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온 가족과 함께 ‘풍성한 미술밥상’ 어때요

미리암 미힌두 작 ‘여왕 없는 개미들’

<@1>추석 연휴 모처럼 국제적 미술 축제로 간만에 만난 가족들이 함께 아트 작품을 구경하는 나들이를 설계해보면 어떨까 싶다. 그 어느해보다 유익하고 알찬 미술밥상이 차려졌기 때문이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창설 30주년을 맞아 지난 7일 개막해 오는 12월 1일까지 용봉동 주전시관과 양림동 일대 등 시내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아직은 일주일째밖에 안됐지만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두 가지 관점에서 다양한 해석이 요구돼 왔다. 하나는 판소리를 주제로 했다는 점과 역대 최대 규모로 마련된 파빌리온 프로젝트(국가관)를 들 수 있다.

주제는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내세웠다. 판이라고 하는 공간과 마당, 사운드라고 하는 다양한 삶의 소리들을 모아 예술을 매개로 작가들이 재해석하겠다는 발상이었다. 주제가 발표된지 1년 3개월여만에 베일을 벗은 것이다.

일단 개막한 이후 일주일여를 맞이하고 있지만 현장의 반응은 여전히 작품이해가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한 반면, 큐레이팅이 복잡하게 얽히고 꼬인 것이 아니라 관람하면서 앞으로 쭉쭉 진행할 수 있게 동선을 비교적 잘 뽑아놓았다는 반응이다.

제1갤러리부터 다소 파격이다. 초입 공간 구성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듯 꾸며놓았다. 이 작품은 첫번째로 관람객을 맞이할 ‘Oju 2.0’이다. 이 작품은 나이지리아의 역동적인 도시 라고스 거리에서 녹음한 소리를 바탕으로 에메카 오그보가 작업한 것이다.

<@2><@3>이어 신시아 마르셀의 평면 ‘요소들의 결합-모으는 사람’과 입체 ‘여기에는 더 이상 자리가 없어요’가 나온다. 어두운 터널 같은 공간을 통과하면 신시아 마르셀의 평면과 설치 작품을 마주할 수 있다. 작품을 둘러보다보면 많은 작품 명제에 붙은 설명에 제공처와 커미션 그리고 후원이라는 단어를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작품들의 특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조건으로 받아들여졌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색감이 주된 정조를 이루고 있는 모양새를 띄고 있다. 실험적 현대미술이 넘쳐나는 곳이 비엔날레이지만 다채로운 색감을 접하고 싶은 관람객들에게는 허기진 색감에 대한 욕구를 채워넣기 보다는 작품이 본래 가지고 있는 담론과 메시지를 해독하는데 치중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팩트다.

본전시는 30개국 72명 작가가 참여하는 가운데 ‘부딪침 소리’(1·2전시실)와 ‘겹침 소리’(3전시실), ‘처음 소리’(4·5전시실) 등 세 섹션으로 구성됐다. 먼저 ‘부딪침 소리’ 섹션은 피드백 효과를 다룬 곳으로, 수신기가 가까울 때 발생하는 독특한 소리에서 착안됐다. 전시 첫번째 포문을 여는 작품인 에메카 오그보의 작품 ‘Oju 2.0’과 신시아 마르셀의 평면 등의 작품을 지나면 피터 부겐후트의 ‘맹인을 인도하는 맹인’ 시리즈가 눈에 들어온다.

작품의 재료로 쓰인 낡고 해진 폐기물의 어두운 색감으로 단순히 우울함이나 암담한 미래만을 표현하지 않고, 자연에서 노화와 쇠락이 오히려 생성과 변화와 연결되는 중요한 지점임을 암시한다. 노엘 W. 앤더슨은 영화 ‘블루스 브라더스’에서 목사 역으로 분한 제임스 브라운이 설교를 하는 장면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태피스트리(직물)에 사운드 설치를 결합한 세 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사운드는 판소리와 제임스 브라운의 노래가 섞여 흘러나오는데, 판소리가 서민의 음악이었던 것처럼 백인 우월주의 속 흑인의 존재와 투쟁을 상징하는 제임스 브라운의 노래가 교차하며 소리의 연대를 이루고 있다. 안드리스우스 아루티우니안의 ‘아래’는 석유 추출의 부산물인 천연 역청이 실용적 목적과 제의적 목적을 오가는 재료라는 것에 주목하고 역청이 지표면으로 올라올 때 발생하는 소리를 작품에 반영했다.

<@4><@5>‘겹침 소리’ 섹션은 여러 초점을 가진 다층적 세계관에 주목하는 작가들의 작업이 전시된 가운데 필립 자흐의 ‘부드러운 폐허’로 시작된다. 작가가 산책하다 본 부화된 고치로 가득한 실크 거미줄이 공원의 나무들을 에워싸고 있는 장면과 옷을 공개적으로 교환하는 도시 문화인 프리 파일에 착안했다. 맥스 후퍼 슈나이더의 ‘용해의 들판’은 분해된 유기 요소나 주운 물건, 합성 폐기물에 혁신적인 재료 기술을 결합했다.

마지막으로 ‘처음 소리’ 섹션은 비인간적 세계와 이산화탄소, 최루탄 가스, 환경호르몬, 비말, 바이러스가 역사의 주체가 되는 분자와 우주를 탐구한다. 비앙카 봉디의 ‘길고 어두운 헤엄’은 하얀 소금 사막과 식물, 의자 등 몽환적 풍경과 일상적 물건이 배치되면서 관객들이 마치 꿈을 꾼 것처럼 작품에 빠져들게 한다. 출구에 자리한 작품으로는 광주 출신 작가인 김자이의 ‘휴식의 기술 Ver. 도시농부’다. 김자이의 작품은 양림동 외부전시공간에서 다시 선보이고 있다.

이와함께 외부전시인 ‘양림-소리 숲’은 유서깊은 역사와 공동체 정신을 지켜온 양림동 일대 8곳에 12명의 작품이 출품됐으며, 국가관은 31개로 광주시립미술관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에서 진행 중이다.

한편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올해 광주비엔날레 전시 관람과 관련, 한복 착용 할인 혜택 부여 등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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