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상속회복청구권 제척기간이 불합리한 이유

상속인이 여러 명 있을 때 그중 한 명이 상속재산을 독차지해서 다른 상속인들의 상속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상속인들 간에 합의도 없이 망인이 남긴 부동산을 상속인 한 명이 자기 단독 명의로 이전등기하거나, 망인의 은행 예금을 자기 계좌로 이체하고 다른 상속인들에게는 나눠주지 않는 경우다.
이때 다른 상속인들이 할 수 있는 법적 구제수단이 바로 상속회복청구이다. 상속회복청구는 진정상속인의 상속권을 참칭상속인(가짜 상속인)이 침해했을 때 진정상속인이 상속재산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사례에서 상속 부동산을 자기 단독 명의로 이전하거나 상속 예금을 자기 계좌로 이체한 상속인이 바로 참칭상속인이다.
상속회복청구권은 아무 때나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상속권의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침해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 내에 행사해야 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청구권이 소멸해버린다. 이런 권리의 존속기간을 제척기간이라고 한다. 상속회복청구권에 제척기간을 둔 이유는 상속관계를 조속히 확정해 거래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제척기간 탓에 심각한 권리 침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이 예시다. 사건 내용은 이렇다. 어떤 회사의 최대주주였던 K는 사망하면서 그 회사 주식을 상속재산으로 남겼다. 상속인은 장남 A, 장녀 B, 차녀 C, 그리고 차남 D의 아내 X와 아들 Y가 있었다(차남 D는 K가 사망하기 전에 먼저 사망했기 때문에 아내 X와 아들 Y가 대습상속인이 됐다). 이들이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당시 만 5세였던 Y를 대리하여 친권자인 어머니 X가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했는데, Y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주식을 모두 장남 A에게 양보한다는 취지로 합의를 해버렸다.
원래 상속재산분할 협의를 할 때 상속인 중에 미성년자가 있을 때는 반드시 그 미성년자를 위한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서 그 특별대리인이 협의해야 하나, 이 사건처럼 친권자가 미성년자를 대리해 협의하면 그 상속재산분할은 무효가 된다. Y는 장남 A를 상대로 자신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주식을 돌려달라는 상속회복청구를 할 수 있지만, Y는 당시에도 미성년자였고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 10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친권자인 X가 Y를 대리해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X 스스로 소송을 할 수가 없다.
이 사건처럼 미성년자인 상태여서 스스로 상속회복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도 무조건 제척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미성년자라서 애초에 권리행사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무조건 제척기간을 적용함으로써 상속권을 박탈해버리는 것은 미성년자의 재산권과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위헌이라 판단된다.
미성년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최대한 보호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도 상속회복청구권의 법 규정과 법 적용은 시정돼야 한다. 최소한 제척기간을 10년에서 20년으로만 늘려도 미성년자의 권리 침해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
우리 민법과 같이 3년, 10년 등 단기 권리행사기간을 정하고 있는 입법례는 찾아보기도 어렵다. 우리 민법의 모델이 되었던 일본 민법은 상속권이 침해된 사실을 안 때로부터 5년 또는 상속이 개시된 때부터 20년의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고, 독일과 프랑스 민법에서는 30년의 소멸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스위스 민법의 경우에도 피고가 악의인 경우에는 시효기간을 30년으로 하고 있다. 나아가 이탈리아 민법상의 상속회복청구권은 아예 시효에 걸리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
개인적으로는 재산권이 침해되었을 때 행사할 수 있는 물권적 청구권과 별도로 상속회복청구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진정상속인의 권리를 사실상 박탈하는 상속회복청구권 제도는 폐지하길 바란다.
김상훈 법무법인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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