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강화 임박 약물 운전, 복약지도와 기준 정립 우선돼야
복약지도 불충분, 명학한 판단 기준 없어

졸음을 유발하는 항정신성의약품을 복용한 후 운전해 사고를 일으키는 사례가 지속 발생하고 있다. 약물 운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졌지만 기준이 불명확하고 복약지도가 충분치 않아 운전자에게 혼란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4월부터 약물 운전에 대한 법정형이 높아진다. 기존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된다.
졸음을 유발하는 처방 항정신성의약품에는 불안장애와 우울증 치료제, 공황장애 치료제 등이 포함된다. 정신과 처방 약뿐 아니라 종합감기약에도 졸음을 유발하는 디펜히드라민과 클로르페니라민이 포함된다. 고혈압 치료제도 아드레날린 수치를 감소시켜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에 대한 복약지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 대한약사회 등과 협조해 졸음을 유발하는 약 처방 시 처방전과 약 봉투에 '운전하면 안됨'이라는 내용의 적색 문구를 삽입하도록 안내했다. 그러나 아직 일부 처방전과 약 봉투에는 작은 글씨로 '운전 주의'라는 문구만 삽입돼있는 상황이다.
처방 시점에서도 운전에 대한 안내가 부족하다. 항불안제와 항우울제를 처방받은 A씨는 "처방 당시 주의할 점을 물어봤는데 운전을 하지 말라는 내용은 듣지 못했다"며 "최근 약물 운전 사고 문제가 불거지고 약 봉투를 확인해보니 '운전 주의' 문구가 작게 써있었다"고 말했다.
음주운전과 달리 약물 운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음주운전은 수치로 기록되는 혈중 알코올 농도를 통해 판단이 가능하지만 약물은 그렇지 않고, 종류마다 효과도 달라 복용 후 얼마나 지나야 운전이 가능한지도 알 수 없다.
B씨는 "처방 받은 약을 복용하고 운전을 해야하는 일이 많은데 나도 모르게 약효로 인해 사고를 낼까봐 걱정이다"며 "어떤 약을 복용했을 때 어느 정도는 안정을 취해야 하는지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약물 운전에 관한 조항인 도로교통법 제45조도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라고만 표시하고 있다.
경기지역에서 발생한 약물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최근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23년에는 사고 1건에 부상 2명에 그쳤으나 지난 2024년에는 사고 9건에 부상 15명으로 증가했다. 종합감기약, 고혈압 치료제 등을 복용하고 사고를 낸, 집계되지 않은 사고 건수는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정신과 처방약 복용 환자가 늘어나고 있어 약물 운전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가 나오고 있기에 처벌 강화는 필요하다"며 "다만 법적 안정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법을 집행하는 쪽과 소비자 모두 혼란을 겪지 않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정현 기자 chu363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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