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제조사 공개만으로 도움될까? NCM/LFP. 충전 방식까지 공개돼야

사진: 미국에서 발생한 테슬라 차량 화재 장면

[M투데이 이상원기자] 국산 및 수입자동차업체들이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있다.

자동차업체들은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처음엔 난색을 표명했으나 정부의 강력한 권고(?)로 대부분 자발적으로 홈페이지에 관련 정보를 공개했다.

현대자동차를 시작으로 기아, KG모빌리티,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볼보, 스텔란티스, 포르쉐 등이 직접 공개했고, 수입 전기차 최다 판매업체인 테슬라는 언론의 집중 공격 속에 국토교통부가 제출된 자료를 별도로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는 배터리 제조사 딱 한 가지다. 화재 사고 직후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 차종에 중국산 배터리가 장착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중국산이냐 아니냐에 초점에 낮춰졌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전기차 모델 83개 차종 가운데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은 27대로 전체의 32%를 차지한다.

배터리 제조사는 한국산인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중국 CATL, 중국 파라시스에너지, 일본 파나소닉 등 5개 업체다.

전 세계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의 90% 가량을 파라시스 에너지를 제외한 4개업체가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특히, 중국 CATL제 배터리는 이번에 공개된 전기차 중 현대차와 기아, 메르세데스 벤츠, 테슬라, 볼보 등 거의 전 업체가 사용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때문에 중국산이냐 한국산이냐를 기준으로 안전성을 논하는 것은 맞지가 않다. 문제가 되는 점은 메르세데스 벤츠가 점유율이 채 1%에도 못 미치는 중국산 파라시스 에너지 배터리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파라시스 배터리는 중국 내수용을 제외하고는 벤츠 외에 다른 업체들이 사용한 예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왕 정보를 공개하려면 배터리 제조사 외에 리튬이온배터리 등 NCM삼원계 배터리)인지 LFP(리튬인산철)배터리 인지, 충전 방식은 어떤 지(예컨대 90% 제한) 등의 정보도 함께 공개해야 소비자들의 선택이나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까지 삼원계 배터리가 LFP 배터리보다는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원계 배터리는 니켈을 양극재 소재로 사용하는데 니켈의 함량이 많을수록 리튬이온을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어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가 있다.

에너지밀도가 높아지면 전체 배터리의 용량이 늘어나고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지만 니켈은 발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배터리 화재에도 그만큼 취약하다. 니켈의 함량이 높은 이른바 하이니켈 배터리는 주행거리는 더 길지만 그만큼 화재 위험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LFP 배터리는 양극에 니켈 대신 인산철을 사용한다. 이는 가격이 니켈보다 크게 저렴한 데다 결정구조가 안정적이어서 더 높은 온도에서도 잘 견뎌 화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LFP 역시 가연성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화재 위험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업체는 BYD, 포드, 르노, 리비안, 테슬라, 현대차와 기아 등이다.

르노그룹은 2026년 출시 예정인 신형 전기차에 LG엔솔의 LFP배터리를 탑재할 예정이며, 현대차와 기아는 인도 시장에서 LFP 배터리 탑재를 위해 현지 배터리 회사와 공동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국내에서는 KG모빌리티 토레스 EVX가 BYD 블레이드 배터리를, 기아 레이에 CATL LFP 배터리, 테슬라 모델 Y와 모델 3 하이랜드에 CATL LFP 배터리가 탑재된다. 올 하반기 판매를 준비중인 BYD 아토 3등에도 BYD가 자체 생산하는 LFP 블레이드배터리가 탑재된다.

BYD는 승용차 뿐만 아니라 지난해 3월부터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1톤 T4K트럭과 전기버스까지 모두 LFP 베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또, 과충전이나 완전 충전 같은 충전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와 아파트들은 자체적으로 90% 이상 충전 차량 출입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배터리 충전율이 100%에 이르면 확실히 화재 위험성이 높아진다. 과거 삼성 스마트폰 배터리도 과충전으로 인한 화재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

충전율이 높아지면 전압이 높아지게 되며, 일정 한도를 넘게 되면 배터리에 열폭주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 진다. 때문에 일부 차종에는 충전 시 90% 제한을 설정하는 차종들도 등장하고 있다.

화재가 난 벤츠 EQE 350+ 모델의 화재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 국과수와 경찰이 현장 감식 등을 거쳐 조사가 진행 중이다.

소비자들이 보다 안전한 차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좀 더 상세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