이 살길’이라며 정면 승부를 선언하는 기업도 있다. 생활용품 전문 기업 에코렉스는 자체 기술 개발로 특허를 등록한 제품만 생산한다. 에코렉스의 윤종운(64) 대표를 만나 한국 중소제조업의 자존심을 지키는 법에 대해서 들었다.

◇메이드인 코리아라는 자부심, 에코렉스

빨래박사 세탁볼은 특허 (제10-2570125호)받은 세탁용 볼로, 표면의 돌기가 빨래 방망이처럼 세탁기 안에서 옷감을 두드리면서 먼지와 때를 털어준다. /더비비드

에코렉스는 생활화학 제품과 아이디어 생활용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회사다. 연매출 100억원의 일등공신이었던 코브라 유니건을 필두로 변기세정볼, 바나나클리너, 고농축세정제 등을 잇따라 성공시켰다.

요즘 효자 상품은 빨래박사 세탁볼이다. 세제를 적게 넣어도 깨끗이 빨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품이다. 특허 (제10-2570125호)받은 세탁용 볼로, 표면의 돌기가 빨래 방망이처럼 세탁기 안에서 옷감을 두드리면서 먼지와 때를 털어준다.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건조기에도 사용이 가능해 효율적이다.

세탁볼 내부에는 우레탄 소재의 전용 필터가 들어있다. 이 필터는 균일한 구조로 이루어져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털어내고 세탁기 안에 떠다니는 불순물을 흡착한다. /에코렉스

세탁볼 내부에는 우레탄 소재의 전용 필터가 들어있다. 이 필터는 균일한 구조로 이루어져 세탁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털어내고 세탁기 안에 떠다니는 불순물을 흡착한다. 스펀지 형태의 필터를 볼 안에 넣고 세탁하면 먼지와 불순물 흡수 속도가 더 빨라진다. 일반적인 가구 세탁량 기준으로 2개 정도 사용하면 충분하다. 현재 전용 온라인몰(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도깨비 방망이 300만개 판매 신화

윤종운 대표는 핸드 블렌더 ‘도깨비방망이’를 론칭해 11년 동안 300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더비비드

윤종운 대표는 홈쇼핑 황금기를 구가했던 유통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홈쇼핑이 태동하던 시기 핸드 블렌더 ‘도깨비 방망이’를 론칭해 11년 동안 300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이후 믹서기 제조사에 입사해 10년간 유럽 등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는 일을 담당했다. 20년 넘게 제조와 판매 현장을 누비며 쌓은 노하우는 그의 든든한 자산이 됐다.

하지만 베테랑 유통인에게도 중국의 공세는 매서웠다. 에코렉스의 전신인 유니코 운영 당시 100억원대 연매출이 중국산 카피 제품에 밀려 5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회사 규모를 겨우 키웠는데, 중국의 반값 경쟁 때문에 유지가 어려워졌습니다. 유니코 시절만해도 제품 소싱과 개발을 병행했는데요. 유통 중심의 구조를 버리고, 기술 보호를 위해 특허 등록 제품만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법인 에코렉스를 설립했습니다. 후배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쉽게 대체될 수 없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만들겠다는 결단이었죠.”

◇아내의 손빨래 고충에서 탄생한 아이디어

윤 대표는 세탁기가 있는데도 찌든 때를 지우기 위해 매번 손빨래를 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세탁볼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더비비드

‘빨래박사 세탁볼’ 아이디어는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됐다. 세탁기가 있는데도 찌든 때를 지우기 위해 매번 손빨래를 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왜 세탁기만으로 완벽하게 세척할 수 없을까’ 의문을 품었다. 어린 시절 빨랫감을 빨래판에 문지르고 방망이로 두들기던 어머니의 세탁 방식에서 해답을 찾았다.

세탁볼 표면에 600개의 굵은 방망이모와 3828개의 가는 슬림모를 배치했다. /더비비드
물살을 응축해서 빨랫감을 강타하는 60개의 구멍을 더해 세척력을 극대화했다. /에코렉스

핵심은 세탁기 안에서 방망이질과 비벼 빨기 효과를 구현하는 것이었다. “세탁볼 표면에 600개의 굵은 방망이모와 3828개의 가는 슬림모를 배치했습니다. 굵은 모는 세탁물이 회전할 때 강하게 타격해 방망이 역할을 하고, 얇은 모는 섬유 사이사이를 쓸어내며 손으로 비벼 빤 듯한 효과를 냅니다. 여기에 물살을 응축해서 빨랫감을 강타하는 60개의 구멍을 더해 세척력을 극대화했습니다.”

적합한 소재를 찾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세탁기 내부는 습해서 세균과 곰팡이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살균 소독이 간편하면서 세탁물을 손상시키지 않는 소재를 찾아야 했죠. 처음엔 플라스틱으로 샘플을 만들어 테스트하니 옷감이 손상되고 소음이 너무 컸어요. 양모 세탁볼은 물을 머금으면 무거워지고 세균 번식의 우려가 있었죠. 2년의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은 실리콘이었습니다. 실리콘은 탄성이 좋아 옷감 손상이 적고, 끓는 물이나 전자레인지로 살균 소독이 가능해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요. 세탁볼 내부에는 스펀지 형태의 우레탄 필터를 넣었습니다. 필터가 세탁기 안에 떠다니는 불순물을 흡착해줍니다.”

오염된 수건을 세탁볼을 활용해 세정한 모습. /에코렉스
특허증과 Katri 시험성적서. /유니케어

다음 단계는 세탁볼의 기능을 입증할 증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세제를 많이 넣는다고 세탁이 잘 될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KATRI시험연구원에 테스트를 의뢰했어요. 세탁 세제 60mm에 세탁볼 2개를 투입한 경우와 세탁 세제 120mm로만 세탁했을 때의 전후 백색도 등을 비교하는 실험이었죠. 결과는 놀라웠어요. 세탁 세제 절반에 유니케어 세탁볼 2개를 사용한 세탁물이 더 깨끗하다는 결과를 받았죠. 세탁볼을 사용하면 세제를 절반만 사용해도 되니 지출을 줄이면서 환경까지 보호할 수 있는 셈입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제품 기획은 한국에서 하고 제조는 해외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에코렉스는 국내 생산을 고집한다. “중국의 역습으로 오래 거래했던 공장과 금형 제조사들이 많이 무너졌습니다. 함께 손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 됐죠. 물론 옥석은 가립니다. 오랜 거래로 신뢰를 확보했고, 소통이 원활한 공장과 일합니다. 수시로 공장에 방문해 생산 상황을 점검하죠. 매월 3만개의 세탁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공장에서 세탁볼을 제조합니다.”

세탁볼 사용법은 간단하다. 세탁기 안에 세제와 함께 던져 넣기만 하면 된다. “세탁물끼리 엉키는 것을 방지하고 주름을 펴주는 효과가 탁월합니다. 특히 건조기에 사용할 때 진가를 발휘합니다. 높은 열을 견디는 내열 소재라 안심하고 넣어도 되는데요. 건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섬유 부스러기를 제거해줍니다. 사용 후 필터에 걸러진 이물질만 물로 씻어내면 됩니다.”

◇일본 돈키호테 문 두드린 ‘메이드인 코리아’의 힘

일본 돈키호테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모습. /에코렉스

2023년 유니케어 세탁볼을 첫 출시했다. 익숙한 듯 참신한 아이디어로 큰 주목을 받았다. NS홈쇼핑을 비롯해 4곳의 TV홈쇼핑에서 판매를 진행했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생활용품 카테고리에서 14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와디즈에서의 성공은 수출 기회로 이어졌다. 일본의 유명 잡화점 돈키호테와 대만의 온라인몰에 입점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7만개, 일본에서 5만개, 대만에서 3만개 이상 팔렸다. 현재 전용 온라인몰(metashop.co.kr)에서 최저가 공동구매를 진행 중이다.

세탁볼을 시작으로 ‘K소비재’의 저력을 보여주는 게 목표다. “올해 상반기 중 2년 동안 개발하고 특허 등록까지 한 ‘전동 샤워 브러시’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1인 가구와 노년층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손이 닿지 않는 등이나 발바닥까지 쉽게 씻을 수 있는 전신 케어 제품입니다. 한국의 때밀이 문화를 매력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제품이 될 겁니다.”

윤 대표는 K 소비재의 저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더비비드

작은 세탁볼 하나에 ‘메이드인 코리아’라는 긍지를 담았다. “우리나라 중소 제조사는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물량 밀어내기를 하는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느라 힘든 상황입니다. 가격 경쟁력으로 똘똘 뭉친 제품과 눈에 띄게 다른 제품을 개발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도전이죠. 그만큼 정말 좋은 제품을 개발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보람을 느낍니다. 힘들어도 가치 있는 선택만 하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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