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임시 감독 선임부터 예견된 실패... 책임은 축구협회에 있다

박윤서 기자 2024. 4. 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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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 = 대한축구협회

[인터풋볼] 박윤서 기자 = 예견된 실패였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올림픽 국가대표팀은 26일 오전 2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8강에서 인도네시아와 2-2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10-11로 패하며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다.

조별리그부터 꾸준히 지적되어 오던 경기력 문제가 해결되지 못했다. 한국보다 몇 수는 아래로 평가받는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끌려다녔다. 인도네시아의 날카로운 역습을 막지 못했고, 몸을 날리는 육탄 방어는 뚫어내지 못했다. 이영준의 퇴장으로 수적 열세에 놓였고, 이를 겨우 정상빈의 동점골로 만회했을 뿐이다.

인도네시아전 패배로 한국은 40년 만의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마주했다. 이번 U-23 아시안컵 1, 2위에 올림픽 진출권이 주어지고 3, 4위전을 치러 3위도 직행하며 4위는 기니와 또다시 경기를 해야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적어도 4강 진출만큼은 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패배로 그동안 꾸준히 올림픽에 나갔던 한국 축구는 이제 없다. 다가오는 파리 올림픽서 국내 축구 팬들은 다른 나라의 축구를 봐야만 한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임시 감독 선임부터 문제가 있었다. 축구협회는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 충격 탈락 이후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성적 부진도 큰 이유였지만, 태도 논란과 대표팀 내분 사태 등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클린스만 감독을 내치는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이후 차기 감독으로 황선홍 감독이 선임됐다. 태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두 경기를 맡는 임시 감독이었다. 많은 비판과 의문 부호가 이어졌다. U-23 아시안컵을 준비해야 하는 감독인데 중요한 시기에 자리를 비우는 것이 말이 되냐는 비판이었다. 그럼에도 축구협회는 황선홍 감독을 자리에 앉혔다. 황선홍 감독은 태국과의 2연전을 1승 1무로 잘 마무리했고, 곧바로 U-23 아시안컵 준비에 나섰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중요한 결전을 앞두고 자리를 비우게 한 결정은 최악이었다. 팀 분위기가 당연히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회를 준비해 그라운드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도 모자를 판에, 축구협회는 황선홍 감독에게서 시간을 빼앗았다. 결국 축구협회의 선택은 '올림픽 40년 만에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많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 축구 국가대표 선수 이천수는 지난 26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이제 그만하고 내려오시죠"라고는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정몽규 회장은 무조건 사퇴해야 한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날려버린 사람들은 싹 다 쳐내고 다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천수뿐 아니라 많은 축구 팬들도 일제히 '정몽규 OUT'을 외치고 있다.

사진 = 이천수 유튜브 '리춘수'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파울루 벤투 감독 이후 차기 감독 선임 과정에서 직접 개입해 무능한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투 감독 선임 당시 작동됐던 인사 프로세스는 사용하지 않았다. 이미 유럽에서 감독으로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던 클린스만 감독이 국가대표팀 감독에 올랐다.

카타르 아시안컵 이후로도 마찬가지였다. 졸전에 졸전을 거듭하며 충격적인 탈락을 한 이후 정몽규 회장은 책임 소지를 클린스만 감독과 선수들에게 돌렸다. 클린스만 감독을 빠르게 경질했고, 국가대표팀 내분 사태에 대해 이례적으로 빠르게 인정하며 선수들을 방패 삼았다. 팬들은 그때도 '정몽규 OUT'을 외쳤다. 팬들이 납득할 수 없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만을 해온 정몽규 회장의 사임을 원했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은 여전히 자리에 앉아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U-23 아시안컵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황선홍 감독도 작심 발언을 했다. 그는 "10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위해 모두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핑계 같을 수 있지만, 지금 연령별 팀 운영 구조와 시스템은 절대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장기적인 플랜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지금 시스템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콕 집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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