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2 달성' 오타니는 인간의 멘탈이 아닌가… 샴페인 깨자마자 곧바로 홈런-도루 추가, 불도저 행보 누가 말리나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오타니 쇼헤이(31·LA 다저스)는 20일(한국시간)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와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역사에 남을 만한 신기원을 만들어냈다. 바로 100년이 훌쩍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50홈런-50도루 동시 달성을 이뤄낸 것이다.
세계 최고 야구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에서 40-40도 오타니 이전에 5명만 해낸 대업이었는데 오타니는 이를 훌쩍 뛰어 넘는 역사적인 기록을 썼다. 오타니 자신도 다시 도전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위대한 업적이기도 했다.
40-40도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달성한 오타니는 50-50도 스타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고지를 밟았다. 전날까지 48홈런-49도루를 기록 중이었던 오타니는 이날 경기 시작하자마자 2개의 도루를 성공하며 일단 50도루 고지를 먼저 밟았다. 그리고 이후 세 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아홉수도 가볍게 무시하고 50-50을 달성했다. 이날 오타니는 6안타에 10타점을 기록하는 대활약으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경기를 달성하며 50-50까지 집어삼켰다. 오타니의 스타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기쁨은 두 배였다. 오타니의 대활약에 힘입어 이날 이긴 다저스는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다. 원정 클럽하우스에서 이를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다. 팀도 기쁜 날이고, 오타니도 기쁜 날이었다.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은 오타니가 역사적인 대업을 썼다면서 건배를 제의했다. 평소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오타니도 작은 유리잔에 담긴 샴페인을 기분 좋게 들이마셨다.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보통 인간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무섭게 질주하는 경향이 있다. 평소보다 더 큰 집중력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 집중력은 그전보다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심리가 그렇다. 남은 정규시즌 경기 수를 고려했을 때 60-60과 같은 더 큰 대업은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타니도 나름대로 마음을 놓을 법한 양상이었다. 포스트시즌 대비 모드로 들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야구에서 불가능할 것으로 여겼던 투·타 겸업을 현실로 만든 오타니의 멘탈은 역시 특별했다. 50-50은 50-50이고, 오타니에게 21일 경기는 또 다른 날이었다.
오타니는 21일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경기에 선발 1번 지명타자로 나서 시즌 52호 홈런, 시즌 52호 도루를 달성하는 등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맹활약을 선보이며 팀의 6-4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 50-50을 달성하며 마음이 풀어질 법도 한데 오타니는 샴페인이 깨자마자 곧바로 새로운 경기에 새로운 마음으로 임했다. 그 결과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 갔다. 오타니의 시즌 타율은 0.297로 더 올랐고, 전날 6안타 대활약으로 1.000을 재돌파한 OPS(출루율+장타율)는 1.013까지 더 올랐다.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은 확정한 다저스지만 아직 지구 우승을 확정한 건 아니다. 그래서 지구 최약체인 콜로라도와 3연전에서 최대한 많이 이기고 지구 2위인 샌디에이고와 3연전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다저스는 이날 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무키 베츠(우익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좌익수)-프레디 프리먼(1루수)-윌 스미스(포수)-앙헬 파헤스(중견수)-미겔 로하스(유격수)-맥스 먼시(3루수)-키케 에르난데스(2루수) 순으로 선발 타순을 구성했다. 이날 선발이 비어 불펜 데이로 경기에 임했다.
오타니는 1회 상대 선발 카일 프리랜드를 상대로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좌완 프리랜드가 던진 5구째 너클 커브에 방망이가 헛돌았다. 다저스도 2회 선취점을 내줬다. 오타니는 0-1로 뒤진 3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맞이한 두 번째 타석에서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전 안타를 때려 이날 첫 안타를 터뜨렸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바깥쪽 공을 잘 지켜봤고,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예상이라도 한 듯 잘 때렸다. 하지만 후속타가 없어 다저스는 3회에도 득점하지 못했고, 4회까지 0-1로 끌려갔다.
다저스는 0-1로 뒤진 5회 찰리 블랙먼에게 솔로포를 맞고 1점을 더 내줬다. 하지만 0-2로 뒤진 5회 반격을 개시했다. 선두 앙헬 파헤스가 좌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1점을 만회했고, 1사 후 맥스 먼시의 2루타로 다시 득점권에 주자가 나갔다. 여기서 오타니가 나섰다. 2사 2루에서 프리랜드와 다시 풀카운트 승부를 벌인 오타니는 6구째 92.1마일(약 148.2㎞)짜리 포심패스트볼이 높게 들어오자 이를 정확하게 받아쳐 중월 역전 투런포를 터뜨렸다. 시즌 52번째 홈런이었다.
이 홈런의 타구 속도는 110.1마일(177.2㎞), 비거리는 423피트(129m)에 이르렀다. 오타니가 올해 하이존에 특별히 강한 것은 아니었는데 공을 쪼개듯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다저스는 3-2로 역전하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콜로라도는 6회 샘 힐리어드가 동점 솔로포를 치며 끈질기게 저항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3-3으로 맞선 6회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좌월 솔로홈런을 치며 다시 1점을 앞서 나갔다.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시즌 30번째 홈런으로 개인 통산 두 번째 30홈런 시즌을 만드는 순간이었다.
다저스는 4-3으로 앞선 7회 1사 후 대타 토미 에드먼이 볼넷을 고른 것에 이어 발로 2루를 훔쳤다. 여기서 오타니가 1루수 방면 안타를 치며 1사 1,3루를 만들었다. 1사 1,3루에서 3루에 발이 빠른 에드먼이 있었고, 이는 오타니에게 완벽한 도루 찬스였다. 오타니는 예상대로 2루에 들어가 시즌 52번째 도루를 완성했다. 이어 무키 베츠의 희생플라이로 다저스가 1점을 더 추가했고,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적시타를 치며 6-3까지 달아나 승리를 예감했다.
다저스는 리드를 잡자 에반 필립스, 블레이크 트라이넨, 마이클 코펙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를 모두 가동해 콜로라도의 추격을 따돌리고 승리를 확정했다. 코펙이 9회 1실점하기는 했지만 대세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다저스는 이날 오타니가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활약을 펼친 것을 비롯,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홈런 포함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뒤를 받쳤다. 앙헬 파헤스도 홈런 포함 2안타 1타점으로 힘을 냈다. 불펜데이라 불펜 투수들이 총동원된 가운데 이날 다저스는 총 8명의 불펜 투수를 동원해 콜로라도를 막아섰다. 이날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이긴 지구 2위 샌디에이고와 경기차는 4경기를 유지했다. 이제 지구 우승에 점차 다가서고 있는 다저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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