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냐? 계기판 0km 찍고도 더 간다는데, 속지 마세요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계기판에 ‘주행가능거리 0km’가 표시될 때다. 그런데 0km를 찍고도 차가 계속 움직이는 경험을 해본 운전자들이 적지 않다. 도대체 계기판의 주행가능거리는 얼마나 정확한 걸까? 그리고 0km 이후 실제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까?

현대 투싼 계기판 주행가능거리 표시

현대 투싼 / 사진=현대자동차

계기판 주행가능거리, 어떻게 계산되나?

계기판에 표시되는 주행가능거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차량의 트립 컴퓨터는 연료 탱크에 남아 있는 연료량과 최근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한 ‘실시간 평균 연비’를 바탕으로 주행가능거리를 산출한다. 예를 들어 연료가 9L 남았고 최근 평균 연비가 10km/L라면 계기판에는 약 90km가 표시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평균 연비가 주행 환경과 운전 습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고속도로 위주로 정속 주행을 해온 경우 연비 수치가 높게 측정되어 주행가능거리도 길게 표시된다. 반면 시내 정체 구간에서 급가속과 급제동이 잦거나 에어컨·히터 등 전기장치 사용이 많다면 평균 연비가 떨어지면서 주행가능거리도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

또한 배터리 전압이 낮을 경우 연료량 센서가 실제보다 많은 연료가 남아 있는 것처럼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실제 연료보다 더 긴 주행가능거리가 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계기판의 주행가능거리는 참고용 수치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기아 K5 연료 경고등 계기판

기아 K5 / 사진=기아

‘—km’ 표시의 비밀, 50km 미만일 때 나타난다

운전자들이 흔히 혼란스러워하는 표시 중 하나가 바로 ‘—km’이다. 일부 차량은 주행가능거리가 일정 거리 이하로 내려가면 숫자를 표시하지 않고 ‘—km’로 전환된다. 제조사 매뉴얼에 따르면 일부 차종은 주행가능거리가 약 50km 미만으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이런 표시로 바뀐다.

이는 남은 연료량이 너무 적어 정확한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운전자에게 경고 의미로 제공되는 것이다. 다만 ‘—km’가 표시됐다고 해서 즉시 시동이 꺼지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일정 예비 연료가 남아 있지만 주행 환경이나 도로 상황에 따라 소진 속도가 달라질 수 있어 제조사에서도 정확한 잔여 거리를 제시하지 않는 것이다.

현대차는 주행거리가 0km일 때부터 트립에 ‘—‘으로 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적으로 소형차의 경우 30~40km, 중형 이상 차량은 40~50km 정도를 더 주행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정설이다. 그러나 이 역시 운전 습관과 주행 환경에 따라 편차가 크다.

차종별 실제 주행가능거리, 최대 80km까지

주유 경고등이 점등된 후 실제로 얼마나 더 주행할 수 있을까? 차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략 30~80km 정도로 알려져 있다. 현대 투싼의 경우 약 60~80km, 기아 K5는 약 70~80km, 기아 쏘렌토는 약 60~70km, 기아 스포티지는 약 50~60km 정도 더 주행이 가능하다는 데이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일 뿐이다. 고속도로 정속 주행과 시내 정체 구간에서의 연비 차이가 2배 이상 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주행 가능 거리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에어컨이나 히터 사용, 급가속과 급제동 빈도에 따라서도 연료 소모 속도가 달라진다.

전기차 배터리 0% 주행가능거리 표시

전기차 배터리 0% 표시 / 사진=오토트리뷴

전기차는 더 위험하다, 0% 이후 5~20km만 가능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배터리 0% 상태에서의 주행이 훨씬 더 위험하다. 전기차는 배터리 잔량 0%에 도달해도 즉시 멈추지 않지만 차량의 출력이 눈에 띄게 약해지고 계기판에는 ‘파워 제한 중’이라는 문구가 뜬다. 이는 차량이 배터리 방전을 막기 위해 동작하는 안전장치다.

유튜브 등에서 진행된 실험에 따르면 전기차는 0% 상태에서도 최소 5km 이상은 주행 가능하다. 어떤 차량은 10km, 심지어 20km 이상까지 이동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여름철과 겨울철 등 외부 온도, 에어컨 사용 여부, 운전 습관에 따라 주행 가능 거리는 편차가 매우 크다.

전기차 배터리는 완전 방전과 완전 충전을 반복하는 사이클이 약 1,000회 정도 가능하다. 완전방전 상태로 운행하면 배터리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충전량을 20~80% 사이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조언한다.

연료 부족 시 대처법, 비상 급유 서비스 활용

만약 연료가 완전히 소진돼 주행 중 차량이 멈추게 되면 안전에 큰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속도로에서는 후방 차량과의 추돌 위험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연료 펌프가 연료를 통해 냉각 및 윤활되는 디젤 차량의 경우 연료가 바닥나는 상황은 부품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것이 보험사의 비상 급유 서비스다. 보험에 가입된 경우 대부분 1회당 3~5L 내외의 비상 급유를 받을 수 있으며 필요 시 견인 서비스도 지원된다.

전문가들은 “주행가능거리는 안전한 운전을 위한 참고 수단이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다”라며 “주행가능거리가 100km 이하로 떨어지면 여유를 가지고 주유소를 찾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결국 운전자의 안전은 계기판 수치가 아닌 운전자의 준비와 습관에서 나온다. 주행가능거리를 너무 믿기보다는 한 발 앞서 주유를 준비하는 일이 내 차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