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살며] 팔짱끼기에 숨겨진 문화


이 차이는 한국에 온 미얀마 노동자들에게 큰 오해와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공장에서 일하는 미얀마 노동자들과 한국인 사장이나 상사 사이의 오해가 많은 것 같다. 미얀마 학교에서 배운 존중의 몸짓을 한국 직장에서 그대로 했다가 벌어진 오해이다. 상사가 혼내거나 가르칠 때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것은 “말대꾸하지 않고 잘 듣고 있습니다”라는 의미이다. 반면에 한국 직장 상사는 “내가 혼내고 있는데 왜 팔짱을 끼고 있지?”라고 생각하며 미얀마 사람들은 예의와 겸손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쪽은 예의를 표현했는데 다른 한쪽은 무례로 여긴다. 결국 문제는 몸짓이 아니라 해석의 차이다.
팔짱 하나는 사소해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 팔짱이라는 이 몸짓에는 그 사회가 오랫동안 쌓아온 가치관과 철학이 담겨 있다. 미얀마의 팔짱은 겸손을, 한국의 팔짱은 자신감을 나타낸다면, 어느 쪽이 옳고 그른 게 아니라 서로 다른 행동 언어를 쓰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의 행동이 낯설게 느껴질 때 그것을 무례로 단정하기 전에 “이 행동은 어떤 문화에서 왔을까?”라고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진정한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목소리의 언어’뿐 아니라 ‘몸의 언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특히 노동이나 직장 현장은 문화가 직접 충돌하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생기는 작은 오해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일터 전체를 힘들게 만드는 상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오해를 줄이고 서로를 좀 더 잘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상호 문화갈등은 거창한 사건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인사하는 방식, 서 있는 자세, 손을 두는 위치처럼 아주 사소한 동작 속에도 일어난다. 다문화사회란 단순히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함께 사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 다른 ‘행동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회여야 한다.
먀닌이셰인(예진)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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