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일기 ‘응삼이’, 그 이름만큼 정 많았던 사람
짙은 쌍꺼풀, 구릿빛 피부, 수줍은 미소. ‘전원일기’의 응삼이로 20년 넘게 사랑받았던 배우 박윤배는, 방송 속 유쾌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참 복잡한 삶을 살았다.

세 번의 결혼, 세 번의 이혼, 그리고 홀로 키워낸 두 아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1981년, 11살 연하였던 김혜숙 씨와 결혼해 아들과 딸을 낳았지만, 박윤배는 그 아내와 무려 세 번이나 이혼과 재결합을 반복한다.
아이들 때문이었다. “엄마가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 하나로, 돌아올 때마다 다시 문을 열었다. 하지만 결국 1993년, 완전한 결별을 하게 된다.
“미련은 남지만, 좋았던 기억보다 힘들었던 기억이 더 많았다”는 말에서, 그가 얼마나 버티고 버텼는지 느껴졌다.

이혼 당시, 아들은 고등학교 1학년, 딸은 중학교 2학년.
엄마가 있어야 할 자리에 늘 혼자였던 박윤배는 도시락이라도 직접 싸줬다. 아이들이 빵 사먹는 걸 보며 상처받을까 봐.

그러면서 3년간 어머니의 병간호까지 감당했다. 대소변을 받아내야 했고, 여자인 어머니는 그게 창피해 눈을 피하셨다.
“며느리가 해준 밥 한술 먹는 게 마지막 소원이었지만, 끝내 지켜드리지 못했다”며 자책을 멈추지 않았다.
방황의 끝, 그리고 독이 된 예능 출연
2002년, 22년 넘게 이어지던 <전원일기>가 막을 내렸다.
응삼이 이미지에 갇힌 박윤배는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했다고 한다.

그럴 즈음, 뜻밖의 예능 출연 제안이 들어왔다. ‘응사마 장가가자’라는 돌싱 리얼리티 프로그램이었다.

솔직하게 출연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은 박윤배에게 독이 됐다.
27살 연하의 출연자가 “가슴수술을 감행하겠다”고 선언하고, 박윤배가 마사지 이야기를 꺼내며 성희롱 논란에 휘말렸다.

제작진은 ‘리얼’이라는 이름으로 자극적인 연출을 이어갔다.
대중은 그를 현실과 설정 사이에서 오해했고, 그동안 쌓아온 성실한 이미지도 깎여 나가기 시작했다.
클래식이 울려 퍼지는 아침을 꿈꾸던 사람

박윤배는 생전 “이상형은 아침에 클래식 음악을 함께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왔다.
술보다는 음악, 예능보다는 연극을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친구 이수나의 병실에 찾아가, 눈을 뜨는 듯한 반응을 보이자 “나야, 나야” 하며 말을 걸던 그 마음도 참 따뜻했다.

끝내 재혼하지 않았다. 오직 한 사람, 한 가정만을 마음에 담은 채,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며 50년 가까이 총각처럼 살았다.
예능은 예능일 뿐이었다.

박윤배는 2020년 12월, 폐섬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MBC <전원일기 2021> 특집 방송에서 그의 딸은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에게 <전원일기>는 마음의 고향이었다. 본인이 곧 응삼이였고, 응삼이가 곧 아버지였다.”

카메라가 없을 때도 밀짚모자를 쓰고 집을 나서던 박윤배.
그 모습 그대로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영원한 응삼이, 그리고 조용히 살아낸 배우 박윤배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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