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갈래요"…'큰손' 외국인 몰리자 '역대급 호황' 맞은 K도시

맹진규 2026. 5. 9.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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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지금…노인과 바다 그리고 외국인
K관광 성지된 부산…
외국인 소비액 26% 증가
中크루즈 단체관광객 3배 증가
'N차 방문' 일본·대만인도 늘어
대만선 신조어 '부산병' 확산
광안리 세븐일레븐 매출 7배↑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오전 7시 부산항 북항크루즈터미널. 부두 앞에 관광버스 100여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한 17만t급 스펙트럼오브더씨 크루즈에서 내린 중국인 관광객 4800여 명을 태우기 위해서였다. 이들 중 단체관광객 3500여 명은 범어사를 거쳐 롯데백화점·면세점 부산 본점으로 향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큰손’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 10여 년 만에 업황이 가장 좋다”고 했다.

고령화와 청년 인구 유출로 ‘노인과 바다의 도시’로 불린 부산이 ‘K관광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되던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부산 등지로 향하면서 부산 경제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머니’ 들고 온 대만인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인근 세븐일레븐 편의점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다. /맹진규 기자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롯데백화점 부산 본점의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서울 명동 본점 외국인 매출 증가율(90%)의 두 배를 웃돈다.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외국인 매출이 298.4% 급증했다. 일본 골든위크(4월 29일~5월 6일)와 중국 노동절 연휴(5월 1~5일)가 겹쳐 특수를 누렸다.

매출을 불린 일등 공신은 크루즈를 통해 들어온 중국인 단체관광객이다. 명품 소비 성향이 강한 중국인 관광객이 중국 정부의 ‘한일령’(일본과의 관계 제한 조치)과 원저 현상에 힘입어 부산항으로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중국발 크루즈를 통한 관광객은 올 1분기 18만38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7964명) 대비 세 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한 중국인 관광객 담당 가이드는 “작년 11월부터 부산행 크루즈에 중국인 관광객이 꽉꽉 들어차 연일 만석”이라며 “환율 등을 고려하면 명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기꺼이 지갑을 연다”고 했다.

대만과 일본인 중심의 개별 관광객도 부산 관광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대만인은 2024년부터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1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부산을 여러 차례 찾는 ‘n차 방문객’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 1분기 부산을 찾은 외국인은 대만이 20만8984명으로 중국(19만7958명)을 제치고 가장 많았다. 부산은 대만 주요 도시에서 직항편이 고르게 운항되는 데다 비행시간도 2시간 내외로 서울보다 짧아 대만인이 찾기 좋은 도시다.

대만 SNS에서는 ‘부산병’이라는 신조어가 확산하고 있다. 부산 관광 후 부산이 그리워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의미다. 첸야팅(28)은 “SNS에 부산 여행 게시글이 많이 올라와 서울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며 “직항편이 많은 데다 싸고 맛있는 식당이 많아 맛집 투어를 하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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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경제 파급효과 6조8000억원

일자리 감소와 인구 유출로 신음하던 부산 상권도 외국인 관광객 유입에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올 1분기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의 지출액은 235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4% 늘었다. 세븐일레븐 뉴웨이브광안리점은 인기 품목인 스무디가 불티나게 팔려 외국인 매출이 연초 대비 6.9배로 증가했다. 송수동 세븐일레븐 뉴웨이브광안리점 점주는 “외국인 관광객 덕분에 부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한 지 20년 만에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364만 명을 기록한 지난해 기준 부산 지역 경제 파급효과는 6조8000억원에 달했다. 올해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02만3946명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단 기간에 100만 명을 돌파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여러 차례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지방 관광도 함께 살아나고 있다”며 “쇼핑과 관광 인프라를 잘 갖춘 부산이 이런 트렌드의 최대 수혜지”라고 분석했다.

부산=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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