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과 극 체험이라는 홍대 상권 근황

이 영상을 보라. 여기는 서울의 최고 핫플레이스 홍익대 주변 상권인데 텅 빈 상가들이 부쩍 늘어서 여기가 정말 홍대 맞나싶은 생각이 들게 한다. 반면 같은 홍대 상권인데도 지하철 홍대입구역 주변은 길거리에 사람들이 잔뜩 몰려있다. 유튜브 댓글로 “홍대 상권에도 요즘 공실이 많이 보이던데 어떻게 된건지 알아봐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홍대 상권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어디까지 홍대 권역이라고 봐야할지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규모가 방대해서 ‘메가 홍대’라고 불릴 정도다. 과거의 홍대 상권은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출구 주변과 홍대 정문 두 축을 중심으로 가지를 치면서 성장했는데 텅 빈 건물이 유독 많은 곳은 홍대 정문을 중심으로 한 역T자 구간이다.

실제로 가보니 건물 자체가 통으로 비어 있는 곳도 적지 않았는데 인근 부동산에 물어보니 홍대 정문 앞에서 걷고 싶은 거리로 이어지는 내리막길 150m구간은 무려 60%가 공실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문제는 역시 상권의 성장과 함께 하늘로 치솟은 임대료. 웬만한 중대형 상가는 월세가 수천만원선을 유지하고 있고, 지금도 골목 안에 숨어있는 7평짜리 소형 상가는 2년째 비어있는데 월세가 530만원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니 개인 자영업자들은 감당해낼 수 없는 수준이다. 인근 신촌 이대 상권처럼 비슷한 상황, ①자산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우려해 임대료를 내리지않고 공실을 방치하는 건물주 ②상가임대차보호법 영향으로 한 번 내리면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들이 반복된다.

2010년대 들어 공항철도 개통, 경의선 숲길 조성 등으로 홍대 상권의 유동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홍대 정문 주변 상권의 경쟁력은 오히려 떨어졌다. 인디뮤직과 소극장, 미술학원가가 활성화된 상태에서 골목상권이 결합되면서 창의적인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주목받았지만 그런 특징들이 사라져버렸고, 홍대 미술계열에서 실기시험이 폐지되면서 학원가는 강남으로 이동했다.

코로나 여파로 클럽들도 속속 문을 닫으면서 유동인구 자체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동시에 신흥 핫플로 떠오른 인근의 연남동과 망원동 합정역에 밀려 2030세대가 오지않는 잊혀진 상권으로 전락했다.

천상현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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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동선 축이 과거에 비해서 조금 더 걷고 싶은 거리 쪽으로 변화하게 됐고 또 최근 들어서 이제 경의선 숲길 조성 사업이 이제 생기면서 연남동 쪽으로 움직이는 축들이 많이 변동됐다고 보여져요."

홍대 정문쪽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장님은 이곳을 ‘흐르는 곳’이라고 표현했다. 그냥 사람들이 지나가는 거리일뿐 상권이 단절돼있다는 거였다.

홍대 8년차 카페 사장님
"저기만 개발하고 이쪽은 아무 것도 없잖아요. 그리고 밤 되면 웃긴 게 다 닫혀 있으니까 엄청 깜깜해요. 환하지도 않아. 밖에서 보면 저기는 이제 삐까뻔쩍한데 네온사인도 있고,여기는 올라오고 싶어도 무서워서 못 올라오죠."

홍대 정문에서 상수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변 건물에는 팝업 통임대 현수막이 걸린 빌딩들을 목격할 수 있었는데 장기 계약이 부담스러운 건물주들이 팝업스토어 유치로 단기 고가의 월세로 수익을 보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반대로 홍대 상권의 중심지 역할을 하는 지하철 홍대입구역 주변과 걷고싶은 거리쪽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구간마다 버스킹 행사가 열리고, 카페, 술집 등이 밀집해있다. 이곳만 보면, 홍대 상권 공실률이 16%나 된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기도 상권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홍대입구역 대로변인 양화로에 대형 브랜드 중심의 건물 리모델링이 진행됐고 올해 1월 마침내 이 지역에도 애플스토어가 입점했다.

2018년 가로수길에 국내 1호점을 낸 애플스토어는 당시 월세 2억5000만원 20년치를 납부해 가로수길 임대료를 급격하게 끌어올린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강남에 들어선 애플스토어의 경우 월세가 4억이 넘었고, 마침내 그 애플스토어가 홍대 핵심 입지에도 생긴 거다. 대형 브랜드들은 홍대의 명성을 활용해 브랜드 홍보용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자영업자 중심 상권의 성장기가 아닌 성숙기 상권을 상징한다.

이런 모습을 종합하면 홍대 상권에서 현재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홍대입구역 주변과 이면도로인 걷고싶은 거리로 한정돼있고 이게 자연스럽게 연남동쪽으로 연결되면서 홍대 정문 쪽의 단절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문식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이사
"홍대역 근처를 넘어서서 다른 데를 갔을 때 매력적인 어떤 공간들이 없죠. 지금은 없다보니까 그 뒤로 넘어갈 이유도 없는 거고요. 그 안쪽으로 갈 이유가 없는 거죠."

그래서 상권의 변화가 빠른 홍대는 과거 홍대 놀이터로 대표되던 상징적인 거점, 독창적인 문화를 키워냈던 이들이 사라진 이후 상권을 대표할만한 정체성이 없는 상업 공간으로 바뀌거나 유동인구가 없는 곳들은 아예 슬럼화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천상현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
"홍대라는 상권이 담당하고 있었던 역할, 그리고 홍대가 그 공간으로서 사실 문화예술인을 키우고 인큐베이팅하는 기능이 계속 있어왔는데 사실 최근 한 7~8년 10년 동안은 그것들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