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의 전승절 사열식이 거의 20년 만에 군용 장비 없이 치러졌다. 탱크도, 자주포도, ICBM 발사차량도 행진하지 않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장거리 무인기 공격 우려"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5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의 휴전과 대규모 포로 교환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사흘짜리 단발 휴전이지만, 양측이 트럼프의 중재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개전 이래 첫 합의 사례다.

사열대 위에 있던 것은 노병 한 줄뿐
통상 전승절 사열에는 T-90 탱크와 야르스 ICBM 차량을 포함해 100여 종 이상의 장비가 등장했다. 올해는 그 자리를 80대 이상의 2차대전 노병만 채웠다. 외신은 "20년 만의 최소 규모" "사실상 의례만 남은 행사"라고 평가했다.

무인기 한 발이 사열을 갈아엎었다
사흘 전 우크라이나 무인기 다수가 모스크바 직상공까지 진입했다. 러시아는 그 자리에서 사열 코스 변경과 장비 미참석 결정을 내렸다. "행진하는 ICBM 차량 옆으로 무인기가 지나가는 영상"이 나오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끼어든 나흘
5월 5일 러시아가 일방적 휴전을 선언했지만 양측이 서로 위반을 주장하며 무산됐다. 5월 8일 트럼프가 직접 양측에 전화를 돌렸고, 9일 새벽 "양측 합의" 선언이 나왔다. 미국 정부 안에서도 합의 직전까지 합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비공식 협상이었다.

사흘 휴전, 그 다음
휴전은 11일 자정까지다. 그 직후 양측이 공격 자동 재개로 갈지, 30일 연장이 붙을지가 5월 12~13일 협상 일정에 달렸다. 우크라이나는 "30일 휴전 + 무조건 협상"을, 러시아는 "전제 없는 60일 협상"을 요구한 상태다.

빈 광장이 보낸 메시지
군사 퍼레이드는 본래 국력 과시의 무대다. 그 자리를 비워둔 결정 자체가 러시아 군부가 자국 영공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는 신호로 읽혔다. 동맹국 정상 26명 가운데 시진핑 중국 주석만 정시에 도착해 옆자리를 지킨 점도 외교적으로 작지 않다.
다음 사흘은 누구의 시간인가
화력 자랑이 사라진 사열식과 사흘짜리 종이 휴전이 같은 하루에 겹쳤다. 11일이 지나면 양측은 다시 무인기를 띄울지, 협상 테이블로 갈지를 결정해야 한다. 80년 전 이긴 전쟁을 기념하면서, 진행형 전쟁을 멈추지 못한 자리였다.
다음 갱신은 5월 12일 협상 결과 이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